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섭지만 짜릿한 진짜 비밀과 복수 감상

대상작품: 로스트 (작가: 배명은, 작품정보)
리뷰어: 일요일, 12시간 전, 조회 6

말이 많고 불안한 사람들을 유난히 싫어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 사람들은 더이상 비밀을 감출 수가 없다. 마음 속에 있는 말을 다 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것처럼 눈 앞에 있는 사람이 어떤 사람이든지 그들은 모든 것을 말해버리고 만다. 대체로 큰 일을 당한 사람들에게 벌어지는 일들이다. 누가 이 사람을 아시나요, 제가 사랑하는 사람입니다. 어디론가 사라졌습니다. 흔한 이야기같지만 닥친 당사자에게는 이보다 더한 비극이 없다.

유하는 그런 비극을 냉소적으로 바라보는 인물이다. 그렇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이 비극의 사건은 예상과는 다르게 흘러간다. 사건에 구원은 없고 폭력은 그칠 줄 모른다. 그렇지만 이야기가 험악해질수록 이 세계는 점점 더 단단해지는 것 같다. 이게 하드보일드의 매력일까?

<로스트>는 속내를 알기 어려운 주인공 유하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본다. 유하는 자신의 비극을 떠벌리고 다니는 규진을 꾸짖고 경고하고 협박한다. 세상은 연인들을 공격한다. 연인들만이 아니라 그 안에 있는 무뢰배들도 마찬가지다. 그들 역시 이 딱딱하고 험악한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 인상쓰고 협박하고 욕하고 폭력으로 무장한다. 더 큰 폭력에 지지 않겠다는 듯한 각오는 또 다른 폭력 앞에서 무너지기도 한다.

이야기에서 가장 강력한 것은 바로 복수를 향한 집념이다. 누구에게나 복수하고 싶은 것이 있다. 복수를 한대도 되돌릴 수 없는 일만 즐비하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복수를 포기하지 않는다. 누군가는 복수를 떠벌리고 누군가는 비웃고 누군가는 남에게 떠넘기고 무시한다. 그럼에도 사람들의 마음 속에는 이 험악한 세상에 부딪쳤다 깨진 기억이 있다. 그리고 그 기억에 대한 복수는 짜릿하다. 절대로 이길 수 없을 것 같은 세상 속에서도 집념과 고집으로 몇 년을 기다렸다가 하는 복수에서는 피와 눈물처럼 짭짜름한 쇠비린내가 나는 것 같다. 배명은의 <로스트>를 읽는 동안에는 내가 지하철이나 회사 혹은 식당의 작은 테이블 앞에 앉아있는 것이 아닌 것 같았다. 누군가는 마작을 두고 있고 삼합회가 돌아다니는, 경찰조차 무능력해지는 도시 한가운데에 버려진 느낌이었다. 내가 사는 삭막한 도시와는 다른 또 다른 이상한 도시를 생각하면 어쩐지 기분이 홀가분해지는 것은 왜일까. 누군가의 복수가 짜릿했기 때문일까 아니면 다른 나라의 아무도 모르는 골목을 헤매는 듯한 기분이 싫지 않았기 때문일까.

쉬는 날, 좀 더 먼 곳으로 떠날 수 없는 노동자들에게 강렬하고 짜릿했던 <로스트>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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