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잠들지어니>를 보고 셰익스피어 프로젝트라는 것이 있다는 것을 알게 돼서 연이어 보게 되었습니다. 참고로 전자는 햄릿을, 이 작품은 리어 왕을 모티브로 삼고 있습니다.
본작은 철저히 인물들의 독백으로만 진행되는 작품입니다. 재미를 설명하자면 두 딸의 시점에서 같은 사건을 각자 어떻게 다르게 해석하는지를 보여주면서 드러나는 가족 사이의 애증이라고 요약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작품은 큰딸 고여일이 당근을 통해 치매 아버지의 요양보호사로 에디를 고용하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그녀는 에디에게 아버지의 보수적인 성격과 여성 간병인에 대한 성추행 전력 때문에 요양원에서도 거부당했음을 설명합니다.
그러나 거기서 그치지 않고 그녀는 에디에게 사사로운 과거사까지 털어놓습니다. 과거 아버지가 어린 자신을 학대했으며, 반면 여동생은 편애를 받았다고 얘기합니다. 그 일례로 아버지가 자신에게는 인색하면서도 작은딸에게는 거액의 비자금으로 카페를 차려준 것에 대한 불만을 드러냅니다. 그러면서 그녀는 에디에게 아버지의 비자금 행방을 알아내달라고 은밀히 요청합니다.
한편 작은딸인 고다예는 자신에게 카페를 차려준 아버지의 행동이 편애가 아니라 나름의 이유가 있음을 토로합니다. 그녀는 언니와는 달리 아버지가 평생 자식만 보고 외롭게 살았다고 여기며, 언니가 아버지를 요양원에 보낸 행동을 매정하다고 비난합니다.
작품을 처음 봤을 때 이 작품을 뭐라고 소개하면 좋을지 고민했습니다. 심리 스릴러? 좀 더 세부 장르로 들어가자면 가정 스릴러라고 할 수 있으려나? 물론 이것들도 틀린 말은 아니겠지만 딱 이거다 싶은 느낌은 없었습니다. 그래서 정의는 뒷전으로 두고 무작정 리뷰를 쓰기 시작했는데, 이 문단을 쓰면서 바로 직전에 떠올랐습니다. “<리어의 딸들>은 한국형 이야미스다.”
이렇게 정의하고 나니 이 작품이 왜 재밌었는지가, ‘재밌긴 재밌는데 왜 재밌는지 모르겠으니 그냥 나만 재밌는 것일 수도 있지 않을까?’에서 ‘아, 이건 보편적으로 재밌을 수 있겠구나’로 이행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작품은 독백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는 구성을 선택하면서 배경 묘사 등의 부차적인 요소를 제거합니다. 그런 후 자매의 내면의 밑바닥에서 긁어온 질척한 심리를 액기스로 가공해 독자에게 바로 꽂아 넣습니다. 그 와중에 앞서 말했듯 자매의 시점을 번갈아가며 배치해서 같은 사건을 서로 다르게 해석하며, 하나의 사건이 다른 사람의 시점에서는 양상이 완전히 뒤집히는 식으로 마치 연이어 반전이 일어나는 듯한 속도감을 부여합니다. 이야미스 특유의 ‘불쾌하지만 재밌다’가 완성되는 겁니다.
처음에는 그냥 재밌다고만 생각했는데, 리뷰를 쓰며 작품을 되짚어 보니 재미가 있을 수밖에 없게 설계된 작품임을 제대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