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공포영화의 줄거리를 세 줄로 요약한다면 비슷한 이야기일 것이다. 장르 영화/ 소설의 팬은 비슷한 이야기를 표절로 받아들이지 않고 규칙으로 이해한다. 매년 비슷한 이야기의 영화/ 소설이 나오지만 독자들이 열광하는 건 그 이야기가 얼마나 새롭냐가 아니라 익숙한 이야기를 어떻게 변주시키고 표현하는지 체험하는데 있다.
단편 <멍자국> 또한 그렇다. 공포소설 분류에 따르자면 가위 체험담이라 부를 수 있다. 대학생인 주인공은 휴가철을 맞아 가족들과 민박집에 묵게 되고 그날 밤, 창 밖에서 그녀를 노리는 손을 발견하게 되는데…… 정도로 요약되는 이 소설의 큰 장점은 촘촘함이다.
소설의 초반, 작가는 공을 들인 묘사와 서술로 독자가 주인공에게 리얼리티를 부여하게 만들었다. 언니와 대화, 부모님이 휴가를 즐기는 모습, 고등학교시절 귀신보는 친구 이야기, 가족과 휴가를 보내는 나의 심정. 단선적인 글의 구성이 아닌 입체적으로 상황을 구성하여 픽션이 아니라 실제 경험담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글에 생생함을 불어넣는 문장 구성력이 놀랍다. (특히 이건 나에게 부족한 재능이라 더더욱 더 부럽다)
하지만 이런 장점은 결말에 이르러 단점으로 바뀐다. 플롯구성을 볼 때 기승부분은 장편소설의 무게감을 가진 것에 비해 전과 특히 결이 얇은 선의 느낌을 준다.
초반에 다정했던 가족들은 왜 결말에 가서 나의 말을 일방적으로 무시하는지 , 엄마행동의 미스테리함이 공포감을 만들지만 뜬금없는 느낌도 든다.
중간에 설명이 필요한 전개가 빠진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초반부에 워낙 몰입을 하며 읽다보니 결말부분이 더욱 아쉬운 감이 있다. 하지만 초반과 중반까지의 빛나는 묘사덕분에 결말이 아쉬운 것이지 소설 전체적으로 재밌고 읽을 가치가 있는 소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