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과 현실, 그 모호한 경계 감상 브릿G추천

대상작품: 길몽 (작가: 정혜성, 작품정보)
리뷰어: 리체르카, 17년 9월, 조회 80

스포일러밖에 없는 감상이므로, 먼저 글을 읽으시기를 권합니다.

서찬은 그의 아버지로부터 꿈을 통해 우연하고 엄청난 기회를 얻을 비법을 전수받지요. 과연 그것을 그의 능력이라고 불러야 할 지 의심스러운데, 꿈이란 것이 의도해서 꿀 수 있는 것은 아니었고 그가 꿈을 조종하고 만들어낼 만큼의 루시드 드리머라는 언급은 단 한 차례도 나오지 않은 까닭입니다. 그러나 일단 서찬은 꿈을 어느 정도는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이며, 때문에 그의 앞에 펼쳐진 거대한 화마 앞에서 꿈의 상징부터 생각해요. 어떻게 해야 이 꿈이 자기에게 더 유리한 꿈이 될 수 있을지 계산하죠. 여태 몇 번이나 그런 셈으로 꿈을 이용해 온 사람이기 때문에 가능한 모습입니다.

마지막 문장에 (*) 이런 표시가 있는데 각주는 없더라고요! 혹시 작가님 각주를 넣으려다 빼먹으신건지, 아니면 뭔가를 표시하려 하셨는데 제가 놓친건지 잘 모르겠는데……. 아무튼 그가 꿈 속에서 불타 죽어가며 입 안에서 뱀 맛을 느낀 것은 이게 꿈이라는 걸 표시하려는 모습 같으면서, 동시에 꿈이 아닐 수도 있다는 암시 같기도 했어요. 불은 엄청났고, 아무튼 불길은 좀처럼 잡히질 않았고, 꿈이지만 감각도 생생하고. 서찬이 뱀을 먹는 꿈을 꾸며 일어났을때 그의 볼을 씹었던 것과 마찬가지로, 그가 일어났을 때 정말로 화마에 불타고 있다면 어떻게 되는걸까 생각하게 되는 연쇄고리도 있었고요.

혹은 이것이 정말로 꿈이 아닌 현실인데 꿈이라고 생각해서 분신을 해버린거면……. 개죽음이겠네요. 하지만 묘하게도 꿈과 현실의 경계가 내내 모호하고 불분명하게 표현되어서, 어쩌면 그런 것들을 의도하셨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모두 잡다한 감상이니 그럴 수도 있구나, 하고 넘어가셔도 되겠고.

굳이 이렇게 이 불이 정말로 현실이라면 어떨까 하는 선득한 생각을 떠올린 건, 서천이 누군가를 해쳐서 이 꿈을 길몽으로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하는 그다지 선하지는 않은 인물이었기 때문일까요. 그에게 어울리는 마지막이 이런 잔혹함이었으면 좋겠다고 무의식중에 생각해버려서 그렇게 상상하게 되는 것인지 아직도 확신은 잘 못하겠어요! 하지만 그가 할머니가 아니라 자기 자신을 죽였더니 현실이었다 하고 생각하는 편이야말로 권선징악적이면서 제무덤 제 손으로 파기라서, 조금 더 취향에 맞기도 하고요(!) 고약한 취향이 아닐 수 없네요.

길지 않은 글이라서 편하게 읽으실 수 있어요. 그리고 저랑 비슷하지 않게 생각하실 수도 있어요! 강렬한 느낌의 글이라, 일독을 권하고자 적었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