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타는 필름 감상 브릿G추천

대상작품: 메이킹 필름 (작가: 호수, 작품정보)
리뷰어: 박짝, 17년 10월, 조회 151

1. 리뷰의 중점은재미입니다.

주관적으로 재미있게 본 부분, 혹은 재미를 느끼기에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들을 적어 보려 합니다.

이 리뷰는 작가님께 양해를 구한 뒤 다소 비판적으로 작성했습니다.

제 짧은 식견으로 적어낸 것이니 다수의 의견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2. 총 56회 중 26회까지 읽고 느낀 감상과 제언 위주로 적었습니다.

작가님께서 휴일의 행적이 추후에 설명된다 하여, 계속 읽은 것이 그쯤입니다.

3. 스포가 다수 포함되어 있습니다.

 

들어가며,

제목은 <메이킹 필름>으로, 설명 란에는주인공이 ㅇㄷ만드는 이야기라고 짤막하게 적혀 있습니다.

분류는 호러/스릴러/추리 라고 되어 있고, 글 아래에 태그로는드라마도 있는데,

제가 읽은 범주에서, 가장 적당한 분류는범죄‘, ‘복수극이고, 그 주인공은 주희라고 생각됩니다.

즐겁고 음흉한 이야기가 절대 아닙니다. 재미있고 가볍게 읽어보려고 시작했는데, 앞부분만 읽고도으앗 잘못 시작했다싶었습니다.

남주 휴일과 여주 호경이 설득력이 약하기 때문에, 초반부를 넘기기 어려웠습니다.

메인빌런인 주희 아빠와 주희 시점에서 이어가는 이야기는 무난했습니다.

빌런 자체는 평범했으나, 주희가 처한 상황과 맞물려 복수를 공무원에게까지 복수의 손길이 넘어가려는 서사 구조는 독창적이었습니다.

 

섹스 장면에 대한 직접적인 묘사를 적게 가져간 것은 적절한 선택이라고 생각됩니다.

 

본론.

  1.  위험하고 어려운, 인화성 포르노.

포르노를 소재로 삼은 것은 꽤 위험한 선택입니다자극적인 소재는 관심에 작은 불을 지피기엔 유용하지만, 잘못 쓰이면 극을 불태워버립니다. 야동을 찍겠다는 캐릭터들이 폭주해버리면 클리셰 덩어리 캐릭터가 될 가능성이 높거든요. 야설로 가는 것도 저는 나쁘지 않게 보는데요. 야설로 가도 예측가능한 범위로만 움직이면 거기서 재미가 훅훅 깎입니다.

예컨대 이런 겁니다.

a. 영상을 찍으려 드는 돈 많고 잘생긴 남자.

b. 그 말에 순종적인 매력적인 여자.

c. 남자의 성적 요구에 무엇이든 거침없이 따르며 비극으로 치닫는 구조. 그 과정에서 연이어 나오는 섹스.

이건 가장 간편한, 남성중심적인 야설 구조에서 나오는 캐릭터들입니다. 남자의 성적 요구에 여성은 모두 다 받아들이고 거부하거나 논쟁조차 하지 않지요.

안타깝게도 <메이킹 필름>의 초반 주인공인 휴일과 호경은 이 클리셰를 그대로 따릅니다. 조금 다른 점은 있지요. 휴일이 변태긴 한데 소심한 면도 있다. 페도는 아니다. 정도만 들어가면 완벽하게 abc를 따릅니다. 적나라한 성적 묘사를 들어내어 통속적인 야설이라 부르긴 힘듭니다만, 클리셰는 따르고 있습니다.

아래는 초반부 극을 이끌고 나가는 두 주인공에 대한 이야깁니다.

2. 호경.

남주인 휴일은 해야 할 말이 너무 많으니, 일단 여주인 호경을 먼저 이야기하지요. 호경은 엄청나게 순종적인 인물입니다. 4차원이거나 생각하는 경로가 다르다거나 하는 묘사와는 동떨어진 인물입니다.

