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내지마, 우리 목숨이 날아가버려 감상 브릿G추천

대상작품: 어둠 속에 벨이 울릴 때 (작가: 김형준, 작품정보)
리뷰어: 그리움마다, 17년 8월, 조회 61

군생활한 지 하도 오래전일인지라 훈련명이 기억은 나지 않는데 여하튼 일종의 동계 혹한기 훈련

비스므리한 야간훈련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적이 부대에 침투하는 것을 막기 위한 주변 사주

경계를 하는 훈련이었는데 대체적으로 이런 훈련은 눈가리고 아웅하기로 실제 적이 투입되는 경우

가 거의 없이 시늉만 했던 것 같은데 그때에는 적으로 위장한 특전병들이 실제 부대로 침투하여

시설 파괴 및 공간 확보를 목적으로 실전을 방불케하는 상황으로 야간훈련이 진행되었던 것이쥐요,

자신의 위치를 절대적으로 사수하고 적으로 판명되면 지체없이 사살 및 포획을 하는 것이었으나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암흑의 겨울밤 한기가 스며드는 엄청난 긴장감과 갑자기 나타날 것만 같은

적의 형태가 상상되면서 상황적 공포가 마구마구 밀려드는 것이지요, 그러던 와중에 한 곳만 주시

하면서 생기는 뚜렷한 시야 사이로 움직임이, 숨까지 참으며 다가오는 무엇인가를 기다린 끝에 순

간 눈 앞에 펼쳐지는 적군의 모습에 그 순간까지 그토록 두렵게 다가왔던 공포감이 한순간에 냉정

이라는 이성적 판단과 상황적 행동으로 이어지더군요, 암구호를 전달하자마자 달아나는 적군을 향

해 움직이면 쏜다, 빵야!를 외치고 그 소리에 쓰러진 적군에게 다가가 포획을 한 기억이 납니다..

 

 

그렇게 포획된 적군을 데리고 부대로 귀환하는 와중에 적군인 병사가 하는 말이 정말 웃기더군요,

자신도 3시간이 넘게 가만히 앉아 기다리다 너무 춥고 잠이 와서 그냥 잡혀야겠다는 생각에 부대로

눈에 띄게 침투했다고 말이죠, 결국 자신으로 인해서 저는 포상 휴가를 가게 될 것이라고 우스개

소리를 하더라구요, 맞는 말이었습니다.. 훈련 종료후 몇몇 시설은 침투를 당해 파괴되고 적군은

사살되었다는 결과와 함께 부대밖 사주경계지에서 포획된 포로는 제가 잡은 적군 동료(?!)가 유일

하더라구요, 결국 전 그당시 대단한 상을 받았죠, 포상휴가를 10일간이나 받았으니까요, 하지만

그당시 저에게는 실전과 같은 느낌이었던 긴장감과 두려움이 한순간에 군인이라는 사실과 그동안

별 것 아닌 것처럼 대충 했던 훈련의 실전의 의도가 이런 것이구나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습니다..

물론 그 친구가 잡히고 싶어 도와준 결과이긴 하지만 잡히기 전까지 전 그 사실을 몰랐으니까요,,

 

 

나이 든 남자들의 군대 이야기 듣기 싫죠, 늘 군대에서 생활한 판에 박힌 듯한 이야기는 다 비슷

합니다.. 설마, 군대에서 부대대항 축구시합까지 이야기하면 아이고, 하게 됩니다.. 하지만 이런

이야기를 남자들이 시대가 지나도 주구장창 해대는 이유는 그만큼 군대라는 공간과 그 감성이 일

반적인 삶과는 다른 세상의 이야기이기 때문일겁니다.. 대다수의 여성분들은 접해보지 못하기 때

문에 공감에 대한 부적응이 발생하는 것일테구요, 남자들은 모이면 한번 끄집어낸 군대이야기는

각자가 할 말이 있습니다.. 각자에게는 다 다른 군생활이니 말이죠, 그래서 이런 군대과 관련된

이번 소설은 군대를 다녀온 저같은 남성분들께는 나름의 어감이나 문장적 공감이 잘 일어납니다..

게다가 생화학무기와 관련된 뭔가 께름칙한 좀비적 느낌이 살포시 올라오는 호러스릴러 군대물이라

면 더욱 관심이 가지요, 수없이 많이 접해보고 경험해보고 만나 본 스토리일지라도 말입니다..

 

 

일단은 배경이 이런저런 전차로 우리나라가 통일이 된 2달 뒤 정도의 시점을 중심으로 비무장지대

에서 벌어지는 소규모전과 혼란스러운 상황의 해결이 이루어지는 시점인 듯 합니다.. 그런 상황에

서 통일도 됐고 하니 굳이 혼란스러운 상황에 관여하기 싫은 연줄이 좋은 장교들은 손쉬운 임무를

맡기 위해 줄을 되곤 하나 봅니다.. 김중위도 나름 잘나가는 재벌집안 출신이라 줄을 대어 몇개월

남은 군생활을 무난하게 보내려고 하죠, 그래서 큰 문제가 없을 것 같아 보이지만 나름 성과를 위

해 안전해보이는 무난한 작전에 투입된 것입니다.. 목표지점인 곳에서 구조작전을 펼치기 위해 투

입된 김중위와 소대원들은 생화학무기를 연구하는 연구원들이 있는 건물에서 보내온 구조요청으로

인해 거의 대부분이 사망했을 것으로 보이는 곳으로 투입된 것이죠, 그리고 이제 수풀이 우거진

공간에서 외부에서는 잘 보이지도 않는 건물을 향해 김중위는 여태껏 한번도 실전에 투입된 적이

없는 임무를 수행하게 됩니다.. 모든 소대원이 방독면을 착용한 후 사주경계와 함께 건물로 들어선

김중위와 분대원들은 일반적이지 않은 주변 상황과 분위기에 긴장감과 함께 그동안 훈련으로 경험

했던 상황의 실전을 제대로 마주치게 됩니다.. 그리고 그들에게는 생각지도 못한,,

 

