매우매우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매우매우 스포일러 함유합니다.
매우매우 매우매우 매우합니다(?)
내가 소일장 이벤트에서 ‘가장 매수가 적은 작품에 리뷰하겠다’고 했던 까닭은, 매수가 적어봤자 얼마나 적을까 하는 마음에서였다. 다섯 개의 소재를 제대로 풀어내는 분량이라면 최소 10매는 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었다. 그러나 나의 예상을 철저히 깨부수면서 무려 3매로 해치운 단편이 두 개나 있었다. 나는 이것이 어떻게 가능한지 궁금했다. 읽고나서야 알 수 있었다. 전자의 경우는 맥락을 파괴하였고, 후자의 경우는 형식을 파괴하였다.
사실 형식을 파괴하였다고 단적으로 말해버리는 것은 의미가 없을 지도 모른다. 애당초 소설이라는 것에는 대단한 형식이 존재하는 게 아니니까. 그렇지만 내 안에서 소설은 묘사와 대사의 연속적인 사용을 통해 현실에 존재한 적 없거나 존재했을 지도 모를 서사를 이어나가는 형식이었다. 그리고 이 작품은 내 안에 자리잡은 소설에 대한 개념을 파괴하였다. 매우 특이한 형식으로 말이다. 그리고 그 형식이란 대사와 대사의 연속이다. 마지막에 묘사가 하나 있기는 하지만, 그것은 소일장 이벤트 형식에 맞춰서 존재하는 것일 뿐이고, 실질적으로 이 작품은 묘사 없이 대사만으로 가득차있다고 봐야 옳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판단했다.
내가 이 작품을 읽으면서 눈에 밟힌 단어가 몇 가지 있다. 그중 하나는 날조이다. 초능력자가 아니더라도 우리는 살아가면서 꽤 많은 날조에 시달리게 된다. 그리고 이 나라에는 그런 짓에 특화된 사람들이 몇 있다. 타인을 날조하는 것으로 내부 혹은 주변의 결속을 다지는 사람들. 대표적으로 자유한국당이 그런 사람들의 모임이다.
다른 하나는 ‘여기 있으면 위험해’였다. 사실 객관적으로 봤을 때 지금의 대한민국은 매우 위험하다. 위에 북한이 존재한다는 것 때문에 하는 말이 아니다. 이 시대의 사람들은 혐오발언에 너무 익숙해져있고, 그래서 그 혐오가 폭력으로 발현되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까닭 없는 혐오가 까닭 없는 폭력이 되는 게 지금 이 나라의 현실이다. 그리고 굳이 초능력자가 아니더라도 폭력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이 나라가 그렇게 위험하다면 떠나면 그만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럴 수 없는 게 현실이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다 여기에 있고, 그게 아니더라도 내가 수십년 살면서 내린 뿌리가 전부 이곳에 있다. 삶의 터전이라는 말이 딱 이럴 때 사용할 수 있는 표현이라 하겠다. 이 나라를 떠나고 싶은 사람은 무조건 이 두 가지에 대해 저울질 해봐야 한다. 삶의 터전을 뒤로하고 새로운 삶을 일굴 것인가, 아니면 이 나라의 위험이 새로운 터전을 찾아 떠날 정도는 아닐까. 이런 걸 저울질하면서 모두 살아가고 있다.
모든 사람이 헬조선의 탈출을 염원하면서도 실제로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는 까닭이 여기 짧게 정리되어 있다. 나는 읽고 만족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