제가 드라마라는 분류에 동의하기 힘들었던 것이 이 둘 사이의 관계 때문입니다. 가장 중요한 요소인 갈등이 나오질 않습니다. 사실상 휴일의 액션과 호경의 리액션으로 나누면, 모든 휴일의 제의(액션)에 호경은 늘 동의합니다.(리액션) 프리패스에요. 섹스도 오케이. 촬영도 오케이. 주요부위 노출, 얼굴 노출 여부도 모두 오케이. 심지어 이걸 팔겠다는 것도 모두 오케이. 이처럼 갈등이 없으니 기승전결이 밋밋해집니다. 드라마에는 캐릭터가 갖는 고유의 취향이 있을 수 있고, 서로 다른 취향에서 마찰을 빚고 맞춰가거나 하면서 갈등구조가 전개되어야 하는데, 이 둘의 관계는 너무 일방적입니다. 그러다 보니 현실성이나 설득력이 사라집니다.

남자가 정우성처럼 생겼으면 모를까. 아니, 정우성처럼 생겼더라도 이건 좀 힘들지요. “여자 얼굴은 나오게 찍더라도 남자 얼굴은 나오지 말게 찍어라.” 라는 것은, 이해될 수 없습니다.

정말로, 두 인물간에 마찰이 없다시피 해요. 그래서 그 뒤엔 이런 생각이 듭니다.

“너무 남성에게 편리하게 기술되어 있지 않은가…”

그렇다면, 호경의 이런 행동을 뒷받침해줄 수 있는 뒷배경이 있느냐 하면 그것도 아닙니다. 호경이라는 캐릭터가 엄청난 노출광에 호색한처럼 묘사되어야 할 수준인데요. 그렇지 않아요. 4차원같다는 묘사가 있긴 합니다만, 실제 행동에서 엉뚱한 면모는 거의 없고, 엄청나게 순종적인 여자로 나옵니다.

게다가, 모순적인 묘사가 두가지 있습니다.

a. 호경은 상처와 아픔이 있는 여자로 나옵니다. 20회 근처의 사건의 전말을 모두 들어 봐도, 크게 설득되지 않아요. 호경은 상처입어서 시골로 숨어들어간 사람인 것만은 확실합니다.

2회에서는 이미 호경이 합의되지 않은 상태로 영상이 유출되어 상처받은 것처럼 묘사됩니다.

지운 다문서 도대체 왜 안 지운 거시여?”라고요.

b. 휴일이 야동을 보고 왔다는 걸 말하는 장면부터 호경은 달라집니다.  호경은 유출 사건을 극적으로 다르게 해석하며, 정말 휴일에게 편리하게도, 호경은 야동 찍기 최적화된 말만 합니다. 수치심이 전혀 없어요.

“영상 유출된 것 자체는 싫지 않았다. 못 생기게 나와서 싫었다.”

그리고 20회 이후에 나오는 사건의 전말도 이와 비슷한 이야기로 가지요.

그렇다면 왜 시골로 숨어들어간 건지, 전남친에게 상처받아 시골로 내려가고, 거기서 또 돼지같은 중년 남성과 관계를 맺어서 묶여 사는 짓을 하는지 이해가 가질 않습니다. 사람이 무서워 숨은 게 아니라면, 정말 그게 아니라면, 차라리 도시에서 다른 남자 만났어야 맞는 것 아닙니까.

초반부와 중후반부 사이의 설정 충돌이에요. 둘 중 하나는 거짓이어야 말이 됩니다.

게다가 이렇게 모두 오케이 패스 하는 여자, 특히 엄청난 미녀라면 확률로 얼마나 될까요? 호경과 같은 여자는 0.001%나 될까 하는 여자일 겁니다. 그렇다면 저렇게 자란 배경이나 저런 성격이 된 이유라도 설득력있게 풀어놨어야 하는데, 호경의 뒷배경은 너무나 빈약합니다.

추가적으로, 정말 다른 것들에 비하면 마이너한 실수인데요.

호경이 찍은 <자기만을 사랑해> 라는 제목이 언젠가부터 <대학생 연인> 으로 바뀌어 있습니다.

