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AI가 지배하는 세상에서 노동의 가치를 상실한 인간들의 암울한 현실에 대해 말한다. 사람들은 기계보다 느리고 비효율적인 존재로 전락해서 시장에서 퇴출 당했고, 하루 종일 일해도 내일의 끼니조차 기약할 수 없는 절망적인 상태에 놓여 있다. 이에 정부는 빈곤층에 막대한 복지 예산을 투입하는 대신, ‘동면 캡슐 무료 이용권’을 배포하는, 섬뜩하지만 경제적인 해결책을 제시한다. 패치를 통해 하루 22시간을 완벽히 잠재우고 단 2시간만 깨워 필수적인 위생 관리만 하게 하는 시스템. 국가 입장에서는 소비를 하지 못하는 ‘고장 난 부품’들을 가장 효율적으로 보관하는 창고가 된 것이다.
이하 약 스포일러
주인공인 사내가 캡슐을 향하는 이유는 생존에 필요한 ‘시드머니’를 모으기 위해서다. 그가 하루 22시간 동안 잠들어 있는 동안, 자동 투자 AI가 그의 쥐꼬리만한 예금에 미세한 수익을 더해주기 때문이다. 깨어 있으면 필수 지출만으로 금세 사라질 푼돈을 잠을 통해 고스란히 보존하고 조금이나마 플러스로 돌리려는 생존 전략인 것이다.
그러나 그는 1년이 지나고도 아무런 성장 없이 수명만 1년 줄어든 사내가 되었다. 옆 캡슐에서 깨어난 젊은 여성을 통해 비참하게 대조되는데… 노인과 청년, 장애인들에게는 배고픔과 멸시를 피하기 위한 ‘망명’이었던 이 동면은, 값비싼 휴대폰을 쥔 여성에게는 그저 신기하고 가벼운 ’22시간 체험 코스’이자 ‘꿀잠’에 불과했다. 사내의 고막을 찌르는 그녀의 웃음소리는 작품 속 계급적 양극화를 잘 보여준다.
사내의 내면에서 무언가 끓어오르다 이내 고개를 떨구는 비참함이 보인다. 그것과는 대조적으로, 식당 벽면의 AI 앵커가 흐트러짐 없이 말을 이어간다. 인간의 활동을 잠재운 덕분에 환경 파괴가 이례적으로 감소하고 국가 경제가 비약적으로 도약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하지만 이것은 완벽한 시스템의 뒷면에 그려진 인간성의 상실을 분명하게 드러내는 역할을 한다. 기술의 발전과 효율성이라는 것이 인간의 존엄성을 어떻게 소외시키는지 보여주는, 짧지만 묵직한 디스토피아 소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