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소개할 이 작품 [모기 사냥]은 이 작품의 작가님께 의뢰를 받아서 리뷰를 작성하는 작품입니다.
1. 작품 소개
[모기 사냥]은 범죄 스릴러 소설이고 추리가 가미된 미스테리물은 아닙니다. 연쇄 살인범을 추적하는 형사들의 고군분투를 그린 이야기인데 최근 이런 스타일의 스릴러물은 분명한 두 가지 흐름 중 하나를 택하게 됩니다.
범죄자의 시선을 따르면서 범죄의 잔혹성을 보여주는 스릴러의 형식이거나 아니면 잔혹한 범죄의 실타래를 한 가닥씩 추적해 나가는 수사관들의 행적에 포커스를 맞추는 방식 중 하나를 따르게 되더군요.
이 작품의 경우엔 후자의 스타일을 선택한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아직 작품의 초반부 정도의 진행이라 작가님이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작품을 이끌어가게 될 지는 모르겠습니다만, 현재까지의 작품의 흐름은 범죄를 쫓는 수사관의 시선과 그들의 이야기에 더 초점이 맞춰진 것으로 보입니다.
소도시라고는 하지만 인구가 200만 가까이 되는 무릉시. 이 곳의 유명한 등산로인 만두봉에서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끔찍한 연쇄 살인이 벌어집니다. 온 몸의 피가 빠져나간 채로 사지를 벌린 시신, 거기에 작은 흔적 하나 발견되지 않는 치밀한 범인의 행적. 이후 다양한 방식으로 살해된 시신이 계속 발견되고 특별 수사본부가 꾸려지지만 점인의 어떠한 흔적도 찾지 못한 채로 사건은 미궁에 빠집니다. 처음부터 이 사건을 심상치 않게 본 누군가는 범인을 쫓기 위해 누구도 생각지 못한 방법을 떠올리게 되고, 그와 함께 사건의 진상을 파헤치기 위한 인물들이 힘을 합치게 됩니다. 그러나 누구보다 뛰어난 의학 지식과 두뇌를 가진 범인은 수사관들을 비웃듯이 자신의 신념대로 계속해서 범죄를 저지르는데… 말도 안 되는 확률에 모든 것을 맡긴 수사관들은 자신을 신처럼 여기는 연쇄 살인범을 잡을 수 있을까요?
이 작품의 경우 사실 분명한 제 소견을 피력하기가 어려운 부분이 있습니다. 아직 30화 밖에 연재가 안 된 작품이기도 하고, 작품에 따라 30화 정도면 이야기의 윤곽이 드러나는 경우도 있지만 이 작품은 작가님이 밝히셨듯이 아직 이야기의 초반부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야기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 것인지에 대해서 30화까지 보여진 모습들을 가지고 이야기를 드리고자 합니다.
2. 캐릭터
이건 순전히 제 개인적인 의견입니다만, 이야기의 매력을 폭발시키는 가장 큰 원동력은 캐릭터라고 생각합니다. 매력적인 캐릭터는 스스로 이야기를 이끌어가기도 하고, 스토리의 막힌 부분을 알아서 뚫어주기도 하거든요.
이 작품의 몇몇 등장 인물은 생동감과 현실감이 있습니다.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형사 유 도율의 경우, 강력계 형사를 직접 접해 본 적이 없는 독자라 할 지라도 어느 정도 그들의 삶에 공감할 수 있을 정도로 현실감 넘치는 인물이며, 작품 내에서의 캐릭터에 대한 몰입도도 갖추었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작품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이 현실감을 가진 건 아닙니다. 현실적인 배경을 갖춘다 하여 모든 인물이 현실적으로 보이는 건 아니지요. 소설에서 어떤 인물이 독자들에게 현실감을 보여주려면 다양한 요소를 갖춰야 합니다. [모기 사냥]의 등장 인물을 보면 아주 적절한 생동감과 현실감을 갖춘 인물이 있는가 하면 ‘저런 사람이 있다고?’ 하는 의구심이 드는 인물도 존재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연쇄살인범을 쫓겠다고 갑자기 교편을 잡고 모기를 연구하는 김 사헌 교수라는 캐릭터는 조금 이해하기 힘들었습니다.
결국 이야기에 개연성을 채워주는 건 캐릭터이고, 캐릭터에게 행동의 당위성을 부여하는 건 잘 짜여진 스토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둘은 서로 상호 보완하게 되고 그 중 어느 부분에 더 관심을 기울이는가 하는 건 글을 읽는 독자 개인의 취향이겠지요. 제 개인적 취향으로 이 작품의 인물들은 장편의 이야기를 이끌어가기에 부족함이 없다고 보여집니다.
3. 스토리
스토리 자체를 두고 본다면 [모기 사냥]은 신선한 발상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이야기를 어떻게 끌어가는가 하는 부분도 중요하겠지만, 일단 먼저 짚고 싶은 부분은 이 작품이 웹 소설이고 장편 연재물이라는 점입니다.
웹 소설은 컴퓨터나 핸드폰을 이용해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문학 매체입니다. 제 주변의 웹 소설 독자분들은 버스 안이나 지하철, 혹은 점심 식사 후 잠시 시간이 났을 때 웹 소설을 접하게 되는 경우가 많더군요. 그래서 그런지 독자를 자석처럽 빨아들이는 작품들의 경우 이런 장점을 갖추고 있더라구요.
