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 루프란 관점에 따라서 천국일 수도, 지옥일 수도 있는 현상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시간에 얽메이지 않고 자기가 원하는 무언가를 원하는 만큼 도전할 수 있다는 입장이라면, 무한한 시간은 천국으로 느껴질 것입니다. 하지만 자신이 제어하지 못하는 루프에 갇혀서 한정된 영원에 얽메이게 된다면, 그 시간은 분명히 지옥으로 느껴지겠죠.
이 이야기는 루프를 제어하는 자와 그 루프에 갇힌 자, 2가지 시점에서 진행되는 이야기입니다. 타임루프 능력자인 미애와 마인드컨트롤 능력자인 수리는 초능력 대회인 구찌다스파이크에서 경쟁하는 위치로 시작하고, 미애는 자신이 원하는 결과가 나올 때까지 계속해서 소희를 영원에 가두어, 결국은 자신이 원하는 결과를 얻어냅니다. 그리고 그 관정에서 한 사람은 천국을, 다른 한 명은 지옥을 경험하게 됩니다.
이 이야기는 끝없는 루프 속에서 사람의 정신이 어떻게 닳아 없어질 수 있는지 그 과정을 생생하게 묘사하며, 결과적으로 수리가 무너져 내리고 미애가 자신이 원하는 형태의 궁극적인 승리를 쟁취하는 부분에서는 독자들 역시 공포를 느끼게 했습니다. 그리고 수리가 결국 복수를 성공하는 줄 알았던 결말부에서마저 결국 미애는 우위를 차지하며 영원한 승자로 남게 됩니다.
하지만 왜 초능력자인 미애가 초능력자들을 억압하며 디폴트들의 편을 드는지, 그리고 수리가 마인드컨트롤 능력에도 불구하고 왜 결국 미애를 죽이는데 실패했는지는 조금 의문으로 남습니다. 그 부분에도 좀 더 설득력 있는 서사가 있었다면 미애의 캐릭터성이 더 풍부해졌을 거라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하지만 아쉬움이 있을지언정 이 소설은 영원과 타임루프의 공포를 잘 표현한 좋은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더 좋은 이야기를 기대하며리뷰를 마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