 

뭐 이정도의 초반 줄거리만 보시더라도 이 소설의 의도가 무엇인 지는 대체적으로 파악이 가능하시

리라 여겨집니다.. 그렇습니다.. 자주 접해 본 드라마틱한 호러 스릴러입니다.. 물론 군대와 군인

이 중심이 되어 대단히 압박적이고 긴장감 넘치는 상황을 만들어 주는 배경을 그려내고 있죠,

생화학무기라하면 또 우린 자동적으로 좀비적 설정을 떠올리게 되어 있습니다.. 워낙 많은 미디어

에서 이런 설정으로 대중적 즐거움을 주었고 또 주고 있으니 말입니다.. 나만 그런가요,

흔한 이야기이고 흔한 설정이고 흔한 캐릭터들입니다.. 그럼에도 이 소설이 주는 즐거움은 상당합

니다.. 왜냐하면 이 소설의 캐릭터와 배경에서 등장하는 인물들은 실전이라는 상황속에 처음으로

놓여진 인물들이니까요, 특히나 김중위라는 인물을 중심으로 표현되어지는 심리적 묘사는 일반적인

인간의 두려움과 공포와 심리적 불안을 세세하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답답하리만큼 어리벙벙한 군

인들의 모습에 살짝 짜증스럽기까지 할 정도로 현실적인 심리 묘사가 나쁘지 않습니다..

 

 

폐쇄적이고 밀폐적 한정된 공간속에서 벌어지는 극단적인 상황의 파괴적 흐름은 여러 좀비영화에서

늘 표현하는 방법론이죠, 이 소설 역시 그런 상황과 흐름을 그대로 차용하여 눈에 보이는 듯 그 모

습들을 자연스럽게 그려냅니다.. 어디서 본 듯한 장면들이 흐름에 따라 이어지죠, 독자들은 편안하

게 작가가 그려내는 상황의 이미지를 따라가면 됩니다.. 문장이나 흐름이 주는 익숙함은 이 소설을

읽는 독자들의 대중적 즐거움에 도움이 됩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단편소설에서 제가 우선적으로

판단하는 부분은 짧은 소설이 주는 강한 임팩트입니다.. 이 소설은 재미지긴 하지만 그런 충격적인

이미지나 장면적 전환으로 인한 반전과 느낌적 임팩트가 조금 부족하지 않았나 싶구요, 초중반에 작

가님께서 이 소설을 위한 구성과 설정에 대한 여러 상황적 전제들을 깔아두시는 문장들이 제법 있는

데 제 생각에는 그런 부분도 중요하지만 단편소설이 주는 느낌에서는 그 소설 특유의 자극적인 장면

적 묘사나 긴장감에 대한 상황적 서스펜스에 조금 더 주력하셨더라면 짧고 강한 느낌의 단편소설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물론 재미진 작품입니다.. 호러스릴러소설이지만 대중적인 즐거움이 큰 작품이어서 읽는 동안 상당히

흥미진진했구요, 중후반부에서 벌어지는 상황적 서스펜스는 상당히 좋았습니다.. 또한 작가님이 그려

놓으신 문장과 대화의 느낌도 어색함이 없이 자연스럽게 행과 행의 연결이 좋아서 끊김없이 읽어내려

가는데 도움이 되어서 집중이 잘 되더라구요, 물론 몇몇 설정적 허술함과 조금은 어색해보이는 상황의

순간전환 이미지가 갑자기 이루어지는 몇몇 부분은 충분히 다듬어시면 더 좋은 느낌으로 자리 잡을 것

같아서 비전문가인 제가 따로 말씀드릴 부분은 아닌 것 같구요, 아마도 설정상 방독면의 안쪽 이미지에

부여된 멀티화면의 구성때문에 그렇지 않을까 싶기도 하구요, 사실 제일 안타까운 부분은 제목입니다..

뭐든 소설의 내용을 가장 잘 대변하는 문구가 제목으로 드러나는데 개인적으로는 제목과 내용은 딱히

어울리지 않아 보입니다.. 물론 작품을 다 읽고 나면 제목에 대한 인식이 가능하긴 하지만 소설의 전반

적인 감성이나 느낌을 표현할 정도의 좋은 제목인 아니지않나 하는게 어설픈 독자의 생각입니다..

그럼에도 이 소설은 무난한 즐거움과 재미를 주는 작품입니다.. 제가 이런 종류의 소설을 좋아해서 그

렇기도 하지만 읽는 즐거움은 다른 독자분들도 충분히 느끼시리라 여겨집니다. 좋은 작품 앞으로도 많

이 부탁드리고 건필하세요,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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