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립된 재료들 공모(감상)

대상작품: 살인자의 든든한 한 끼 (작가: 두봉, 작품정보)
리뷰어: 종이, 20시간전, 조회 7

‘살인자의 든든한 한 끼’는 독특한 소설입니다. 작품 외적인 부분을 보자면, 대부분의 단편이 무료로 올라오는 브릿G에서 유료 판매를 시도한다는 것이 꽤 독특한 점입니다. 5 골드코인이라는 작은 금액이긴 하지만, 유료는 유료니까요. 그것이 독자들에게 일종의 진입장벽이 될 게 명확한데도 작품을 유료로 판매한다는 것은 작품에 대한 큰 자신감이거나, 아니면 작가 자신의 강력한 의지일 것입니다.

작품 내적으로도 여러 가지, 흥미로운 부분들이 있었는데요.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이 소설이 유료인 것을 감안하면 이 리뷰는 일종의 스포일러를 담게 됩니다. 따라서, 혹시라도 이 소설을 읽을 생각이 있는 분들은 더 이상 리뷰를 읽지 마시고, 소설을 읽으러 가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물론 소설을 읽지 않으셔도 무방합니다. 그것은 지금 이 순간, 이 글을 읽는 당신의 선택일 테니까요.


 

 

‘살인자의 든든한 한 끼’의 핵심 소재는 요리입니다. 살인 사건이 일어나는데, 그곳에 아주 잘 차려진 요리가 한 상 있습니다. 살인범은 피해자를 살해한 뒤, 피해자의 집에 있던 재료로 만찬을 차립니다. 그리고 그 요리에는 손도 대지 않은 채 현장을 떠나며, 요리 외에 살인범이 남기는 단서는 없습니다. 이후 피해자에게 사실은 어두운 과거가 있다는 것이 조사 과정에서 드러납니다. 말하자면, 죽어도 싼 사람이었다는 거죠.

꽤 재미있는 도입부와 소재라고 생각합니다. 이 소재에는 글을 읽는 사람을 단숨에 끌어당기는 요소가 있습니다. 독자는 자연스럽게, 요리를 남기는 살인범에 대한 궁금증을 가지고 작품을 읽어나가게 됩니다.

그런데 소설이 약간 빙빙 돌기 시작합니다. 도입부에 비해 이야기가 충분히 전개되지 않기도 하지만, 그것 때문만은 아닙니다. 읽어나가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느낄 수 있겠지만, 제가 느끼기에 이 소설은 전체가 마치 조립된 것처럼 읽힙니다.

살인 – 사건 현장의 음식에 대한 묘사 – 두 형사의 만담 – 그리고 살인

소설은 이 구조를 계속해서 반복하는데요, 읽다 보면 각각의 요소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지 않는다는 생각이 계속 들게 됩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피해자들은 다들 어두운 과거를 가지고 있으므로 이 연쇄 살인은 마치 범죄에 대한 처벌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이것은 살인 이야기에서 다뤄지는 소재입니다.

동시에, 살인 현장에 잘 차려진 음식을 놔두고 간다는 행위는 매우 기묘하면서 흥미를 끄는 소재입니다. 즉, 독자는 이 기묘한 질문에 대한 해답이 소설에서 등장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가지고 소설을 읽게 됩니다. 그리고 그것을 더해 주는 것이, 음식에 대한 묘사입니다. 이 소설에서의 음식에 대한 묘사는 꽤 힘을 들였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잘 쓴 편에 속합니다. 그렇기에 독자는 그 반복되는 묘사를 보며, 어떻게 전개될지 계속 궁금증을 키워 나갑니다.

그러나 그 둘이 만나는 일은 없으며, 그것은 두 형사의 이야기로 더욱 강화됩니다. 두 형사의 이야기는 실질적으로 이야기를 전개시킨다는 느낌보다는, 단지 그곳에 있다는 느낌이 강합니다. 그렇기에, 이 소설의 각각의 구조를 이루고 있는 모든 단락들이 마치 그냥 그곳에 있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이는 단순히 소설이 별로라는 뜻이 아닙니다. 앞서 말한 것처럼, 이 소설에서 음식에 대한 묘사는 꽤 잘 쓴 편에 속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그 묘사가 적절하게 다른 이야기와 합쳐지지 않는 경험에 더 가까운 것이죠.

 

결국 이 소설은 서로 어울리지 않는 재료들을 한데 조립해 둔 것처럼 느껴집니다. 마치 색깔이 다른 레고 블록들을 가져다가 지은 건물처럼요. 각각의 레고 블록들은 단단하고 아름답지만, 그것들이 모인다 해서 건물도 아름다운 것은 아니니까요.

그러한 구조에 별다른 거부감을 가지지 않는 분이라면, 재미있게 읽으실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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