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멸하는 아름다움에 대한 집착 감상

대상작품: 만화경 눈의 아가씨 (작가: 아르샤트, 작품정보)
리뷰어: VVY, 4시간 전, 조회 9

주인공은 영 사교성이 없는 인물로서 아름다운 보석에만 빠져 있다. 자작으로서 가진 재산도 차분하고 보석 세공사 노릇을 하며 취미를 충족하는 것이 삶의 기쁨이다. 그러나 수차례 시행착오를 겪은 끝에 그가 완성하려던 불멸의 걸작은, 마지막 보석 단 두 군데가 자리할 공간을 남겨놓고 교착에 빠진다. 신경질적으로 굴던 찰나, 그는 만화경 눈의 아가씨를 만났다. 그가 최고의 미를 추구하며 세공한 목걸이조차 아름다움이라는 낱말을 양보하는 그 두 눈을 보고, 아찔한 감정에 사로잡힌다. 그리고 번뇌한다. 내가 그녀를 사랑하는 걸까? 어쩌면. 하지만 보석과 달리, 그녀는 불멸하지 않는다.

<만화경 눈의 아가씨>는 익숙한 고딕소설의 문법으로 독자를 끌어당기고, 귀족적인 양식미로 그 팬층의 눈을 즐겁게 한다. 예상되는 비극을 향해 내닫는 불안하고도 멈출 수 없는 집착. 그리고 양극단의 거울과 같이, 그 내면의 번쩍이는 심리를 외연에 투영하는 찬탄조의 서술. 고딕의 감성만이 전할 수 있는 모순된 정수가 잘 담겼다. 소설은 이에 더해 독특하게도 보석 세공에 대한 전문지식이 아주 세밀하게 제시되어, 신선한 즐거움과 동시에 보석에 천착하는 주인공의 모습을 광적으로 전달하는 효과까지 얻었다.

만화경 눈의 아가씨의 입체적인 모습 또한 따로 기록해 둘 만한 장점이다. 모친과의 관계에서 비롯된 인물 조형이 워낙 잘되었기 때문에, 오히려 단편으로 끝나는 것이 아쉬웠다. 그러나 동화 같은 결말을 내고자 함부로 이야기를 덧댔다간 지금과 같은 감상을 얻기란 어려웠으리라. 장르의 팬으로서 숨막히게 즐긴 글이지만, 한편 작가로서 장르의 틀에서 한 발 더 나아갈 여지를 고민하게 하는 작품. 참 매력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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