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이 실재하건 그렇지 않건 전혀 상관없이 우린 있는 그대로의 귀신을 무서워합니다.. 뭐, 안그런 분들도 계시긴 하겠지만 전 무서워요, 다들 한번 이상은 가위에 눌려보신 적이 있으시지 싶은데 전 유독 중고딩때 이러한 경험을 많이 했습니다.. 얼굴이라고는 보이지 않는 전체의 형상이 시커먼 천으로 둘러싸인 체 벽 구석 천정에서 한없이 날 바라보던(얼굴이 없음에도 희한하게 날 보고 있다고 느끼는 뭐 그런 공포적 느낌) 존재를 느끼면서 미친 듯이 깨어나려고 손가락을 까닥거리기도 하고 하얀 한복을 걸친 덩치 큰 남자가 닫혀있던 미닫이 문을 열고 소리없이 나에게 다가오던 가위눌림도 수십년이 지난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 비현실과 현실의 경계에서 어렵사리 몸을 움직여 깨어나서 주변을 살펴보며 소름이 돋았던 기억도 나구요, 그 한복입은 남자가 들어온 만큼의 미닫이 문이 열려 있었던 것이지요,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보통 중고딩의 남자들은 문을 열어놓고 자지 않습니다.. 평상시에도 마찬가지지요, 저 역시 언제나 문을 닫아놓고 있어서 늘 엄마가 퀴퀴한 영감냄새난다고 타박을 듣는 입장인지라 그때 그 열린 문의 흔적은 머릿속에 하나의 사진 인화처럼 콱 박혀버린 기억중 하나입니다.. 그러니까 전 귀신이 있다는 생각을 그 이후로 어느정도는 인정하고 살고 있는 것 같아요,
그때 그 집에서 아직 부모님을 살고 계시고 그때 제가 사용하던 방은 인테리어를 거쳐 큰방으로 변모되어 버렸지만 그 당시 그 미닫이문은 그대로 남아있죠, 그리고 늘 이 이야기를 모친과 하면서 그때 그 귀신을 돌아가신 할머니가 날 지켜주신 것 같다는 이야기를 하곤 합니다.. 그 가위를 눌리기 몇 달 전 할머니가 돌아가셨던 기억과 함께 아마도 그날 그렇게 가위를 눌리고나서 할머니 꿈을 무의식으로 꾼게 아닌가 싶습니다.. 지금도 전 큰 아이들이 간혹 혼자 자는 것을 무서워하면 이런 이야기를 하면서 늘 할머니가 너희들도 지켜줄 것이라곤 하죠, 그러니까 뭐 이러한 귀신 씨나락 까먹는 이야기가 의미가 있든 없든 상관없다니까요, 그냥 무서운 귀신을 몰아내기 위해서는 어떠한 방법이라도 찾아아하니까요, 그러니까 누군가가 귀신에 대해서 두려움을 표하면 우린 당연히 그가 느끼는 공포감에 배려와 위로와 감성을 충분히 받아주어야한다는 겁니다.. 실재와 상관없이 귀신은 우리를 죽일 수도 있을지 모릅니다..
