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공약이 ‘성범죄자들의 고추를 잘라버리겠습니다.’ 라면 과연 시민들의 반응은 어떨까?
2114년, 로봇들이 대부분의 일을 대신하고 국가에서 아파트를 무상으로 제공하는,
모두가 놀고 즐기며 살아가는 행복한 삶 속에서도
성범죄만큼은 끝내 해결되지 않는다는 설정은 참으로 씁쓸하고도 아이러니하다.
다른 복지나 경제 정책이 아닌 오직 단 하나, 성범죄를 저지른 사람에게 물리적 거세를 하겠다는 공약에
전국의 여성 유권자들이 환호했다는 서사는 이 사회에 성범죄가 얼마나 만연해 있는지를 강렬하게 드러낸다.
그런 의미에서 ‘고추댕강’ 이라는 단어는 단순한 풍자가 아닌
우리의 사회 속에서 여전히 마주하고 있는 성범죄 문제의 본질을 날카롭게 찌르고 있다.
이 작품은 2114년이라는 먼 미래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재판 과정이나 가해자의 태도, 분노의 여론을 잠재우는 과정은 현재의 현실과 크게 다르지 않다.
특히 3억의 공탁금을 걸고 쟁쟁한 변호사를 선임한 채 안심하고 있던 점백이
뒷통수를 맞는 장면은 고소함과 시원함을 느끼게 한다.
이 장면은 그동안 현실에서 우리가 목격해온 수많은 유전무죄 사례에 대한 일종의 통쾌한 복수처럼 다가온다.
이 작품 속, 법안이 시행된 지 1년 만에 성범죄가 완전히 사라졌다는 결말은 허구지만
피해자의 삶이 짓밟히는 현실에 대한 날카로운 경고로 읽힌다.
물리적 거세를 ‘인격 살인’ 이라고 부르기엔 성범죄 가해자들의 죄는 결코 가볍지 않다. 그 표현은 가당치도 않다.
이 작품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생생한 전개와 몰입감이다.
마치 내가 이 미래 사회 속에서 살아가는 시민이 된 듯, 법정 방청석에 앉아 이 모든 재판 과정을 보는 듯한 현실감에
글을 읽는 내내 긴장감을 놓을 수 없게 만든다.
2114년이라는 미래 속에서도 성범죄가 사라지지 않는다는 설정은, 오히려 지금 우리의 현실을 되돌아보게 만든다.
과연 우리는 얼마나 더 이런 사건이 벌어져야 강력한 처벌 기준을 만들 수 있을까.
정의란 무엇이며, 처벌은 얼마나 강해야 하는가.
피해자들의 상처가 모두 아물 수는 없겠지만, 최소한 이런 이야기가 더 이상 현실이 아닌, 허구 속의 이야기로만 남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