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겨진 공간에 머문 존재의 상실 공모(비평) 브릿G추천 공모채택

대상작품: 의미를 삼키는 집 (작가: 이태윤, 작품정보)
리뷰어: 그리움마다, 17년 9월, 조회 58

지금도 변함없이 교과서에는 김춘수 시인의 “꽃”이라는 작품이 등재되어 있는 지는 모르겠지만

아직 시가 뭔지, 뭘 의도한 것인지를 모를 그때에 공부라는 방향성으로 교과서에 연필로 한없이

똥글뱅이를 그리던 시절에도 전 “꽃”이라는 시를 읽으면서 이런저런 문학적 비유와 핵심 포인트를

파악하기 이전에 가슴속에 팍하고 와닿는게 있더라는 것이지요, 좌우당간 있는 그대로 시를 통해

느낌이 훅하고 온다는 생각을 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냥 그 문장만으로도 뭔가 존재의 가치에 대한

일반론적인 상징적 인식의 세계를 깨우치게 되었다고나 할까요, 아무것도 아닌 하나의 사물에 그

이름을 부여하게 되면 그것으로 인해 존재의 가치가 생겨버린다는 뭐 아주 철학적이면서도 근원적인

존재의 의미에 대한 언어의 역할적 방법론을 단 몇줄의 시어로 인해 배우게 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렇기에 ‘시’라는 것이 아주 대단한 것이 아닌가라는 혼자만의 깨달음을 “꽃”이

라는 작품을 통해 느끼게 된 것인데, 물론 대입시험속의 국어 점수와는 무관했고, 누구나 시를 배운

사람이라면 저랑 비슷한 생각을 했을 터이니 뭐 이 말들은 아무 의미없는 걸로,,

 

 

단순히 존재라는 아주 고차원적인 개념적 의미를 아무것도 모르는 제가 이야기하기에는 뭔가 어려움

이 있습니다.. 그렇기에 여러 문학이나 글에 내포된 비유적 방법으로 많은 작가분들께서 존재의 가치

에 대한 수만갈래의 예를 들어 근원적 존재의 가치적 판단을 대중적 공감과 동의를 얻고자 하시는 것

이죠, 물론 철학을 이야기하시는 수많은 철학자와 인류학자들에게도 존재의 의미는 무척이나 중요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인간이기에 그 존재성에 대한 근원적인 고찰에 대한 심오한 연구는 꼭 필요한 부

분이니까 말이죠, 일개 대중소설속에서도 이러한 존재에 대한 방법론은 일반적인 장르적 영역에서도

충분히 드러내고 있습니다.. 좀비문학에서도 그렇고 SF소설의 영역과 판타지의 캐릭터의 부여에서도

우린 늘 존재에 대한 기본적인 가치적 판단을 하곤 합니다.. 어떠한 방식에서든 우린 존재가 부여된

사물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하죠, 하지만 이러한 존재적 가치를 가진 사물들이 어느순간 그 의미

가 사라지기 시작한다면 어떨까요, 이번에 읽은 작품은 하나의 공간속에서 그 의미가 사라져가는 것

을 막기위해 어떻해서든 우리의 삶속에서의 존재의 이유를 부여하기위해 모든 사물에 이름을 명명하

는, 그래서 세상속에 남겨지기를 바라는 단편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합니다.. 만약 모든 것이

무의미한 공간속에서 명명되지 않은 사물의 의미는 삼켜져버린다면, 우린 어떻게 될까요라는 질문을

작가는 하는 것이지요, 초큼 철학적이지만 장르적으로 볼때도 상당히 호러틱하지요, 함 봅시다..

 

 

친구가 이사한 그 집은 평범해 보였습니다.. 주변에 이렇다할 시설이 없는 공터같은 곳에 덩그러니

놓여진 건물은 약간 쓸쓸한 느낌외에는 큰 의미가 없었죠, 소설속 ‘나’는 이사한 친구의 집에 청소를

해주기 위해서 방문한 날 그가 집안 곳곳에 포스트잇으로 각각의 사물에 표시를 해 둔 것을 보게 됩

니다.. 대단히 집착적인 모습으로 눈에 띄는 모든 것에 이름을 표시한 것이죠, 그리고 ‘나’를 향해

그가 보인 반응은 어제까지 내가 알던 그의 모습이 아니었습니다.. 이상하기도 하고 소름도 끼쳐 나는

부리나케 그 집을 뛰쳐나와 집으로 돌아왔죠, 그리고 다음날 나에게 다시 연락을 해온 그는 어제 내가

만났던 그의 모습이 아니었습니다.. 다시 예전으로 돌아온 듯한 그의 목소리에 어제의 걱정이 나의 설

레발이 아니었을까 생각하며 다시 그의 집으로 향합니다.. 그리고 그를 만나죠, 그의 집은 어제와 다름

없이 포스트잇으로 도배가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그가 하는 이야기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강박적

