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도 일어날지도 모를, 일상 속의 낯선 짜릿함을 찾아서 감상

대상작품: [소소한 괴담] – 1. 쫓아오는 여자 (작가: 신진오, 작품정보)
리뷰어: 적사각, 4시간 전, 조회 10

 무서운 이야기 좋아하세요?

 저는 좋아합니다. 어릴 때는 무서운 이야기를 절대 읽지도 보지도 못할 만큼 겁이 많았습니다. 그렇지만 이상하게도 학교 도서관 구석에 놓인 무서운 이야기 모음집이 무척 신경 쓰였습니다. 기괴한 삽화가 그려진 표지만 보고 가슴이 뛰어 다시 책장에 집어넣기를 여러 번. 마침내 용기를 내여 첫 페이지를 넘긴 그날, 저는 색다른 경험을 했습니다. 마치 영하의 냉동고에 들어간 것처럼 온몸에 소름이 돋고 뒷덜미가 서늘해졌습니다. 결국 그날 밤은 악몽을 꿨지만요. 그 대가로 저는 ‘괴담’이라는 세계를 들어갈 수 있는 입장권을 얻었습니다. 아주 값진 경험을 한 셈이죠.

 여러분은 처음 읽은 괴담을 기억하세요?

 저는 기억합니다. 유명한 ‘빨간 휴지 줄까, 파란 휴지 줄까’류의 이야기였습니다. 물론 원전 그대로는 아니었고 당시 시대 배경과 어린 독자의 연령에 맞게 각색된 버전이었죠. 비가 억수같이 내리는 날 학교에 갇힌 두 소년이 주인공이었는데, 훗날 다시 접한 괴담에서는 초등학생이 고등학생으로, 소년이 소녀로 바뀌어 있었습니다. 그외에도 다양한 바리에이션과 만났습니다.

 이처럼 독자의 눈높이에 맞게, 시대의 흐름에 따라 끊임없이 형태를 바꾸며 우리 앞에 나타나는 점이 무서운 이야기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괴담이 거기서 거기라는 이야기를 하려는 건 아닙니다. 겉모습은 비슷해 보여도 그 안에 담긴 ‘공포의 핵심’은 매번 달랐습니다. 제가 읽었던 소년 버전은 ‘부모님 말씀을 잘 듣자’는 교훈적인 결말로 맺지만, 여고생 버전은 ‘과도한 질투는 결국 자신을 해친다’는 사춘기 특유의 뒤틀린 심리를 다뤘습니다.

 제 이야기가 너무 길었네요. 이렇게 길게 이야기한 건 이번에 읽은 신진오 작가님의 <소소한 괴담 시리즈>는 바로 괴담의 현대적 변주가 무엇인지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총 아홉 편의 짧은 이야기로 구성된 이 단편선은 우리에게 제법 익숙한 이야기를 가져오기도 하고 생전 처음 들어보는 기이한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것들 모두 재밌고 한 번쯤 겪어볼 법한 일을 적절하게 비틀었다는 공통점을 찾을 수 있었어요.

 ‘쫓아오는 여자’와 ‘남이 쓰던 번호’는 현대인의 일상에 찰싹 달라 붙은 이야기입니다.

 ‘쫓아오는 여자’는 당장 오늘 저녁 길거리를 나설 때 남녀노소 누구나 겪을 수 있는 공포를 다룹니다. 길을 전세 낸 것이 아니라면 누군가와 같은 방향으로 걸어야만 하는 상황 속에서 피어나는 낯선 이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과 미묘한 심리, 그리고 이야기가 끝났을 때 따라오는 상상이 소름 끼치게 만듭니다.

 ‘남이 쓰던 번호’는 스마트폰이 신체 일부가 된 현대인이라면 한 번쯤 겪어봤을 ‘잘못 보낸 문자’를 소재로 합니다. 사소한 호기심이 불러온 나비효과가 진실일지 모르는 상상으로 뻗어나갔을 때 어깨를 움츠렸습니다.

 일상에 상상력을 한 줌 더한 이야기들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공중화장실에서 들리는 아기 울음소리’, ‘이세계로 가는 엘리베이터’, ‘폭우가 쏟아지던 밤에 편의점을 찾아온 손님’, ‘우리 부대에서 겪은 고양이 귀신 썰’은 제목만 보면 결말이 예상되지만 실제 내용은 예상을 벗어납니다. 신진오 작가님이 독자를 끌어들이는 힘과 상상력을 제대로 느낄 수 있습니다.

 아홉 편 모두 저마다의 매력이 도드라지지만 개인적으로는 ‘PC방을 찾아온 수상한 남자’와 ‘나는 네가 불행했으면 좋겠어’가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두 이야기 모두 초자연적인 존재보다 더 무서운 것은 결국 ‘사람의 악의’라는 점에서 실제로 일어날 법한 공포에 더해 뒷맛이 씁쓸했습니다. ‘PC방을 찾아온 수상한 남자’는 뉴스에 나올 법한 이야기를 주인공이 겪지 않는 점에서 무서움에 이어 다행이라는 안도감을 주지만 ‘나는 네가 불행했으면 좋겠어’는 일을 겪지 않아서 다행이라는 안도감에 이어 가장 친한 친구의 배신이라는 씁쓸한 뒷맛이 뒤따라와 안타까우면서도 현실을 돌아보게 했습니다.

 아홉 편의 짧은 소설은 화자가 직접 이야기를 들려주는 방식을 가지고 있는데 이것 역시 공포심을 끌어올리는 데 한몫합니다. 친한 친구가 아무도 모르게 비밀 얘기를 들려주는 것 같아 더 귀 기울여 듣는 기분이 듭니다. 눈으로 읽고 있는데도 말이죠.

 괴담은 ‘나에게도 일어날지도 모른다’라는 서늘한 상상력에서 생명을 얻습니다. 아홉 편의 짧은 소설을 전부 읽고 나면 우리가 매일 오가는 엘리베이터, 편의점, 길, 손에서 놓지 않은 스마트폰이 조금 낯설게 보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것이 우리가 괴담을 읽으며 기대하는 가장 짜릿한 즐거움이 아닐까요?

 어린 시절 도서관에서 느꼈던 그 값진 경험을 다시 한번 경험하고 싶은 분들께 <소소한 괴담 시리즈>를 감히 추천합니다.

 잠이 오지 않는 밤, 한 번 도전해보시는 건 어떨까요?

 부디 여러분의 밤이 너무 길지 않기를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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