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감당할 수 있는 지식은 어디까지일까요? 감상 브릿G추천

대상작품: 위대한 침묵 (작가: 해도연, 작품정보)
리뷰어: 노말시티, 17년 9월, 조회 81

인간이 감당할 수 있는 지식은 어디까지일까요?

과학 그 자체에는 가치 판단이 개입할 여지가 많지 않지만, 그 과학을 사용하려면 항상 가치 판단이 필요합니다. 문제는 가치 판단을 위해서는 그 과학을 이해해야 한다는 거죠.

과학 지식의 변경을 넓히는데는 오랜 시간과 깊은 이해가 필요하지만, 넓어진 지평은 일반인의 시선으로도 바라보는 게 가능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안타깝게도 이미, 그런 시절은 끝났습니다. 최첨단의 과학 지식은 해당 연구 분야에 종사하는 극소수의 사람만이 이해하고 있으며, 그보다 좀 더 많은 사람들은 극소수 전문가의 설명에 의존하여 해당 지식을 이해하고, 나머지 대부분의 사람들은 전혀 이해하지 못한 채 오로지 그 전문가의 도덕성을 판단하여 전문가가 내리는 결론을 받아들입니다.

다시 말해 인간이 다루고 있는 지식은 이미 인간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습니다. 비전공자가 과학 기술에 대한 가치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시기는 이미 지났습니다. 일반인이 할 수 있는 건 전문가에게 대중들이 중요시하는 가치를 상기시켜 주는 일 밖에는 없습니다. 멈춰야 할까요? 언제 멈춰야 할 지를 판단하기 조차 쉽지 않습니다. 어쩌면 그건 과학 그 자체보다 더 어려운 문제니까요.

이 소설에서 이야기하는 인류의 미래는 결코 극단적인 상상이 아니라 지금의 인류가 나아가고 있는 명확한 종착점입니다. 우주가 ‘침묵’하고 있는 이유죠.

 

소설에는 수많은, 어쩌면 과도해 보일 정도의 전문 용어들이 등장합니다. 과학적 사실과 작가의 창작이 뒤섞여 있지만 독자 입장에서는 전혀 중요하지 않습니다. 어차피 둘 다 이해하지 못하니까요. 독자는 사실에 대한 논리적인 추론이 아니라 등장인물들의 감정과 태도를 통해 누가 옳은지를 짐작해야 합니다. 이것은 지금의 현실을 비유적으로 나타내기 위한 작가의 의도적인 장치일지도 모릅니다.

그렇다면 인간은 지금껏 이루어 놓은, 그리고 앞으로 추구해나갈 찬란한 문명을 포기하는 수밖에 없을까요. 대다수의 일반인들이 과학을 좀 더 깊게 이해해서 집단 지성, 그리고 집단 감성이 정상적으로 동작할 수 있다면 우리는 좀 더 나아갈 수 있을 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현대인은 이미 그것도 거부하고 있습니다. 누구도 과학을 더 깊게 이해하려 하지 않으며 그런 탐구가 오히려 인간성을 해치는 것이라고 공격하기까지 합니다.

그말은 맞습니다. 지금의 인간에게 허용된 문명은 그 정도 뿐이니까요. 좀 더 발달한 문명을 누리기 위해서는 인간 스스로가 바뀌어야 합니다. 유전공학과 인공지능이 결합된 새로운 형태의 인류로 진화한다면 우리는 좀 더 높은 수준의 과학 기술을 좀 더 안전하게 누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정말로 그게 인간이 원하는 미래일까요?

 

이야기를 읽고 드는 생각들을 이야기의 분위기에 취해 늘어놓아 보았습니다. 완결이 되었으니, 한 번 붙잡으면 끝까지 읽을 수밖에 없는 이 소설이 던지는 메시지에 많은 분들이 빠지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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