 

3. 휴일.

한 회마다 더 넘기기 어렵게 만든 캐릭터는 주인공인 휴일입니다.

저는 이해나 공감하기 어려웠습니다. 꾹 참고 20회를 넘어가도, 전여친이 벗방을 뛰었다고 해도, ‘뒤틀린 성관념을 갖는 계기구나!’ 하는 생각은 잘 안들었습니다. 이 인물에 대한 합리화나, 과거사에 대한 설명이 되도록이면 앞부분에 빨리 나올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a. 야동을 찍으려는 동기가 너무나 비현실적이다. 딱히 치밀한 계획도 없이 거금을 투자한다.

첫째 동기는 돈을 벌겠다는 건데요. 금수저 설정이 뒤늦게 나오지요. 처음엔 공무원 끝내고 만화방 사장이 망상에 빠져서 몇조 벌겠다고 달려드는 내용인 줄 알았습니다. 뒤늦게 금수저라는 걸 알고 봐도, 현실적으로 우리나라에서 돈벌겠다는 생각 하면 늘 부동산 생각하지 않습니까현실적인 투자들 외에 리스크 범벅인 불법 야동을 찍겠다는데, 정말 돈 벌겠단 사람 맞나 싶을 정도로 돈에 대한 너무 계산 없이 무턱대고 달려듭니다.

둘째 동기는 새로운 문화 선도라는 건데요. 결국에 한다는 짓은 일본야동 따라해서 찍고 외국인들에게 영상을 파는 겁니다. 이 궤변에 하나도 동의가 되질 않아요. 이게 가벼운 캐릭터면 차라리 모르겠는데, 비뚤어진 캐릭터가 진지하게 동의를 구하려 드니까 불쾌한 감정이 일었습니다.

b. 뒤틀린 성관념.

휴일은 지독하게 질 낮은 인간입니다. 성관념이 심하게 뒤틀려 있어요.

1화 첫문단부터 심각합니다. 전여친에 대해 이야기할때, 꾸준한 관계 끝에 진정 여자(?)가 되었다는 표현은 저는 정말 싫었습니다. 섹스 못하는 여자는 여자도 아니라는 함의가 담겨 있어요.

리뷰를 쓰는 저는 남자인데, 진짜 기겁했습니다.

휴일의 전여친도 아득히 이해를 벗어난 범주에 있어요. 왜냐하면 프롤로그에선 멀쩡히 언론사 다니는 기자처럼 묘사됐는데, 그런 사람이 자신의 성관계 장면을 팔 생각을 하진 않잖아요. 설득력 있게얼마에 팔릴지묻는다면 정말 장난처럼 묻던가, 혹은 정말 변태같다는 인상을 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3년간 섹스했다고 저러진 안잖아요. 뭔가 특이한 행동을 한다면 그 배경이 되는 단서라도 조금 있었어야 그럴싸하네 하고 넘어갔을 겁니다. 20회가 넘어가서야 벗방에 나오는 여자였다고 나오니 뒤늦게 이해는 됩니다만. 이해되는 시간적 텀이 너무 길어요.

무엇보다 휴일은 이 영상을 뿌릴 생각도 합니다. 리벤지 포르노입니다. 오로지 영상을 유포하지 않은 이유는 ‘유치해서’입니다. 범법에 대한 경각심이 전혀 없어요. 법이나 도덕 관념이 망가졌다고밖에 볼수 없습니다.

해커 친구를 이용해서 신상털이 하는 것도 다른 매체에서 많이 등장하지만, 이 소설에선 좀 경우가 다르게 느껴집니다. 이건 유출 야동 피해자에 대한 거잖아요. 이런 야동은 대개 리벤지 포르노의 성격을 가집니다. 이 소설에선 정말 운 좋고 편리하게도 호경이 유출 야동에 합의했고 유출된 사실을 싫어하지 않다고 묘사되지만, 그걸 모르는 시점에서 이처럼 신상털이하는건 정말 그야말로 성적 윤리관념이 말살된 인간이 하는 짓이지요.