1-첫 문장부터 시선을 끈다.(명료한 표현으로 이번 화에 어떤 이야기를 할 것인지 밝힌다.)
2-첫 문장에서 밝힌 진행 방향을 벗어나지 않는다.
3-이야기의 마무리에서 다음 화에 대한 힌트를 남긴다.(호기심이 아님)
일단 1번과 3번은 연결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한 번에 말씀을 드리자면 이 작품은 시작은 좋으나 마무리가 아쉬운 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첫 화부터 일관되게 이어져 온 작품의 스타일을 보면 이야기의 초반부에는 항상 새로운 이야기를 시작하는 것처럼 혹은 어떤 새로운 관심사를 던지는 것처럼 이야기가 시작되는데, 이렇게 되면 문제가 되는 것이 이전 화를 읽으면서 가졌던 몰입도와 관심을 잃게 될 수도 있다는 겁니다. 결국 독자분들은 이전 화의 마지막 문장을 읽으면서 다음 화를 클릭할 것인지를 결정하기 때문에 장편 연재물의 경우 어떻게 시작하느냐 만큼이나 어떻게 마무리하느냐가 중요할 수 있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최근에 제가 너무 재미있게 본 작품이 민진 작가님의 손(損) 오는 날 인데요. 한 화를 읽으면 다음 화를 클릭하지 않을 수 없게끔 한 화의 분량, 시작에서 결말까지 이르는 몰입도의 배분 같은 세부적인 요소가 균형을 잘 이루고 있었습니다. [모기 사냥]의 경우 2번으로 말씀드린 이야기의 일관성은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이야기는 여러 방향으로 흩어지지 않고 무릉시에서 벌어진 연쇄 살인 사건으로 중심으로 단단하게 중심을 잡아갑니다. 아직 초반이지만 후반부가 기대되는 이유입니다.
4. 장점과 단점
이 작품이 저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온 이유는 장점과 단점이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모기 사냥]은 잔혹한 범죄를 쫓는 수사물이며, 초반에 이야기의 뼈대를 보여주고 그 과정에서 재미를 주는 범죄 수사물입니다. 미스테리물에 가깝지만 이미 범인과 수법은 다 보여주었기 때문에 작품의 매력 요소는 등장 인물과 생동감 넘치는 묘사 정도라고 할 수 있는데 이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대부분 자신만의 개성과 매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다만 제가 개인적으로 아쉽게 느낀 건 작품의 표현 방식입니다. 이 작품은 전지적 작가 시점으로 인물에 대한 설명이나 이야기의 흐름 등을 설명하고 있는데, 그 방식이 호불호가 갈릴 수 있겠다 싶은 방식이라 중반부 집필을 하실 때 한 번 살펴보셨으면 하는 생각이 듭니다. 1인칭에서 3인칭으로 계속 바뀌는 글의 시점에 혼동이 올 때가 있더라구요. 누구와 이야기하는 것 같긴 한데 그게 누구인지 알 수가 없는 기분..이랄까요?
그리고 먼저 이야기했던 연재의 마무리에 대한 부분인데, 100화에 가까운 분량을 읽으면서 고민 없이 다음 화를 클릭하게 하려면 기본적 재미 이상의 스킬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한 화를 끝 맺을 때는 다음 화에서 기대가 될 만한 뭔가를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TV의 막장 드라마처럼 ‘우성이의 아빠가 나라고?’ 에서 칼로 자르듯 이야기를 끊을 줄 알아야 한다는 겁니다. ‘범인은 너다!!’ 에서 끝내는 건 예전엔 통했지만 요즘 독자분들은 안 좋아하시는 것 같더군요.
한 화를 읽고서 다음 화를 바로 클릭하게 하는 에너지는 바로 궁금증이죠. 특히나 웹소설을 즐겨 보시는 독자분들은 궁금증과 호기심을 잘 구분하십니다. 호기심은 다음 화의 초반만 읽어도 금세 해결되지만 궁금증은 다르죠. 이번 화에서는 뭔가 재미있는 일이 생길 것 같은 떡밥을 던져주고 나서 다음 화에서 그 떡밥을 멋지게 회수하는 것이 최고의 연재 비법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현재 이 작품에서는 이번 화를 읽으면서 다음 화에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 지 알 수가 없습니다. 궁금증도 호기심도 생기지 않는 겁니다. 아니나 다를까 다음 화에서는 이전 화의 내용과는 관련이 없는 내용이 펼쳐지는 경우가 많더군요. 100화 정도를 기획하고 계신 장편이라면, 그리고 웹 소설 플랫폼에서 연재를 생각하신다면 이런 부분을 고려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5. 단평
개인적인 취향으로 보자면 앞으로의 내용이 기대가 되는 작품입니다. 이 작품의 장점은 첫째가 신선한 발상이고 둘째가 현실감 있는 캐릭터입니다. 그러나 아쉬운 점 또한 분명합니다. 몰입을 방해하는 이야기의 시점과 이야기와 이야기 사이에 흐름이 끊긴다는 점은 앞으로 연재를 계속 해나가시면서 보완해주셨으면 하는 부분입니다.
장편 스릴러물은 사실 참 어렵습니다. 읽기도 어렵지만 쓰기도 어렵지요. [모기 사냥]이 많은 독자분들의 사랑을 받는 장편 웹 소설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부족한 글을 남겨 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