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늘한 새벽 공기가 채 가시지 않은 시간, 낡은 빌라 3층의 굳게 닫힌 문틈으로 기묘한 적막함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형사들의 구둣발 소리가 복도를 울리며, 그 고요함을 거칠게 찢어놓았다.
현관문이 열리자마자 코를 찌른 것은 비릿한 피 냄새가 아니었다. 그것은 고급 레스토랑의 프라이빗 룸에서나 맡을 법한 진하고 매혹적인 트러플 버터의 향이었다.
방 안 전등 아래, 일흔의 나이에도 꼿꼿한 풍채를 자랑하던 은퇴한 대기업 임원, 김철수 씨가 싸늘한 주검으로 변해 반듯하게 누워 있었다. 그의 흰 고급 스웨터는 붉은 선혈로 물들어 있었다.
무엇보다도 단번에 형사들의 시선을 단번에 사로잡은 것은 시신 바로 옆, 초라한 나무 식탁 위에 차려진 비현실적으로 완벽한 만찬이었다.
짙은 밤색으로 시어링된 두툼한 스테이크. 겉은 크리스피하게 구워져 완벽한 자태를 뽐냈고, 그 위로 녹아내린 버터가 윤기를 더했다. 가니쉬로 놓인 황금빛 캐러멜라이즈드 어니언과 살짝 구워진 선명한 녹색의 아스파라거스, 그리고 붉은 와인 소스와 홀그레인 머스타드, 허브 아이올리까지.
그것은 단순한 식사라고 표현할 수 없는 것이었다. 피로 얼룩진 살인 현장에 놓이기엔 지나치게 정교하고, 소름 끼치도록 아름다운 예술작품이었다.
“하… 이거 참, 지독하게도 맛있게 차려놨군.”
현장에 들어선 김 형사가 미간을 깊게 찌푸리며 탄식했다. 수십 년간 강력계를 구르며 산전수전 다 겪은 그였지만, 시신 옆에 이토록 정성스러운 요리가 놓인 광경은 처음이었다. 그는 본능적으로 주머니에서 장갑을 꺼내 끼며 현장의 잔해들을 하나씩 확인했다.
“단순 강도, 우발적 살인, 둘 다 아냐. 이건 애초부터 보여주기 위한 거야. 아주 지독한 의식이 되었군.”
김 형사의 눈은 시신의 상처와 주변의 혈흔을 훑고 있었지만, 그의 뒤를 따라 들어온 최 형사의 시선은 전혀 다른 곳, 바로 식탁 위의 스테이크에 고정되어 있었다.
“반장님.”
그때 최 형사가 킁킁거리는 소리와 함께 식탁 쪽으로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평소 가벼운 행동거지와 엉뚱한 소리로 구박받기 일쑤인 그였지만, 의외로 음식 앞에서만큼은 그 누구보다도 진지해지는 그였다.
“왜? 배고프냐? 야, 설마… 시신 앞에서 침 흘리지 마라.”
김 형사가 핀잔을 주었지만, 최 형사의 표정은 매우 심각했다. 그는 허리를 숙여 스테이크에 코를 가까이 댔다.
“이상합니다.”
“뭐가?”
“소스가… 맛이… 이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