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외면한 ‘귀머거리의 꿈’ 감상

대상작품: (작가: , 작품정보)
리뷰어: 그리움마다, 17년 8월, 조회 74

가끔 한번씩 심하진 않지만 약하게 귀에서 머리 전체를 울리는 삐익거리는 소리가 나곤 하더라구요,

전 그게 이명이라고는 생각치도 못하고 한번씩 어지러움증으로 인해 발생하는 뭐 그런 감각적 느낌

이라고 생각하고 별다른 신경을 쓰지 않았죠, 그런데 이 어지러움증 때문에 병원에 진료를 받으면서

의사가 하는 말이 약한 이명이라고 하더군요, 딱히 치료약제가 존재하진 않는다면서 약한 이명의 경우

는 심리적 안정과 스트레스 블라블라,,, 하더라구요, 지금도 심하진 않지만 간혹 삐이익거릴때면 머리

가 멍해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나 지속적이진 않아서 생활에 큰 문제는 없어서 그러려니 하고 살

아가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월급쟁이 중년남성의 삶은 거의 도인 수준에 이를 수 있을테니 말이죠,

늘 하는 말이지만 우리나라에서 서민생활 40년이면 ‘공중부양’도 가능하리라 여겨집니다.. 아님말구요,

 

 

언젠가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귀가 들리지않는 가족을 만난 적이 있습니다.. 뭔가 물어보는데 많이 당혹

스러웠던 기억이 나요, 그분들에게는 자연스러운 ‘당혹한’ 대면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그분들이 저의 행

동을 오해하시진 않을까 안절부절했던 기억도 나구요, 듣지를 못하시니 입모양으로 질문을 하시는데도

처음에는 잘 모르겠더라구요, 그때는 스마트폰도 없을 때라 길찾기가 어려울 때였던 시절이었죠, 저 역

시 손짓발짓 입모양으로 설명을 해드리려고 했는데 오히려 더 혼란만 가중되어서 식은땀이 줄줄, 그런

상황에서 그분의 어린 딸이 조용히 수첩을 내밀더군요, 산청 생초, 어디?라고 적힌 내용을 보고 아하,

다행이 아는 지역이라 진주 지나서 사천 가기전 대전,통영 IC로 대전방향 상행선 타고 산청 지나면 생초

IC 이정표 나옴,이라고 적어더렸죠, 저 착하죠,(?!) 착하기는 개뿔, 원래 그렇게 하는게 대단히 일반적인

소통임에도 전 착하죠,라고 말하는 것 조차도 일종의 차별적 편견이 머리속에 잠재되어 있지 않나하는 생

각을 하게 됩니다.. 그분들도 고개를 몇번이나 숙이시던 지, 한참동안 손도 잡아주시고 웃는 얼굴로 입모

양으로 고맙다고 하시는데 오히려 더 당황했던 기억도 납니다.. 사실 본의아니게 장애를 가진 분들을 대할

때면 당혹스러운 표정이나 상황적 난감함으로 인해 그들에게 오해를 살까봐 걱정이 되는 경우가 많죠,

그래서 오히려 그런 상황을 피하고 싶게 됩니다.. 저 역시 순간적으로 든 생각은 빨리 이 자리를 뜨고 싶다

는 모면적 기피가 우선시 되더라구요, 그런 상황들이 더욱더 그분들에게 상처를 줄 수 있음을 알지만 이기적

감정이 앞서는 경우가 허다하죠, 그렇게 기피하고 외면하다보면 장애를 가지신 분들은 사회의 비장애인들과의

소통이 더욱 힘들고 어려워지고 홀로 견뎌내야하는 상황이 생활처럼 되어버리는것이죠,

 

 

 

개인적으로 볼때는 인간의 본질은 선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사회라는 테두리에 묶인 인간의 형태는 대단

히 자기 위주의 삶으로 점철되어 살아가게 되죠, 이 작품을 읽으면서도 그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귀머거리

의 꿈”이라는 제목읠 짧은 단편이 주는 감성적 느낌은 작품을 다 읽고 나서도 한참동안 머리속에서 맴돕니다..

