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Q. 소설을 읽기 전 예상했던 내용과 실제 내용의 차이?
A. 소설의 초반에는 작품 제목처럼 ‘흑백의 예술가’의 모습에 초점을 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일종의 SF 성장소설인가, 하고 예상했었습니다. 단순하게 흑백으로만 세상을 바라보는 예술가가 어떻게 성장하는가를 보여주는 소설이라 생각했던 것이죠. 그러나 초반을 살짝 지난 이후부터의 내용은 제 예상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습니다. 성장소설이라기보다는 디스토피아적 미래에서 불노불사와 인공지능, 인간다움 등 우리가 어쩌면 실제로 도래하게 될지도 모를 세계에서의 여러가지 함의들에 좀 더 방점을 두는 소설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Q. 소설을 읽으며 느꼈던 점
A. 사실 개인적으로는 첫 인상과는 달리 소설은 중후반부로 넘어갈수록 조금 이해하는데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화자가 계속 바뀌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주인공 J와 태오(주인공 J가 화가라서, 반고흐 동생인 ‘테오’의 이름을 따서 만든 이름인가, 하고 괜히 반가운 마음도 들었습니다)의 관계에서도 동생인지 형인지 헛갈리기도 했고, 인물설정과 사회상을 보여주는 설정이 너무 다양하다는 생각도 들었고, 과거와 현재를 왔다갔다 하면서 많은 사건들이 벌어지다보니 다소 스토리 라인이 하나로 이어지는 느낌이 잘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전체적으로 소설 자체가 어렵게 느껴지기도 했고요.
처음에 주인공 J는 ‘이 세상이 아름답지 않은 건 내가 색을 볼 수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며 오히려 자신이 색을 제대로 볼 수 없다는 사실에 기쁨을 느끼기도 합니다. 그러나 특정 상황에서 색을 느끼고 경험하게 되면서, 색을 발견하지만 그럼에도 세상이 아름답지만은 않다는 사실도 함께 깨닫는 것처럼 느껴졌어요. 어쩌면 그랬기에 그런 사실들이 J를 폭주하게 만든 것일수도 있었겠다는 생각도 들지만, 작품의 초반과 결말의 J는 전혀 다른 인물로 생각되어질만큼 생각이나 시야, 행동도 다르게 느껴졌어요. 과거의 J는 색은 볼 수 없어도 따뜻한 감성이 주가 되는 인물이며 아름다운 세상을 찾기 위해 그림을 그리는 인물이라 생각했는데, 작품의 결말에서는 무엇인가 거창한 깨달음을 얻은 것처럼 말하지만 결국 자신의 행동에 합리화하며 충격과 공포, 실망스러움으로 폭주하는 인물처럼 느껴지기도 했고요. 그렇지만 인물이 그렇게 변화하는데 있어서의 사건들의 흐름이 다소 에피소드 하나 하나 끊기는듯한 느낌이 들어, 인물의 행동에 큰 공감이 가지 않는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제가 읽기에는 다소 어렵게 느껴졌던 이 소설을 계속 읽게 된 것은, 단편적으로 느껴지는 스토리지만 재밌고, 표현이 잘 된 소설의 문장들의 몫이 컸습니다. 특히 주인공의 과거 이야기들이 재밌었는데, 그 중에서도 ‘S-TECH 대응형 감정모사 인공지능, SSS’에 관한 에피소드는 읽으며 소름이 돋기도 했습니다. 이 인공지능만으로도 스토리를 풀어보아도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었을 정도로요. 게다가 주인공이 덤덤하게 이야기하는 성찰, 상황을 잘 묘사하는 문장들이 마음에 드는 부분이 많아서 내내 그런 문장들을 기대하며 읽어갔습니다.
Q. 소설의 미래 독자에게
A. 사실 소설 자체는 저는 조금 완벽하게 이해하기 어려운 작품이었다고 생각하지만, 주인공의 상황과 복잡한 심리에 대해 또 어떤 독자분들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분도 계시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복잡하게 느껴졌지만 결론적으로는 문장도, 소설의 흐름도 어쩐지 계속 읽게 만들어가는 힘이 있었던 그런 소설이 아니었나, 생각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