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남자가 죽었다.
그리고 그 남자가 머문 곳은 저 너머의 세상이 아닌
사랑하던 여자의 눈 속이었다.
눈 속에 갇힌 남자.
빛이 허락되는 것은 눈꺼풀이 열리는 순간만이었다.
이곳은 그녀가 바라보는 세상만이 허락되고 있었다.
여인이 바라보는 세상과, 남자의 잔영이 함께 펼쳐졌다.
그녀는 모르지만, 하나의 눈에 두개의 심상이 존재했다.
두 사람의 기억이 스쳐 지나는 암실 속은 현실일까 아니면 과거인걸까?
유리된 남자의 영혼과 함께 시간 역시 부유할 뿐이었다.
메마른걸까. 아니면?
눈물이 없던 것은 사실은 현실의 체감이 늦었기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인정하지 않으려는 것 처럼, 박살난 기억의 파편을 모으다 남자의 잔영이 되었는지도.
수없는 의식과 무의식을 지나.
마침내 수면상태의 눈알이 구른다.
마지막 까지 붙들어 보려고 하는 노력이었을까?
하지만, 결국 눈물이 흘렀다.
미련이었다. 어쩌면 영혼일지도.
원하던 원하지 않던 결국 어디로 사라질 수 밖에 없는.
두개골 안에는 빛이 없다.
마음은 화가와 같아서 모든 세간을 그려낸다.
거울 속의 나조차도 어쩌면 환각이다.
눈 속이다.
당신이 보려면.
2.
존재는 어쩌면 기억의 연쇄일지도 모른다는 말이 있다.
기억이라는 물감을 팔레트에 짜놓고, 지금 눈앞의 세상을 계속 덧칠하듯이 만들어 간다.
제행무상. 그리고 일체유심조.
모른다. 애당초 남자는 거기 있었는지도.
맨 처음의 화엄경.
결국은 불화로 그려 내걸어야만 할 슬픔이었다.
3.
……
…
“한번도 본 적 없는 시각장애인은? 어떻게 되는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