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쁘지 않은 블랙 코미디 공모(감상)

대상작품: [번역] 저주받은 자들의 영원한 칵테일 파티 by 폰다 리 (작가: 별빛의 조각들, 작품정보)
리뷰어: 레즈, 2일전, 조회 8

* 소설 내용을 일부 포함하고 있으니 주의 바란다.

 

지옥은 참 인기있는 주제다. 그만큼 죽음에 대한 공포가 큰데다 거기에서 비롯된 사후세계에 대한 갈망같은 게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당연히 순수한 호기심도 있다. 살면서 종종 마주치게 되는 쉽게 이해하기 힘든 현상을 설명하는데 손쉬운 방법을 제공해주는 세계관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니까, 영혼의 존재같은 것 말이다.

지옥은 또한 종교적인 가르침을 손쉽게 받아들이게 만드는 장치이기도 하다. 죄와 벌이라는 것을 엄격히 통제할 수 있는 제도가 형성되지 않았을 때에도 그 대가를 참혹하게 치러야 한다는 이야기를 통해 하지 말아야 할 짓을 강조하는 역할을 했다. 그렇기에 지옥은 그 자체로 교훈적이며 또한 사회 비판적인 측면이 있다.

그런 전통적인 지옥의 요소를 이 소설 속 지옥도 갖고있다. 다만 교훈적인 것보다는 비판적인 측면이 훨씬 강한데, 소위 인간이 인간하는 모습을 꽤 직접적으로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소설 속 인간들의 모습, 행태는 어떻게 보면 기본적인 속성, 공통적인 것이라고도 할 수 있기에 어디에든 쉽게 갖다 붙일 만하다. 그러나 정확하게 인터넷 커뮤니티를 의도한 것으로 보이는데, VIP라는 모종의 계급이 있다는 것이나, 모두가 그것이 되고 싶은 한편 그런 이를 시기하고 질투하는 것도 그렇고, 사람들 사이에 어떤 그룹이 형성되며, 추종자(Followers)가 존재한다는 것, 심하면 단지 한마디의 말 때문에 ‘나락’에 갈 수도 있는데, 그게 진짜 어떤 의미나 의도가 담긴 것이지는 전혀 상관하지 않고 순식간에 불타올라 사냥을 한다는 것이라든가, 그것이 주변인들에게까지 확장되기도 하는 등 세세한 것까지를 노골적으로 담고 있어서다.

그것을 지옥, 그것도 인간이 스스로 만들고 서로를 빨아먹히게 만드는 지옥처럼 묘사한 것이 좀 재미있다. 그것도 피와 살이 튀고 죽음이 가볍게 취급되는 지옥. 이게 꽤나 적절해서 꽨찮게 보게 한다.

다만 그런 비판적인 요소 외에 다른 재미요소는 없는데다, 짧게 볼 수 있는 단편이기에 부담스럽거나 하지는 않지만 다분히 B급 슬래셔물적인 면도 있어서 적극적으로 추천하기엔 좀 미묘한, 개인적 취향을 크게 타는 소설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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