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소설을 읽기 전에, 우리는 한 가지 약속을 해야 한다. 이 세계에서는 ‘다잉 메시지’를 살인 사건에 대한 가장 타당하고 과학적인 증거로 채택하고 있다는 점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어이없고 황당하다고? 그렇다면 소설의 제목을 다시 읽어 보자.
이 소설의 제목은 「다잉 메시지가 지극히 당연한 세계의 살인」이다. 추리소설의 고전 중에서도 고전이라 할 수 있는 셜록 홈즈 시리즈에도 비과학적인 설정이 등장하여 현대 독자들의 비판을 받곤 한다. 때로는 오직 범인과 셜록 홈즈만이 알고 있는 기이한 동식물을 이용한 범죄가 등장하며, 그런 생물은 실존하지 않음을 뒤늦게 알게 된 독자는 탐정에 대한 믿음이 흔들리기도 한다. 이 소설은 제목에서 설정을 정직하게 밝히고 있다는 점에서 가산점을 줄 만하다.
우리가 사는 현실에서는 다잉 메시지를 볼 일이 없다고 해도 무방하다. 죽어 가는 피해자에게 메시지를 남길 만한 마지막 힘이 있다 해도, 짧은 시간 안에 복잡한 퍼즐을 구상하는 대신 범인의 이름을 적는 식의 간단한 방법을 택할 것이다. 하지만 이 소설에서는 도입부에서 명확히 밝히는 바와 같이, ‘해가 동쪽에서 뜨듯이 사람은 살해당하면서 다잉 메시지를 남긴다’는 사실이 ‘과학적으로’ 증명되었다. DNA 감식 등의 수사 기법은 오히려 신뢰성이 떨어지는 부차적인 방법으로 취급받는다.
작중 탐정 역할을 맡은 장 형사와 김 형사도, 그들이 형사인 만큼 이런 사실을 누구보다도 잘 숙지하고 있는 인물들이다. 피해자 장영철의 친척이기도 한 장 형사는 능숙하게 사건 현장을 정리하고 다잉 메시지를 찾아 사건을 풀어 나가며, 김 형사 또한 장 형사를 거들며 사건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낸다.
이야기 속 사건을 추리하는 데에는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단편이기도 하지만, 다잉 메시지만 해석하면 사건이 해결되는 만큼 살인 방법이나 알리바이, 살인 동기에 분량을 많이 할애하지 않기 때문이다. 때문에 형사들과 함께 그림을 그려 가며 다잉 메시지를 추리해 보는 것도 이 소설을 즐기는 좋은 방법일 것이다. 물론 탐정과 두뇌 싸움을 하는 대신, 탐정이 단서를 발견하면 함께 놀라고 탐정이 범인을 찾으면 함께 박수를 치는 나와 같은 유형의 독자들을 위한 즐거움도 결말부에 마련되어 있다. 이 소설의 진짜 반전은 끝에 숨어 있기 때문이다.
다잉 메시지를 해석하면 사건을 해결할 수 있는 세계에서, 다잉 메시지를 ‘잘못’ 해석하면 어떻게 될까? 수많은 추리소설에서 어설픈 경찰이 엉뚱한 사람을 범인으로 몰아갔듯이, 피해자가 지극히 과학적인 다잉 메시지를 남겼다 해도 억울하게 범인으로 지목되는 사람이 나올지도 모른다. 다행히 이 소설에는 이리 보고 저리 봐도 같은 사람을 범인으로 지목할 수밖에 없는 훌륭한 다잉 메시지가 등장하지만, 결말을 보고 나는 이 세계에서 다잉 메시지 때문에 잘못 체포되는 사람이 나오지는 않을지 염려하게 되었다. 끝내 그 정답을 알려 줄 이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유머 요소가 짙은 단편인 만큼 너무 진지하게 고민할 필요는 없겠지만, 만약 같은 세계관으로 다음 작품이 나온다면 다잉 메시지를 잘못 해석한 탓에 평판이 추락한 탐정이 등장하면 어떨까 하는 바람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