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심을 위한 나라는 없다 감상

대상작품: 올챙이가 없는 세상 (작가: 기수, 작품정보)
리뷰어: 하예일, 2일전, 조회 5

출산율이 떨어지면서 먼 미래에 한국이라는 나라가 없어질지 모른다는 얘기가 심심치 않게 나돈다. 나라에서는 출산 장려 정책을 쏟아내지만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만 가득할 뿐이다.

내 어린 시절을 생각하면 겨우 40여 년 만에 이런 소리가 나올까 싶을 만큼 놀라운 변화(?)다.

콩나물 시루마냥 반에 아이들이 넘치다 못해 교실 부족으로 오전, 오후반 나눠 수업을 했다는 기억은 어디 ‘전설의 고향’에나 나올 법한 믿기 어려운 옛이야기가 되었다.

 

‘올챙이가 없는 세상’의 배경은 멀지 않은 미래, 12세 미만의 아이들은 ‘바이오 베드’라는 인큐베이터에서 성장한다. 그리고 이 아이들은 나라에서 관리하고 있다.

주인공 채민의 언니는 이 관리 본부의 수석 생명 관리사였다.

뜻하지 않게 베드 결함으로 인큐베이터 밖으로 나오게 된 3살 하준을 입양해 키우는데 이건 불법이었다.

병에 걸린 언니의 수술 때문에 주인공 채민은 하준을 몰래 돌봐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된다.

11세 미만 아이를 직접 양육하면 범법자가 되는 시대라니. 도저히 상상이 되지 않는다.

하여간 채민은 하준의 존재를 감추느라, 하준의 아이다운 꼬라지를 받아주느라 연일 머리털 빠지는 일의 연속인데 설상가상 하준의 존재를 눈치챈 듯한 이웃의 스토킹에 신경이 곤두선다.

 

아이의 울음을 들을 수 없고, 아이들이 떠들며 노는 소리가 전혀 들리지 않는 세상. 고집 피우고 떼쓰고 하는, 아이라서 할 수 있는 행동을 경험하지 못한 채 십대를 맞고 성인으로 자란 인간이 그득한 사회라니.

애들이 하는 대로 그냥 내버려두자는 건 아니지만 아이다움을 발산하며 성장할 기회가 박탈된, 동심을 잃은 게 아니라 아예 처음부터 겪어보지 않은 세대가 꾸려갈 세상은 과연 어떤 모습이 될까.

과히 밝지만은 않은 것 같아 우주 침공, 핵전쟁 등등 암울한 미래에 흔히 등장하는 상상에 먹구름만 더 드리우는 느낌이다.

하지만 작가가 글의 말미에 쓴 한 마디가 등대 같은 한 줄기 빛을 비춘다.

 

“희망을 보았다.”

 

육아가 힘들다는 걸 알지만 머리털 빠지게 골머리 썩으면서도 그 시기를 열심히 통과하며 아이를 기르는 많은 부모가 보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마음으로 보는 희망. 주인공이 목격한 작지만 거대한 희망의 빛. 아이라는 존재에게서만 느낄 수 있는 그런, 찬란한 빛을.

나 역시 그리고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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