아직도 거기에 있을겁니다.. 여전히 우리를 아니, 당신을 주시하고 비릿한 내음을 내품으며 당신이 다가오길 기다리겠죠, 그러니 제발 망설이고 고민하지말고 집에서 최대한 멀어져야합니다.. 그런데 이 작품은 어쩔 수 없는 주인공의 발길을 그려내며 시작합니다.. 그토록 거부감 가득한 집으로 향한 발길을 옮기며 이야기가 시작되죠, 이어지는 이틀 전의 상황에서 집에서 벌어졌던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일종이 재택근무를 하는 일러스트레이터인 주인공은 급한 의뢰를 받아 며칠동안 힘겹게 작업을 해나가고 있는 중입니다.. 급하게 진행되는 업무로 인해 새벽까지 짬이 없던 주인공에게 찾아온 잠시의 휴식동안 한잔의 맥주와 함께 다시금 방으로 들어선 순간 모니터에 비쳐진 어스름한 두 개의 동그라미를 본 나는 그게 사람의 눈, 아니 사람일 순 없으니 귀신의 눈동자임을 직시하고 그 자리에서 굳어버립니다.. 아무것도 할 수 없이 마비가 되어버린 나에게 조금씩 다가오는 귀신을 보고 느끼고 경험하면서도 자신을 한순간에 옭아맨 공포에서 벗어날 방법이 없습니다.. 그런 나에게 바짝 붙어 나를 관찰하던 귀신은 끝까지 나와 눈을 마주보고 응시하며 내 책장의 틈으로 향하며 그 틈새로 조금씩 사라집니다.. 하지만 마지막까지 구멍 뚫린 그 새하얀 눈알은 나를 놓치지않습니다.. 도저히 벗어날 수 없었던 공포의 두려움에서 흔적이 사라진 순간 난 미친 듯이 그방을 벗어나 밖으로 뛰쳐나갑니다.. 두 번 다시 이곳으로 돌아오고 싶지 않죠, 그렇게 그는 집으부터 도망치게 됩니다.. 하지만 그 어느누구도 그가 경험한 귀신의 존재를 믿진않죠, 그리고 그에겐 아직 해야할 일이 있습니다.. 귀신도 중요하지만 어째든 일은 해야 먹고 살 순 있으니까요, 과연 그는 어떻게 될까요,,
보통은 연달아 한 작가의 작품을 잘 읽진 않습니다만 전작으로 읽었던 작가의 문장의 묘사나 내용이 무척 좋아서 찾아서 처음 올라온 단편을 읽어보니 아이구, 개인적으로는 이 작품의 느낌이 일반적인 장르적 감성에 있어 대중적 즐거움이 더 가득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귀신이라는 뭔가 비현실적인 존재감에게서 느끼는 일반적인 공포적 두려움에 대한 감성적 공감이 절절이 묻어나는 좋은 심리적 문장들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독자로서 그 긴장감을 이 작품이 마무리되는 순간까지 놓치지않고 이어갈 수 있어서 무척이나 즐겁네요, 아무래도 작가님이 보여주시는 심리적 묘사나 상황적 표현같은 문장의 연결방법은 대단히 뛰어나신 듯 합니다.. 그렇다고 잘난 척하면서 뭔가 고급진 문장을 일부러 막 보여주시고자하는게 아니라 있는 그대로 대단히 비유적이면서도 상황적 묘사에 적절한 문장들을 인위적이지만 충분히 직관적 감상이 가능할 정도의 문장으로 표현하시기에 개인적으로는 야아, 이거 정말 좋은데..라는 생각을 하는 것이지요, 물론 전 전문적인 비평이나 문학을 전공한 사람이 아니라 일반 대중 독자인지라 제가 느끼는 부분을 다른 분들도 동일하게 느낀다고는 보지 않지만 이 작품에서 작가님이 보여주시는 문장의 즐거움은 상당히 직관적이면서도 고급지고 무엇보다 장르적지만 절대 가볍지 않고 집중 가능한 문장과 서사인지라 개인적으로는 칭찬해드리고 싶습니다..
하지만 단편이라는 분량속에서 감응하는 묘사나 표현의 방법론으로 여겼기에 이러한 문장이나 서사의 구성이 충분히 즐거울 수 있었을 수도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긴 호흡의 장편을 읽을때면 간혹 이런 상황이나 심리를 중심으로 한 문장의 묘사적 방법이 오히려 장르적 감성보다 중요한 가독성과 집중도에 맥을 끊을 수도 있는 불안함이 있기도 하다는 생각을 늘 하곤 하거덩요, 물론 저의 잘못된 선입견일 수도 있습니다.. 작가님께서 보여주는 능력이시라면 충분히 이러한 독자적 의도까지 감안하셔서 충분한 퇴고를 거치시리라 믿어 의심치않습니다.. 좋았구요, 후반부 특히 마지막에 작가님께서 그려내신 장르적 감성은 상당히 뛰어나서 마지막 문장까지 그 두려움이 덕지덕지 묻어나는 느낌이었습니다.. 좋은 작품 읽게되어서 즐거웠구요, 앞으로도 많이 응원하겠습니다.. 늘 건필하시고 멋진 작가님으로 거듭나시길 기원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