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작품은 흔한 서사의 문법으로 읽겠다면 ■■ ■■■ ■■다.
최소한의 문장과 상징만으로 본질을 꿰뚫는다. 마치 오랜 수련을 마치고 산을 내려가는 구도자가 득도의 정수를 보여주는 듯 하다.
무엇보다 이 작품은 나에게 한 대 얻어맞은 듯한 충격을 주었다.
흔히 글의 재미를 ‘작가가 준비한 재미를 독자에게 전달하는 것’이라 생각할 때가 있지만, 이 작품은 그보다 더 높은 차원의 즐거움을 보여 준다.
진정한 재미의 정점은, 독자가 스스로 이해해 가는 과정에 있다는 사실.
작가는 답을 설명하지 않는다. 의미를 쥐여주지 않는다.
그저 독자 앞에 조용히 내려놓을 뿐이지만 독자는 그 의미를 따라가며 생각하고, 해석하고, 깨닫는다. 바로 그 순간 글은 단순한 읽을거리를 넘어 ‘체험’이 된다.
이 작품은 나에게 이야기의 차원을 넘어 하나의 깨달음에 가깝다.
자신이 도달한 경지를 가장 순수한 형태로 풀어낸 글. 그렇기에 나는 이 작품을 읽으며 작가가 아니라, 득도를 마치고 내려온 구도자를 보는 듯한 감각을 받았다.
그리고 그것을 애써 이해하고 맞춰 가는 데에서 오는 즐거움.
만일 실험적인 글이었다면, 상당히 성공적인 실험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