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나서 가장 먼저 한 생각은 이거였다.
작가는 제목을 왜 ‘샛길’이라 붙였을까.
어린 시절의 상처와 낯선 생명체와의 만남, 그 사이에 그어진 길
이제 막 수의사가 된 지영은 졸업 후 원래대로는 학비를 후원해준 남극 어느 소도시에서 근무할 예정이었지만, 예정이 바뀌어 수의사가 필요한 이주 행성 모운으로 가게 되고 급작스럽게 이주선 ‘매듭’에 오르게 된다.
모운에 거의 도착할 무렵 행성의 공전궤도에 떠 있는 정체 모를, 그러나 어딘가 해달을 닮은 생명체를 맞닥뜨리게 된다.
5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처치실에서 터덜터덜 걸어나온 수의사는 건조한 표정과 말투로 여름이를 ‘잘 보내줬다’고 중얼거린 뒤 자기 방으로 돌아갔다.
수의사가 사라진 뒤 어머니는 ‘됐다. 이제 잊어 버리자’라고 말했고, 그 순간 이미 굽이치고 있었던 지영의 길은 더욱 가파르게 틀어졌다. -글 중에서
삶의 방향과 태도를 결정짓는 것은 다양하다. 그리고 생각보다 단순하고 별 것 없는 게 그 이유이기도 하다.
소설 속 지영에겐 태어날 때부터 함께 한 반려견 여름의 죽음이 수의사가 되기로 맘 먹는데 주요한 역할을 한다.
그녀는 사춘기 시절 형제나 다름 없는 여름과 아무런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채 이별을 맞고 상실을 경험했다.
해결하지 못한 감정은 어린 그녀 안에서 복잡한 미로가 되어 뒤엉킨 게 분명하다.
그 복잡함이 아주 작은 실수로도 목숨을 잃을 수 있는 우주공간에 떠 있던 낯선 동물을 모른 척 지나치지 않고 구조하게 하고, 뜻밖의 사고로 동물과 낯선 장소에 둘만 남게 되도 자기 목숨보다 동물을 살리는 걸 더 먼저하게 한다.
다시는 여름이를 위해 울지 않으려 했는데.
지영은 눈물이 씻어 준 두 눈으로 7분이 채 남지 않은 삶을 어디로 이끌어야 할지를 그 어느 때보다도 선명히 응시했다. -글 중에서
우리는 살면서 크고 작은 여러 사건을 겪는다. 그리고 그 일이 그저 한 가지 에피소드로 그칠 것이냐 방향성을 지닌 주요한 경험이 되느냐는 사건을 응시하는 우리의 태도에 달렸다.
살아갈 방향을 결정하는 이유가 남들 보기에 하찮을 지라도 그 이유에 명암을 덧대어 더욱 선명한 그림을 그려나가는 것, 종국에 자신만의 인생 명화를 완성하는 건 각자의 몫일 것이다.
반려견 여름과의 추억이 지영에게 직업을 선택하는 하나의 계기가 되고, 풀지 못한 응어리가 그녀에게 생명을 대하는 태도를 가르쳐 주었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