헛소리로 들립니다.. 그의 공간안에서 그가 이름을 붙여놓지 않은 것들은 어느순간 그 의미가 사라진다

는 것이지요, 그가 이름을 붙여주지 못한 것들은 어느순간 도무지 뭔지 알 수 없는 물건으로 변해버린다

는 거의 이야기에 난 그가 여러 강박적 스트레스와 불안한 심리로 인해 이루어진 상황으로 치부하고 그

에게 일종의 신경과민으로 편안하게 여유를 가지라고 하지만 어제 내가 그에게서 느꼈던 느낌이나 현재

이 공간에서 벌어지는 상황이 일반적이지는 않다는 사실에 소름이 끼치게 됩니다.. 그로 인해 나까지 이

상한 불안감에 휩쓸리게 되는 것 같아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그리고 그가 이름표를 달아놓지 못한 상자

하나를 나에게 주며 이게 뭐같냐는 말에 난 대답을 하지 못하고 그냥 나에게 달라고 합니다.. 그는 뭔지

모르는 그 상자를 나에게 주게 되죠, 그리고 며칠 뒤 나에게 다시 전화를 걸어온 그는 급하게 나를 자신

의 집으로 부릅니다.. 겁에 잔뜩 질린 목소리로 연락이 온거죠, 자꾸만 의미가 사라져버리는 곳에 남겨

진 친구의 집으로 찾아간 나에게 벌어진 일은 과연 무엇일까요,,,

 

 

초반의 진행방향을 보면 상당히 장르적 느낌이 강한 호러의 섬뜩함이 느껴집니다.. 어디선가 본 듯한

이야기의 구성이긴 하지만 뭐 나쁘진 않습니다.. 공간속에서 인간의 존재적 불완전성을 전제로 뭔가

판타지한 느낌으로 공포적 두려움을 선사한다면 개인적으로 환영이니까 말이죠, 그런데 조금 이야기가

진행이 되면서 장르보다는 조금 문학적 존재의 가치로 접근방향을 틀고 있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

게 되더군요, 그래도 상관없습니다.. 전반적인 이야기의 흐름은 호러적 취향으로 이어나갈 듯 싶으니까

요, 그런데 후반부로 갈수록 조금 더 일반론적인 존재의 물음에 더 힘을 싣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나와 그와 세진의 역할론적인 흐름의 방법론은 초반에 제가 느꼈던 장르적 재미가 많이 줄어들어버린

느낌이 들어서 상당부분 안타까웠다고 생각합니다.. 공간적 배경속에서 제시된 존재의 상실에 대한 대

중적 취향이 후반부에서는 인간의 내면과 관계의 상실의 의미로 보다 고차원적인 존재적 고찰로 넘어가

버린 것 같아서 개인적으로는 아쉬웠다는 것이지요, 물론 이런 의도의 존재적 가치에 대한 인식적 이야

기를 선호하시는 독자분들께선 좋은 독서가 되지 않았을까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하지만 존재와 관련된 이야기의 설정과 하나의 공간속에서 남겨진 존재의 상실에 대한 아픔을 작가의

상상력과 흐름에 기대어 아주 농밀하게 표현하고 그려내신 부분은 대단히 매력적입니다.. ‘나’라는 인

물을 통해 그와의 관계와 그의 세상에 놓인 모든 주변 사물들의 존재적 가치를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그 안타까운 모습은 짠하기까지 합니다.. 하지만 후반부의 설정과 연결고리에서 이어지는 구

성에서 연결의 탄탄함이 조금은 부족해보여서 조금 더 구체적인 그와 나의 관계적 설정을 보여주셨더

라면 어땠을까하는 아쉬움과 무엇보다 그에 대한 존재적 의미가 모호하게 설정되어 그에 대한 이미지를

독자적 측면에서 캐릭터화시키는 부분에 있어서는 조금 공감도가 떨어지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하게 됩

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소설이 주는 존재적 가치의 문장의 느낌은 상당히 집중도가 높습니다..

‘나’라는 인물을 중심으로 대단히 가열차게 이어나가는 심리적 농밀함은 독자들에게 즐거움을 주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었구요, 상당히 재미지다고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전 재미있었습니다.. 조금 아쉬

운 부분은 작가님이 충분히 가늠하시고 보완하실 수 있는 부분들이라고 생각하구요, 공간이 만들어낸

존재의 상실의 방법론은 상당히 독창적이고 매력적인 설정이라고 전 생각했습니다.. 앞으로도 좋은 작품

많이 부탁드리고 건필하시고 기회가 되면 작가님의 작품들 많이 읽어보고 싶네요,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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