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하게도 마무리가 훈훈하면 그 앞에서 있었던 온갖 풍파와 공포와 갈등이 사르르 녹아버리는 것 같습니다. 분명 어릴 적 내 가장 친한 친구의 사촌 동생이 내가 본 모습을 마지막으로 시체조차 찾지 못했고, 그 동생을 떠올리며 바꾼 가사가 무시무시한 단서가 붙어 지역을 뒤덮고 전국으로도 퍼졌으며, 나를 포함해서 8명이었던 수련회 인원은 어느새 한 명이 늘었지만 누가 중간부터 들어왔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고, 그걸 넘어서 아이를 많이 가질 생각이 없던 내게는 이미 비슷한 또래의 아이가 셋이나 있는데 어쩌다 이런 결정을 한 건지도 도통 떠오르지 않았어도요.
평행 세계를 넘나드는 작품의 주인공은 보통 자기 힘으로 넘나들거나 어떤 도구를 이용해 자의적으로 넘어가니 몰랐던, 이 세계는 내가 있던 곳과 다른 걸 나만 알고 있는 상황이 섬뜩하고 오싹했습니다. 안 그래도 인간은 처음 만나는 다른 사람들이 자기만 빼고 공을 주거니 받거니 하기만 해도 울적해져서 업무 능력이 떨어진다는데, 내가 기억하는 걸 전혀 모르는 세상에서 교회도 다니고 취직도 하고 연애도 하고 결혼해서 아이까지 셋이나 키워낸 주인공이 굉장하게만 느껴졌습니다. 그것도 이런 현상은 없고 다 자기 착각이었을 뿐이라고 부정도 하지 않은 채로요. 거기서 끝나지 않고 결국 실마리를 만나 단단한 가설을 세운 모습은 정말 멋지다는 말밖에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그 노력에 보답하듯 마지막에 밝혀지는 청자의 정체도 박수갈채를 드리고 싶을 만큼 금빛으로 반짝였고요.
자기도 어리고 보살핌받으면서 더 작고 어린 다른 아이를 돌보던 그 아이가 어둠 속에서 헤매지 않아서, 시체로 발견되지 않아서, 죽어서도 주인공이 만든 노래에 이끌려 집 아닌 곳을 떠돌지 않아서 다행이었습니다. 귀신이, 모르는 사이에 일행이 된 사람이, 그 사람을 알고 있는 기억이 무서웠지만, 훌륭하게 커서 꿈을 이룬 금발의 그 아이에게 오랜 죄책감을 털어놓은 주인공에게는 그저 혼란스러웠던 옛날에 겪은 경험에 불과하겠죠.
흔하게 다뤄지는 설정을 일인칭 시점으로 제한하면서 생긴 공포가 새롭고 즐거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