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작가 기괴하다. 감상 브릿G추천

대상작품: 신의 사탕 (작가: HY, 작품정보)
리뷰어: montesur, 17년 9월, 조회 285

공포 장르 이야기에 자주 쓰이는 유형들의 이야기를 보다보면 재미난 경향이 보인다.

주변에서 기괴한 일들이 자꾸 일어나고 기억속 어딘가에서는 봉인해 두었던 불쾌한 기억이 되살아나려 하는 상황에서 막판에 ‘옛다! 반전받아라. 그게 다 니가 저지른 나쁜짓에서 비롯된 죄의식 때문에 그런거다!’ 식으로 결말내는 이야기가 하나 있을테고, 도대체 쟤들은 왜그리 악독한지? 이해는 못하겠지만 마치 주인공을 괴롭히기 위한 사명을 받고 태어났다는듯 (작가가 그러라고 만든 도구로서의 캐릭터니 당연한거겠지만..) 어거지로 주인공을 한계상황 까지 몰아넣는 악당들에게 어떤 사건을 계기로 돌변한 주인공이 처절한 응징을 하면서 끝나는 이야기가 또 있을테다.

이런 종류의 공포 장르 이야기는 어느 정도는 도덕적 교훈극의 변용이다. 불쾌 정서와 공포감을 자극하려는 이야기가 본질적으로 도덕적 교훈극이라니 되게 따분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재미나지 않은가?

또다른 유형으로는 순수한 괴물/악당의 매력에 의존하는 작품도 있다. 이러든 저러든 한니발 렉터를 락스타로 클라리스를 그루피로 만들어 버린 양들의 침묵 시리즈나 우리가 익히 잘아는 슬래터 무비들 또는 일본식 원혼 공포 장르들의 괴물들을 떠올려 보시라.

이 괴물들이 얼마나 멋진지, 얼마나 사람을 잘죽이고 겁주는지가 중요한 장르인지라 이런 이야기들은 일종의 위력 과시쇼에 그칠 가능성도 크다.

팬심이란게 어쩔수 없는거지만 고질라와 킹콩이 싸우면 누가 이길지가 당연히 궁금해 지는것처럼 사다코와 가야코가, 프레디 크루거와 제이슨이 맞 붙으면 누가누가 열심히 잘죽이고 겁줄지가 궁금해지기 마련인거고 후속작이 나오면 공포물은 일종의 기록 경쟁 스포츠물로 바뀌고 뭐 그런것 아니겠는가?

HY 작가의 신의 사탕 같은 경우는 도덕적 교훈극의 성격도 간직하고 있고 잘 만들어진 괴물들의 매력으로 독자를 유혹하기도 한다.

이 작품이 기괴한건 전통적인 공포물 요소의 변용이 심하게 뒤틀려 있다는것과 도덕극의 교훈이 작용하는 방향이 기이하다는것 그리고 이 모든걸 아우르는 서술톤이 또 엄청나게 부조화 스럽기 짝이 없다는거다.

피해자가 있고 가해자인 괴물이 있는 이야기 이지만 독자로선 피해자에게 이입을 해야할지 가해자에게 이입을 해야 할지 선택이 모호해진다.

피해자가 겪는 끔찍한 경험 (읽고 있다 보면 몸이 뒤틀리는 느낌을 받을 정도이다..)에 가슴아파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가해자의 행동이 이해가 가고 어느 순간 가해자를 응원하게 되는 순간이 오는데 그때의 싸함이 보통이 아니더란 말이지..

괴물들의 매력도 만만치가 않다. 스스로 괴물임을 인정 하면서도 자신의 존재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화자의 도덕적 갈등을 이해하는 괴물이라니.. 진짜 이상하지 않은가?

그 덕분인지 많은면에서 신체 강탈물이기도 한 본 작에서 하일라이트인 신체 강탈 장면에서 나는 피해자를 응원해야 할지 괴물을 응원해야 할지 진심으로 헷갈리기 까지 했다.

이야기의 설득력을 더해 주기위해 삽입한 ‘신의 사탕’의 설정 역시 뜬금없고 부적절하지 않은가? 싶으면서도 작품 전체의 환상적인 색체와 비논리적 정합성을 강화 시켜 준다는데에서 오히려 효과적이라 느꼈다.

그러니깐 이건 진짜 이상하게 무서운 이야기다. 공포의 가장 큰 요소가 ‘왜 내가 얘들한테 설득 당하고 공감 하고있지?’ 싶은 발견이라건데 그 와중에도 이야기의 톤은 깨발랄하고 경쾌하다니..  몰입하고 괴로워하며 이야기를 읽어 나가다가도 ‘어이구 잘들 노네~’싶은 흐뭇한 감상까지 받는 이야기를 접해 본적이 있었단 말인가?

난 HY 작가의 본작과 또다른 장편 연재작 두편만을 접하고도 단번에 팬이 되었다. 이 정도로 장르 규칙에 충실한 변주를 능란하게 해내면서도 독창적인 이야기를 뽑아낼수 있는 작가라면 그래야 마땅한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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