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어 있음(정수리 아님) 감상

대상작품: 식사 (작가: 남계현, 작품정보)
리뷰어: 이심염, 2시간 전, 조회 11

이 소설을 처음 읽을 때는, 좀 당혹스러웠다. 우선 분량이 너무 짧았다. 엽편이라지만 3문단으로 이루어진데다가 그 문단들의 길이도 짧았다. 그래서 소설을 클릭했을 때 처음 마주하는, 한 눈에 보이는 분량에 일차적으로 당황한 것이다. 소설을 끝까지 읽자 이차적인 당혹감이 찾아왔다. 서사라고 할만한 줄기는 없는데다가, 당최 어떤 이야기인지, 내 뇌가 인식을 실패했기 때문이다. 짧은 글이라 너무 가볍게 읽은 것인가 하여, 나는 소설을 다시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삼차적인 당혹감이 찾아왔다. 작가에게 한 대 얻어맞고는 도리어 환희의 감정을 느끼는, 나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우선 소설은 처음부터 시선을 이끈다. 화자는 시작부터 국을 먹다 무언가를 씹게 되는데, 이것이 어금니라면서 어떤 사건이 일어날 법한 긴장감을 주는 것이다. 게다가 입 안을 굴려 자신의 어금니가 아니란 걸 확인하는 화자를 통해, 그렇다면 이 어금니는 무엇인가 하는, 궁금증을 자아낸다.

곧이어 국에 대한 묘사가 이어진다. 새뻘건 국, 질긴 고기. 일반적인 고기와는 결이 다른, 특이한 고깃국이라는 걸 통해 독자들의 의아함을 더욱 증폭시킨다. 그리고 뒤이어는 가족들의 어딘가 일반적이지 않은, 꽤 섬뜩한 특징을 말하면서 긴장감을 고조시키고 마지막 문장으로 독자들에게 충격을 쥐어준다. 물론 눈치 빠른 독자라면야 국에 대한 묘사가 나오는 부분부터 전개를 예측했을 수도 있다. 다만 소설은, 그 고깃국에 대한 정체를 확실하게, 끝끝내 말하지 않음으로써 남아 있는 공백을 독자들이 채우게 한다.(예를 들자면 가족들에 대한 묘사가 있겠다. 구성원은 어떤지 어떤 이들인지 등, 구체적인 부분이 비어 있다.)덕분에 전개를 예측하더라도 끝내 필자는 섬뜩함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소설에서 확실히 말하지는 않았으나, 필자는 화자의 가족들이 식인을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것도 연쇄적인.

이 작품은 확실하게 말하지 않음으로써 필자의 상상력을 증폭시킨 뒤, 공포심으로 전환해냈다.

이상 글재주 없는 필자의 지극히 개인적인 주관적인 리뷰문이었다, 부족한 글 읽어주어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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