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내 찾지 못한 퍼즐 조각 의뢰(비평) 브릿G추천

대상작품: 작은 문 (작가: 마드 씨, 작품정보)
리뷰어: 하늘, 17년 8월, 조회 84

회사원 강우는 매일 다니던 출근길 한편에 문이 생긴 것을 발견합니다. 한 눈에 봐도 이상하게 보이는 그 문은 볼 때마다 조금씩 바뀌어 있습니다. 문에 이상한 호기심을 느끼는 강우에게 정체불명의 인물이 나타나 접근하지 말라고 경고합니다. 한편 직장에서는 얼굴 없는 귀신에 대한 목격담이 돕니다. 강우는 그것을 허무맹랑한 이야기로 치부하지만 이내 소문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불어납니다. 이상한 상황에 엮인 와중에 강우는 다른 부서에 근무하는 우미를 만나 가까워집니다.

‘작은 문’은 세 가지 플롯이 엮이는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하나는 제목에도 나와 있는 작은 문의 미스터리입니다. 다른 하나는 얼굴 없는 귀신에 관한 소문이며, 마지막으로 직장 동료 우미와의 은근한 연애담입니다. 주인공 강우는 이런저런 상황을 조금씩 겪으면서 그 이야기들을 조금씩 헤쳐 나갑니다.

이렇게 구성이 되면 읽는 사람 입장에서 가장 궁금해지는 건 저 세 이야기가 어떻게 연결이 될까 하는 점일 것입니다. 딱 맞물리며 끝나는지, 다른 절묘한 해결책을 찾는지, 아니면 그냥 풀어놓고 끝내는지. 그 모양새가 어떤지에 따라 감상이 달라겠지요. 전혀 다른 지점에서 의외의 해답을 낼 수도 있을 겁니다.

일단 ‘작은 문’은 무책임한 이야기는 아니에요. 각 내용이 조금씩 진행이 되긴 하거든요. 정체불명의 문은 강우가 혼자 있을 때만 발견된다는 사실이 밝혀집니다. 귀신 소동은 뉴스에 나올 정도로 유명해지고, 우미와는 하룻밤을 지내고 스스럼없이 집에 데려올 정도로 친해지고요. 따로 노는 이야기들인 만큼 중반을 넘을수록 그 궁금증이 커지게 돼요.

그럼 그에 걸맞는 클라이막스를 제공해주냐 하면, 그건 아닌 것 같아요. 저 세 이야기가 마지막에 하나로 모이거든요. 어차피 수상한 문은 열리기 위해서 존재하는 거니까, 결국은 강우가 그 문을 열고 들어가는데요. 거기서 막상 보게 되는 광경은, 뭔가 당혹스러워요. 여러 번 그 부분을 읽어봤는데도 잘 정리가 안 돼요. 상자를 열었는데 계속 상자가 있는 것 같은 느낌이에요.

문 안에서 발견하게 되는 다른 사람들은 무엇인지, 귀신은 왜 그런 말을 하는 것이며 그 내부 공간은 대체 어떤 곳인지. 그리고 우미와 그 신비한 사건들과의 관계는 무엇인지. 사실 우미의 존재가 최대 의문인데요. 저는 개별적인 연애담이 진행되는 게 약간 낯설게 보였기에 처음에는 여자 친구 역할이나 탐정 역할인줄 알았어요. 우미가 마지막에 진상을 밝혀줄 수도 있는 거니까요. 아니면 다른 식으로 주제 의식을 보여주는 캐릭터일수도 있고요. 한데 마지막까지 읽어보면 셋 다 아닌 것 같습니다.

우미가 마지막에 사라지거든요. 나머지 두 이야기와 연관이 있는 건 맞아요. 한데 그에 대한 설명이 불충분하기에 이 사람이 왜 나왔고 거기서 그런 행동을 했는지에 대해서 납득을 할 수 없어요. 거기다 그런 신기루로 날리기에는 밥 먹으면서 열심히 글을 쓴다거나 젊은 나이에 과장 직함을 달았다든가, 언제든 낯선 집에서 잘 수 있도록 옷을 챙겨 놓는다든가, 따로 작가 활동을 하며 책을 냈다거나 하는 설정들이 너무 자세하거든요. 이건 무슨 연관이 있을까요.

마지막에 왜 강우는 자신에게 일어난 이상한 사건들을 자연스레 받아들이게 될까요. 문을 보고 왜 웃음짓는 것일까요. 대체 결말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그런 부분들을 읽는 입장에서는 알기 어려워요. 그 밖에 자잘한 의문점들이 굉장히 많습니다. 강우가 직장 후배들에게 보냈다는 문자는 뭘까요. 어째서 그런 사건을 겪은 후에 강우는 일련의 경험들을 기억 못 하게 될까요. 얼굴 없는 귀신 목격담은 어떤 식으로 뇌리에 남는 걸까요. 그리고 후드 쓴 인물은 대체 뭐 하는 사람인가요?

여러 번 읽으면서 진상을 끼워 맞추려 해도 아귀가 맞지 않아요. 혹시라도 놓친 게 있을까 꼼꼼히 읽어봐도 제 머릿속에서는 확실히 정리가 안 돼요. 간혹 이야기를 막 벌려 놓고 그냥 끝내버리고 그 이미지를 통과하는 과정 자체를 감상하게 하는 걸 노리는 글도 있는데요. 그런 매력을 찾지는 못했습니다.

작가님은 국카스텐의 노랫말을 마지막에 인용해 소문에 대한 복합적인 감상을 담고자 하셨지만 그걸 한 눈에 이해하기 쉽지 않아요. 저는 ‘작은 문’이 힘이 있는 글이라고 느낍니다. 왜냐면 말하고자 하는 부분이 있고 비전이 있거든요. 그리고 끊임없이 궁금증을 불러일으킨다는 점에서 탁월한 면이 있다고 생각해요. 굉장히 좋은 모양새로 구현될 수 있는 가능성을 품고 있어요.

하지만 그런 면모가 이번 글에서 효과적으로 펼쳐졌냐면 그건 아닌 것 같아요. ‘작은 문’은 난해하고 애매합니다. 좀 더 선명하고 자연스럽게 풀어놓을 수 있는 방법이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작가님의 다음 글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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