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제, 아무도 모른다]는 최근 브릿G에서 읽은 미스테리 연재작 중 만족도가 매우 높았던 작품이라 독자 여러분들께 추천해드리려고 합니다. 아직 완결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 작품의 내용이 어떻게 흘러갈지 어떻게 사견이 진행될 지 전혀 알 수가 없는 상황입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있게 추천할 수 있는 건 이 작품의 완성도가 높기 때문입니다.
방송국에서 미스테리 사건을 추적 취재하는 프로의 막내 작가로 일하는 진희는 새로운 사건을 찾다가 우연히 알게 된 살인 사건에 자신이 어렸을 적 살았던 동네와 알고 지냈던 사람들이 연관 되어있다는 걸 알게 됩니다. 초등학생 시절 친하게 지냈던 친구 연두의 실종과 어린 시절의 좋지 않은 기억으로 자신의 주위에 벽을 쌓고 지냈던 진희였지만 연두의 동생 연준과 예전 동네 사람들을 만나면서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게 되고, 그와 동시에 억지로 잊으려 했던 어린 시절의 기억까지 다시 꺼내볼 수 있게 됩니다.
현재 벌어진 잔혹한 살인 사건의 진실은 무엇일까요? 그리고 그 사건은 진희의 친구 연두의 실종 사건과 어떤 관계가 있을까요?
진희는 자신의 어린 시절 사건들과 그 때 만났던 사람들에게 그 단서가 있다는 것을 점차 깨닫게 되는데…
이 작품은 초반 어느 정도만 읽어봐도 ‘잘 썼구나.’ 하는 생각이 저절로 드는 완성도 높은 소설입니다. 먼저 작은 부분까지 독자들을 배려하는 작가 님의 세심함이 돋보입니다. 이야기의 시작에는 항상 삽화가 곁들여져 있는데, 이게 또 절묘하게 지난 화와 이번 화를 이어주거나 이번 화에 펼쳐질 이야기를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센스 있는 사진 혹은 그림들입니다. 사진 하나 가져오는 거야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할 수 있겠지만 작가 님은 거기에 약간의 정성을 가미함으로써 작품의 질을 확 높이셨더군요.
일기 편하게 내용을 잘 분배하는 센스도 좋습니다. 20화가 막 지난 시점인데 읽으면서 지루하거나 손이 멈추는 일이 한 번도 없었습니다. 뭐랄까, 글이 굉장히 깔끔하네요. 장편 연재를 하면서 독자들의 관심과 집중력을 계속 잡아둘 수 있는 훌륭한 기술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이 작품을 읽다 보면 중간에 한 번 주인공의 시점이 전환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사건을 파헤치던 중 자연스럽게 어린 시절로 돌아가 자신의 과거를 떠올리게 되는 흐름인데, 그 부분이 생각보다 조금 길다 보니 회상 부분을 따로 분리하는 것도 괜찮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그런데 워낙 글의 이음새가 유려하다 보니 크게 거슬리지도 않네요. 그저 빨리 사건의 윤곽이 드러나길 바랄 뿐입니다.
작품 속에는 다양한 상황에 놓인 사람들이 등장하며 그들의 심리 또한 단순하지 않습니다. 주인공은 자신이 가진 마음의 상처들을 가린다는 핑계로 수동적이고 방어적인 태도를 보이지만, 그의 주변엔 주인공과는 비교도 안 되는 끔찍한 일을 당한 사람들이 계속 나타납니다. 다양한 방식으로 과거의 아픔을 대하고 또 이겨내는 사람들을 보면서 주인공이 어떻게 자신의 마음 속 어둠을 걷어내는가 하는 것도 이 작품을 기대하는 재미 요소가 될 것 같네요.
아무래도 이야기의 초입이다 보니 제목처럼 이 재미있는 이야기가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 지는 아무도 알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미스테리를 좋아하고 완성도 높은 중장편을 원하는 독자분들을 만족시킬 만한 작품이라는 건 분명히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특히 범죄를 쫓는 주체가 형사나 탐정이 아닌 기자와 방송인인데, 작가 님이 방송이나 언론 계통 일을 경험하신 적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여러 표현들이 매우 사실적입니다. 살아서 파닥거리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이것 또한 작품에 흥미를 부르는 장점이 되겠습니다.
대한민국 에서 3 개월 이상 해결되지 못한 미제 사건이 2024년 한해에 18000건이 넘었다고 합니다. 피해자들의 아픔을 달래기 위해서라도 미제 사건들이 모두 해결되어야 하겠지만 이 작품에서 만큼은 조금 오래 해결되지 않아도 좋을 듯 합니다. 그래서 더 많은 독자 분들이 이 작품을 즐기셨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작가 님의 건필과 작품의 롱런을 기원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