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수를 배출한… 마리아 다 실바 선생님이 참 훌륭한 스승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유일하게 순아로부터 무승부를 챙기고, 고민 끝에 도망치려는 순아를 불러세워 큰 가르침을 주셨으니까요. 이기고 지고 승부는 갈리지만 가위바위보는 참 단순한 게임이지요. 그 점이 가위바위보를 위대하게 만들기도 하고요. 우리가 흔히 외치는 그 구호에도 큰 뜻이 있구나 새삼 깨닫습니다. “안 내면 진다.”
자기의 특별한 이력과 능력을 차츰 깨닫는 순아의 묘사가 참 재미있어요. 되지 못한 흑기사의 고백과 함께… 정말 기묘하고 신기하긴 하지만, 그래서 어떤 쓸모가 있는가 궁금해지는 것이 가위바위보 능력인데 (정말 세계 챔피언십 대회가 있기도 하네요!) 이쯤 되면 순아를 위한 전우주적인 자존감 함양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외계인이 찾아온 걸까 생각도 들고요. 여러 상대를 만나도 무리 없이 고민 없이 어려움 없이 긴장 없이 승리를 이어가는 순아의 모습이 멋있고 재밌습니다. 어떻게 이야기가 전개될까 싶은 결말부에야, 마리아 선생님을 만나 순아의 가위바위보 인생 최대의 위기를 겪는데, 패도 아니고 무승부라는 게 참 웃기고 절절합니다. 어찌 생각하면 순아는 평생 어떻게 이길지 고민해 본 적이, 이기는 것이 아닌 결과를 경험해 본 적이 없는 거죠…
(종목이 달랐다면, 대표 선수는 패배나 위기를 극복한 경험이 있는 사람을 뽑는 게 나을까 고민도 됩니다.)
선생님의 적재적소 촌철살인 조언과 함께 순아의 눈물 자국, 그리고 가위바위보. 귀엽고 흐뭇한 후일담. 참 귀엽고 사랑스러운 단편입니다. 뭔가 자신없고 도망가고 싶을 때 꺼내어 보고 싶어요.
+ 전에 곽재식 작가의 소설로 조금 비슷한 설정의 이야기도 봤던 것 같아 한참 생각했는데, 이거였어요. 왜인지 제가 가위바위보를 운의 영역으로 생각했던 걸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