창수라는 이름의 남자는 어디에선가 사각사가거리는 소리를 듣게 됩니다.. 들을 수 없는 창수에게 그 사각거리

는 소리는 너무나도 행복한 소리인 것이죠, 듣지 못하는 사람에게 처음으로 들려오는 소리라면 그 소리의 정체

를 찾고 싶은 것이죠, 그리고 유일하게 들려오는 사각거리는 소리를 절대 놓치고 싶지 않은 것일겁니다.. 창수

는 처음으로 자신의 존재의 이유를 알려주는 듯한 사각소리를 어떻게해서든 찾아내고 싶은 것이었죠, 그러나

언제나 찾아서 움직일때면 그 소리는 사라져버리는 안타까움에 일종의 숨바꼭질처럼 즐거우면서도 그를 힘들게

하는 행위를 자신의 집안에서 홀로 몇날 며칠을 하곤 했습니다.. 혼자인 창수는 귀가 들리지 않는 장애로 사회

복지사의 도움으로 홀로 생활하지만 집안은 쓰레기더미로 쌓일 정도로 외부와는 단절된 생활을 하고 있죠, 밖의

세상은 창수와 전혀 소통이 이루어지지 않고 오히려 그들은 자신들과 함께 할 수 없는 아웃사이더로 창수를 인식

하는 듯 합니다.. 창수에게 쏟아지는 관심은 비장애인들이 자신들과는 함께 할 수 없다는 외면적 차별만 존재할

뿐입니다.. 사람들은 창수에게 감정적, 육체적 모멸감과 위해를 있는 그대로 쏟아내는 차별을 아무렇지도 않게

자행합니다.. 정말 아무렇지도 않게 말이죠, 누구나 그렇게 하는 듯이, 그리고 집안에 홀로 남겨진 창수는 여전

히 사각거리는 소리에 집착하게 됩니다.. 이제는 그 찾을 수 없는 소리가 그에게 분노를 일으키게 되죠, 그리고,

 

 

아주 매력적인 작품입니다.. 짧은 단편속에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절대 가볍지 않은 사회적 차별과 불

통과 인간이 사회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드러내는 대중적 이기심을 장애인의 심리와 감정을 통해 대단히 농밀하게

표현해내고 있는 듯 합니다.. 이 소설속에 주인공인 창수라는 인물에게 다가오는 이 세상의 비장애인의 행동은

지랄맞기 그지 없는 비이성적인 모습입니다.. 우리의 자화상이죠, 이 소설에서 보여지는 상황만큼 극단적이진 않

겠지만 우리 역시 우리와 다르다는 이유로 그들에게 차별적 시선을 아무렇지도 않게 드러내고 살아가고 있는 건

아닌 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제가 이런 생각을 했다는 이유만으로도 이 작품이 주는 느낌

은 상당히 뛰어나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저에게는 그렇다는 것이지요, 좋은 작품이네요, 창수의 시선과 창수의

심리와 창수의 아픔을 자극적이지 않게 담담하게 그려내지만 그 속에 담긴 아픔의 무게는 엄청나다는 것을 마지

막 밝혀지는 진실로 우린 알 수가 있는 것입니다.. 짧은 단편에 불과할 수도 있겠지만 제가 생각하는 이 소설의

집필 의도를 작가님이 퇴고하기까지 많은 고민을 하셨지 않을까 싶습니다.. 많은 작가님들께서 짦고 길고와는 상

관없이 하나의 작품의 결과물을 이끌어내시는데 얼마나 많은 고생을 하시는 지 알고 있습니다만, 개인적으로 이

작품에 대해서는 작가님의 고민의 흔적을 엿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근데 또 알고보면 일필휘지의 천재적 문

장력으로 쉬이 집필하셨다면, 그것 또한 대단하시다고 말씀드려야겠지요,

 

 

일단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창수라는 인물에 대한 고민이 작품의 전반적인 감성에서 보여집니다.. 그리고 주변인

들의 모습과 일반적인 삶의 이면에 놓여진 위태위태한 장애인들의 아픈 삶의 모습도 대단히 실감나게 그려주신

것 같아서 전 무척 좋았습니다.. 단편소설이 주는 깔끔한 마무리의 기법도 즐거웠습니다.. 처음에는 읽고나서

뭔가 허전한 느낌이 있었는데 처음부터 다시 한번 살펴보니 대단히 매력적인 단편의 의도를 잘 살리셨다는 생

각이 들어서 전 개인적으로 상당히 뛰어난 단편소설중 한 작품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가지게 됩니다.. 물론 몇

몇 문장의 느낌과 마무리에서 드러나는 진실의 반전과 관련된 주변상황이 조금은 더 다듬었으면 좋겠다라는 비

전문가적 감상을 적는 것이 너무 칭찬만 해대는 것보다 뭔가 객관적으로다가 보이는 것 같아서 일단 그렇게 적고,

역시나 많은 작가님들이 계신 브릿G에서 처음으로 접한 작가님이시라 이런걸 ‘득템했다’고 요즘 아이들이 하는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느낌이 들 정도 좋은 작품을 읽은 것 같아서 행복합니다.. 부디 좋은 작품 많이 집필

하셔서 많은 대중독자분들에게 사랑받는 작가님이 되시길 기원합니다.. 건필하세요, 퐈이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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