이런 모든 것들 때문에, 주희를 덮치지 않는 지점에서도, ‘착한 변태구나하는 생각보다는정말 쓰레긴데 그나마 사람같은 짓도 하는구나라는 생각이었어요.

정말 이상한 사람이에요. 호경이를 품에 안은 뒤에도 전혀 감정의 기복이 없이, 계속 영상을 찍어 올릴 생각만 해요. 남자가 보통 이런 경우에 여자를 품에 안았다면, 자기 여자가 됐으니 못 찍겠다. 이런 내적 갈등이라도 있어야 할텐데. 고민이 너무 없어요.

c. 자체 스포한 사실로 다시 텐션을 높이는 이상한 구조.

2화에서부터 리벤지포르노인 게 분명해진 이상 남친이 최초유포자인 것은 자명했는데 10화에 와서 이 소재로 극의 텐션이 올라갑니다. 마치 휴일이 이 사실을 전혀 예상도 못했다는 것처럼요. 휴일이 호경을 떠올릴 때, ‘야동 출연료를 족족 갖다바칠 지고지순한 여자다’라고 생각하는 단서도 너무 약합니다. 아니 휴일과 욕구왕성한 신혼부부마냥 즐긴 뒤에 갑자기 왜 전남친을 그리 위할 거라 생각하는지, 그 고리가 너무 약해요.

솔직히 휴일이 호경을 안은 뒤에도 그냥 아무 고민없이 야동 찍을 생각만 했을 때가 제일 힘들었습니다. 호경이 너무 불쌍해서 끔찍하게 여겨졌습니다. 이게 호러라면 호러겠네요.

호경이 여자이기 전에 사람으로서 갖는 수치심조차 없게 나오니까 더 읽기 힘들었습니다. 천사처럼 묘사되지만, 제 기준에서는 정말 바닥까지 부서진, 완전히 의존적인 불쌍한 사람으로 여겨졌어요.

 

4. 우연.

마지막으로, 인물 외에도 큰 문제가 있습니다. 뜬금없는 우연의 힘이 너무 강합니다.

주희 입장에서 우연에 대해 적은 문단이 있지요.

PC방에서 우연히 만났다. 같은 게임을 하기에 우연히 함께하게 되었다. 오늘이 승격전이었는데 끝나고 우연히 술을 먹다가 이렇게 되었다. 위의 말들에서 우연히 란 단어가 너무 약하게 들려 의도적으로 라고 바꾸면 아저씨의 숨겨진 의도가 보이는 듯했다.

이와 비슷하게, 작가가 의도한 우연의 일치가 너무 과합니다

휴일이 찾아간 야동모델은 우연히도 촌동네 PC방 죽순이로 살고 있다. 노출에 대한 수치심도 전혀 없는데 우연히도 시골에 숨어 살게 됐다. 거리낌없이 살아가도 될 청춘에 우연히 돼지같은 중년 남자를 만났으며, 우연히 살림을 차린 PC방 사장의 딸은 휴일의 혈연이다.

너무 낮은 확률의 우연들만 꽉꽉 뭉쳐 있습니다. 제 개인적인 감상으로는하늘에서 떨어진 벼락을 맞았는데 유전자 변이가 일어나서 토르가 될 확률정도로 굉장히 낮은 우연들이 뭉쳐있다고 생각합니다.

 

제언: 휴일과 호경에 대한 뒷배경을 탄탄히 하고, 이야기가 전개되는 사이에 살짝살짝 떡밥을 뿌리면 좋을 것 같습니다. 휴일과의 갈등구조를 좀 더 명확하게 만든 뒤에, 주희 이야기로 넘어가면 훨씬 더 좋은 글이 될 것 같습니다. 여기엔 성적 수치스러움을 기반으로 한 갈등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호경뿐만 아니라 휴일도 마찬가지고요. 우연에 대한 문제도, 적어도 월광이 휴일 아버지 고향이라든가, 누굴 만났다는 이야기를 깔았다든가 하면 더 나아질 것 같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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