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주보다 검은 마음 공모(비평) 브릿G추천 공모채택

대상작품: 검은 책 (작가: Xx, 작품정보)
리뷰어: 탱탱, 17년 9월, 조회 120

안녕하세용~! 추천 리뷰어… 가 되고 싶은 리뷰어 탱탱입니당!

가능하다면 한주에 한번 감명깊게 본 중단편 시리즈 [감상]을 하려합니다앙

저의 리뷰는 매우! 주관적입니다. 또한 다량의 스포가 예고없이 포함되어있습니다.

 

긴 분량이었다. 익숙한 연극이 첫장면으로 시작된다. 아이들은 백설공주를 연습한다.

소희는 왕비, 유리는 백설공주… 둘 중에,

독사과와 같은, 검은 마음을 실현시킬 수 있는 방법을 얻게된 사람은 누구일까? 이 작품을 읽기 시작한 나는 다음 장면으로 참 쉽게 이끌릴 수 있었다. 아이들이 연습해나가는 각본은 작중에서 아주 좋은 이정표가 되어준다.

심리묘사란 참 어렵다. 나만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는데, 주인공의 동기를 이해시키고자 행동, 대사, 상황을 묘사하기란 정말 쉬운일이 아니다. 하나하나 자세하게 나열하자니 글이 지루해지고, 빗댈 것을 찾아 상징적으로 나타내자니 내 글을 읽어주셨던 분들 대부분이 캐치하지 못하시더라, 그것은 내 과실이다. 이분은 범하지 않았다.

하늘님은 백설공주 연극을 준비하는 아이들로 하여금, 그리고 원하지 않은 왕비역을 맡게 된 소희로 하여금, 이 어려운 심리묘사의 이정표를 확실하게 그어두셨다. 물론, 이것이 다가 아니다. 이분의 글을 이것 말고도 하나 더 읽고 나서 고민을 하다 이 리뷰를 쓰기로 결심했는데, 아무튼, 이분은 심리묘사 쪽으로 정말 탁월하신 것 같다.

그어진 이정표 위에 그려진 주인공의 심리묘사가 일품이다. 소희가 왕비에 빙의되어 느끼는 질투와 시기는 정말 훌륭하게 표현 되었던 것 같다. 작품 소개에, 본작이 저주에 관한 이야기라 표시되어있었던가?

그렇다면, 이 글이 저주에 관한 괴담이라면!

그런 작품에서 가장 충실하게 묘사되어야 하는 부분이 무엇일까? 검은 마음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이 작품을 읽는 내내 소희의 옆에 있었다. 저주를 거는 그녀를 응원했었던 것 같기도 하다. 이해할 수 있으니까, 그녀가 유리를 미워하는 마음을 충분히 헤아릴 수 있었다. 나는 그녀의 편이었다. 유리의 앞에서 자신을 저울질하며 눈치를 살피던 다른 급우의 모습이, 그리고 그 싸늘함을 느껴야하는 소희의 마음이, 너무 생동감 있게 구현되었다고 생각한다.

주인공의 검은 마음이 어떻게 자라났는지 나는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급우의 은근한 저울질에 관한 이 부분은, 자칫 적정선을 모르고 암울하게만 묘사되는 수도 있다. 그래서는 선악에 대해 입체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는 소희의 역할에 혼란이 올 수도 있었다. 정말 왕비처럼 완벽한 악역이 되어버린다던지… 그렇게 되지 않게끔, 적정한 선에서, 상황 묘사도 아주 깔끔하게 표현되었던 것 같다.

아무튼, 소희가 가진 저주의 동기와 실천에 대해 껄끄러움을 느끼지 않았다. 부드러운 전개였다. 훌륭하다.

이야기를 구성하는데에 도움을 얻고자, 오래전에 읽은 어느 책에서 본 내용을 떠올렸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동화의 패턴에는 절대적인 힘을 가진 마녀가 등장한다고 한다. 굳이 마녀일 필요는 없다. 아주 매지컬한 힘을 전달해주는 존재 정도로 생각하도록 하자, 그리고 해서는 안될 금구도 함께 전달해준다. 금기의 시련을 극복하고 과제를 수행하는가, 아니면 어겨버린 금기의 해결책을 찾아내지 못하는가의 여부로 이야기의 결말 희비가 장르처럼 갈려버린다.

검은 책도 그런 방식으로 등장한다. 내 생각이다.

그래서일까, 표현하기에 따라서는 B급 옛날 괴담처럼 느껴질 수도 있는 이 부분이 동화같은 신비스러움도 함께 가지고 있는 것 같았다. 물론 내 생각이다. 여담이지만 제목 참 잘 지었다. 저주의 기능과 부연설명을 모두 생략하고 고유이름 없이 그냥 ‘검은 책’이다. 색채가 주는 직관적인 느낌을 아주 잘 대비시켰다고 생각한다.

