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어내지 못한 원작의 그림자 공모(비평) 공모채택

대상작품: 젊은 나무꾼의 슬픔 (작가: 알렉산더, 작품정보)
리뷰어: 루주아, 17년 8월, 조회 69

본 리뷰는 스포일러를 함유하고 있으며, 리뷰어 개인의 의견일 뿐입니다. 독서 경험을 해칠 수 있으니 원작을 읽은 후 보시는 것을 권장합니다.

 

전래동화는 여러모로 좋은 소재죠. 우리 모두에게 친숙하면서도 적당히 구멍이 파여있기 때문에 그 구멍에 뭘 채워 넣느냐에 따라 다양한 변주가 가능합니다. 그 전래동화에 SF를 채워 놓는 게 가능할까요?

물론입니다. 충분히 발달한 과학은 마법과 비교할 수 없고, 선녀는 충분히 매지컬한 존재죠. 그렇다면 충분히 발달한 과학으로 선녀를 설명해도 아무 무리가 없을 것입니다. 그러니 SF의 스킨을 입혀도 별 거부감이 없었던 거 같아요.

결말까지 빠르게 읽어내리고 아 이걸 SF로맨스로 해석해서 볼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재밌었어요.

다만 아쉬운 점을 꼽자면, 원작의 선녀와 이곳의 선녀가 크게 다른지 모르겠습니다. 원래 전래동화에서 선녀가 정직하게 산 나무꾼의 포상으로 존재한다면, 여기서는 선녀는 자궁으로 존재합니다. 미래의 인류를 존속시키기 위한 자궁으로요. 시간축을 헤집고 다닐 수 있는 미래 인류가 아직도 사람을 씨받이로 쓴다는 게 이해가 되지 않네요. 약간 거칠게 이야기하면, 팔레트 스왑을 보는 느낌이었습니다. SF라는 소재를 선택했다면 한걸음 더 나갈 수 있지 않았을까요?

하지만 SF는 좋은 것이고, 선녀와 나무꾼은 좋은 소재죠. 재밌게 잘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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