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성의 반역 단상

대상작품: 외계인의 방 (작가: 배현, 작품정보)
리뷰어: VVY, 1시간 전, 조회 6

같은 작가님의 터진 베텔게우스에 이어서 읽었는데, 이 작품도 똑같이 열등감의 테마를 공유한다. 다만 ‘외계인에 대한 인간종의 열등감’으로서 본작이 조금 더 알레고리화되어 있다. 작가님의 주인공들은 평범하고 싶었으나 그보다는 조금 뒤떨어짐에, 일상의 패배감에 절어 있다. 무감각한 면모가 과장되고, 되는 대로 몸을 맡기는 묘사를 보면 약간 덜떨어진 모습조차 느껴진다. 모자란 상태를 원하지는 않지만 받아들인 상태. 그 담담함이 묘하게 흥미롭다. 워낙 당연하다는 듯 받아들이니 독자도 문득 이에 따르고 있음을 깨닫는다.

본작에서 주인공은 우등한 외계인을 추종하며 스스로 열등종을 자처하지만, 막상 외계인을 맞이할 기회가 오자 인간과 크게 다를 바 없는 감정적 모습에 실망한다. 불쾌한 외계인의 행태가 무심했던 그를 자극하고, 점차 부정한 반역의 마음이 싹튼다. 주인공에게 동화된 독자에게도 그 마음이 그대로 전이되고, 짧은 전운은 곧장 결말의 만족스러운 폭력으로 이어진다. 우열의 전환을 드러내면서.

그럼에도 주인공은 여전히 얼마간 모자란 사람처럼 보인다. 바로 이 점이 작중 내내 흐르는 무심함, 어떤 감정적 동요나 명분이라기보다 그저 우열의 법칙에 따라서만 행동하는 주인공의 성정을 고스란히 보여줌으로써, 다른 요소를 배제하고 폭력과 전세역전이 주는 만족감에만 집중하게 해준다. 이 작품은 사회적 우열 밑에 덮인 내용물의 평등함을 얘기하는데, 이를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데 적합한 도구를 찾아내 제대로 사용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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