본 리뷰를 작성해 나가는 방식이, 감상을 빙자하여 자격없는 평가와 지적을 쓰는 느낌이다. 분명히 말하건데 그렇지 않다. 책을 읽을 때, 나도 모르게 빠져드는 지점이 있다. 이 작품의 리뷰를 꼭 쓰겠노라 마음먹는 순간이 이때다. 긴 분량의 스크롤을 파해쳐 내려가는 내 자신을 발견했다. 그 순간 나는 그 작가의 팬이다.

분량이 길수록 짜임새있는 구성을 하기가 참 어렵더라, 나는 이 부분에서 또 감탄했다.

30%지점까지 읽어버렸으면 나머지 70%를 읽는데 들어가는 시간은 읽는 사람의 것이 아님을 미리 생각하고 접하셔야할 작품이다. 긴 분량동안 읽는 사람이 지루하지 않게끔 소희는 입체적인 면모를 보여준다. 자신이 한 일을 꽤 많이 후회한다. 회차를 진행할 때마다. 조마조마하는 모습을 보이는게 아주 재미있다.

실제로 어떤 저주가 유리에게 내려질지 두근반 세근반 지켜보는 재미도 있고

호러물에 반드시 귀신 나오라는 법은 없다. 그것은 작가가 정한 수위의 문제이다. 누군가는 사람이 더 무서우므로 작중 영적인 존재는 굳이 필요하지 않다고도 한다. 나는 뭔가 갑자기 툭 튀어나오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지만 그래도 그것에 동의할 수 있다. 잔혹함의 정도도 마찬가지, 이 작품이 피를 크게 보는 편은 아니다.

하지만 검은 마음이 무섭게 묘사되어있다. 물론 영적인 존재도 있고!

인간적인 연민, 소희가 가지고 있는 착한 심성이 후회와 반성을 하려는가 싶다가도 검은 책으로 어지럽혀져 저주의 회차를 거듭한다. 그때의 긴장감이 아주 볼만하다. 유리를 볼 때마다 마음이 또 비틀린다. 그리고 검은 책을 찾는다.

하지 말아야지 생각하면서도 되니까 저질러버린다.

소희는 저주를 기다리고 실천한다. 그녀로서는 아주 어려운 과제이지만 어떻게든 해버리고야만다. 그때 소희라는 주인공의 행동이 어떻게 보이는가? 나는 아주 괴기스러웠다. 그렇게 느꼈다.

이러지 말아야지, 하지만 하게 된다. 아이의 마음, 하지만 검다.

 

그리고 결말부를 이야기해보고 싶다.

백설공주가 배경에 대비되어서인지, 아니면 절대적인 ‘뭔가’가 힘과 페널티를 동시에 주었기 때문인지 이 이야기는 예상할 수 있는 방향으로 흘러간다.

이 작품이 가진 분위기, 동화처럼 부드러웠다. 이것이 가장 컸다고 본다.

이 이야기가 호러의 범주안에 남아있기 위해, 그리고 전개된 내용을 충실히 이행하였을 때 갈 수 있는 결말의 선택지는 딱 두가지 뿐이다.

소희가 죽거나, 유리가 죽거나

이토록 무시무시한 책을 써 놓고 무사할 수 없다. 희생이 필요하다. 나는 좋은 결말이라고 생각한다.

장르가 엉성해지는 것을 감안한다면 다른 대안도 있었으리라, 하지만 난 이 결말이 마음에 든다. 작가가 작품을 진행하는 내내 직접적이지는 않지만 검은 책의 위험성을 암시해두었다. 게다가 소희가 페널티를 받는 편이 좀더 교훈적이지 않은가?

검은 마음을 품는 사람의 최후, 이야기의 전개와 정렬로서, 받아들일 수 있는 범주안에 놓여있었다.

소희는 내가 이 작품을 읽는 내내 함께 했던 주인공이다. 게다가 작중 어린아이이기도 하고, 그렇기에 더, 결말부에 특별히 충격적인 고통을 겪게하지 않았던 것이 오히려 마음에 들었다. 뭐, 대단히 무섭고 아팠을는지도 모르지만

나는 지금도 소희의 편이다. 나도 검은 책이 갖고 싶다.

 

 

이상, 저의 허접한 리뷰를 마치도록 하겠습니둥둥둥 = ㅂ=!

다시 올라가서 보니 아무말 대잔치 같군요! 괜찮습니둥!

좋은 작품을 써 주신 하늘 작가님께 감사인사를 마지막으로 드리며 마무리 짓겠습니다.

좋은 결과 있으시길 바랍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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