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주받은 자들의 영원한 칵테일 파티(The Eternal Cocktail Party of the Damned)
By Fonda Lee
* 이 소설에는 성폭력과 신체적 폭력에 대한 묘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 본문의 기울임꼴과 굵은 글씨는 원문 표기를 그대로 따른 것이며, 각주는 모두 번역자가 추가한 것임을 밝힙니다.
“이 사진 좀 봐봐.” 악마 베이조스는 휴대폰 화면을 스크롤하더니, 자랑스럽게 휴대폰을 내밀며 파티의 소음 사이로 목소리를 높인다. “얘가 새끼들 중에서도 제일 약골이었어—머리가 겨우 두 개뿐이었거든. 그래도 가장 사랑스러운 털뭉치라니까”
“우와, 정말 귀엽다.” 아스포스는 감탄하며 부드럽게 중얼거린다. “난 애완동물은 안 키우지만⋯, 이거 봐. 뜨거운 기름 구덩이에서 튀긴 살갗으로 샌드위치를 만들었어. 이 정도면 예술이지?”
베이조스가 입구로 들어오는 열댓 명 정도 되는 사람들을 들여보낸다. 꼴을 보아하니 이제 막 저주받은 영혼들이 여전히 공포로 움츠러든 채 혼란스러운 눈을 깜빡이며 비틀거리고 있다. 보통의 클럽 문지기와 달리, 베이조스의 임무는 최대한 많은 사람을 파티장에 들여보내는 것이다. 지금까지 그건 별 문제가 아니었다. 저주받은 영혼의 물결이 끊임없이 베이조스를 지나쳐 갔고, 파티장이 비좁게 느껴질 때마다 공간은 스스로 넓어졌다. 새로운 층의 클럽이 열리고, 발코니가 생기고, 벽에 매혹적인 방들로 이끄는 문이 나타났다.
가끔 누군가 입구에서 머뭇거리며 돌아가려고 하거나, 파티장 안의 인간들이 그곳을 탈출하려는 대담한 시도를 할 때면, 베이조스는 정신 조작의 손길로 사람들이 그곳을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막는다. “요즘도 여전히 타오르고 들끓는 구역에서 일해?” 베이조스가 아스포스에게 묻는다.
“파트 타임으로만.” 아스포스가 한 손으로 잔을 휘저으며 어깨를 으쓱한다. “근데 거긴 거의 죽었어. 여기랑은 달라. 여기야 말로 진짜 핫플레이스잖아.”
실제로 지옥에서 가장 최근에 생긴 고리는 센세이션 그 자체였다. 저주받은 영혼들이 불과 유황, 살갗을 벗기는 고문대, 전갈 탱크 같은 익숙한 방식을 피해 이 새로운 구역으로 몰려들고 있었다. 살아있는 자들의 통념과는 달리, 지옥의 거주자들은 언제나 영겁의 고문을 견딜 곳을 선택할 수 있다. 그러나 파멸의 중요한 원칙 하나. 그것이 자신이 직접 고른 결과일 때, 고통은 언제나 더 가혹하다. 많은 저주받은 영혼이 이승에서의 삶과 크게 다르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고 비교적 새롭게 지어진 ‘영혼을-빨아들이는-막다른-길의-최저임금-노동’ 고리를 선택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그들이 진정한 ‘영혼 빨아들이기’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르기 때문이다.
“뜨거운 기름 구덩이는 드레스 코드가 훨씬 자유롭긴 하지.” 베이조스가 한마디 한다. 여기서는 인간의 모습으로 가장해야 하는 게 규칙이다. 그래서 파티의 주최자들은 이곳에 있는 다른 사람들처럼 군중 속에 완전히 섞여 있다. 지금 베이조스는 월가(街) 은행가로 분했고, 아스포스는 비트코인 채굴자인 척하고 있다.
“그렇긴 하지,” 아스포스가 고개를 끄덕인다. “하지만 이 일이 훨씬 수월해. 뜨거운 기름을 데우고, 사슬을 끌어당기고, 발버둥치는 인간들을 집어넣었다가 다시 끌어내는 육체노동에 비하면, 이건 정말 식은 죽 먹기라고. 인간들이 알아서 모든 일을 해주니까 우린 아무것도 안 하고 분위기만 살리면 되잖아. 여기로 완전히 자리를 옮기는 게 목표야.” 그녀는 빈 잔을 조용히 내려놓고 연회장을 둘러본다. “그나저나, 좀 돌아다니는 게 좋겠어. 분위기가 조금 잠잠해진 것 같아서.”
베이조스는 폭풍 전 고요에 전혀 개의치 않는다. 이 파티는 끊임없이 변화하고 살아 움직인다. 어떤 문은 방황하는 영혼을 강렬한 음악과 사람으로 가득 찬 댄스 클럽으로 안내하고, 또 어떤 때에는 바로 그 문이 옥상 정원의 브런치로 이어지기도 한다. 파티는 언제고 멈추지 않는다. 아니, 지옥에는 시간이라는 개념 자체가 없다. 지금 이 순간, 그들은 넓게 펼쳐진 펜트하우스 연회장에 서 있다. 우아한 검은색 칵테일 테이블과 편안한 붉은 가구가 모여 있는 공간에는 손님들이 어울리며 대화를 나눈다. 누구도 본 적 없을 만큼 긴 뷔페 테이블에는 온갖 종류의 음식이 차려져 있고, 조끼를 입은 웨이터들이 은쟁반에 담긴 카나페와 음료를 부지런히 나른다. 뱀 모양으로 휘어진 수정 분수에서는 붉은 와인이 흐르고, 유리 벽에 고정된 촛대에서는 밝은 하얀 빛이 쏟아져 나온다. 이 빛은 바닥부터 천장까지 이어진 반대편 창문의 망각 속에서 소용돌이 치는 불투명하고 역겨운 녹색 안개를 은은하게 감춘다.
손님들은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처럼 보인다. 웃음소리와 왁자지껄한 대화가 공간을 가득 메우고, 손님들은 그저 바라기만 하면 즉시 변하는 옷을 뽐내기 위해 포즈를 취한다. 어차피 이곳에선 이승의 물리 법칙은 전혀 힘을 못 쓰니까. 옛 친구들이 서로 반갑게 인사하고 새롭게 만난 사람들에게 말을 건다. 오직 인간들의 얼굴을 자세히 들여다봐야만, 그들의 눈빛에 드리운 공포와 미소 뒤에 도사린 동물적인 불안함을 알아챌 수 있다. 많은 이들이 부자연스러울 정도로 신중하게 움직이고, 시선이 이리저리 꽂히고, 때때로 감전당한 쥐새끼처럼 움찔대거나 얼어붙는다.
무대 위에선 5인조 밴드가 연주를 끝낸다. 몇몇 손님들은 갈채를 보내고, 다른 이들은 찬사를 외치며 돈을 무대 위로 던진다. 그러다 누군가 갑자기 “너네 드러머 존나 구려!”라고 소리친다. 관객석 앞 근처에서 발사된 총알이 관객에게 불쾌감을 준 밴드 멤버-그러니까, 드러머를 향한다. 키보드 연주자는 드러머를 끌어당기며 허리춤에서 반자동 권총을 꺼내 반격한다. 또 다른 손님이 기관총을 난사해 키보드 연주자를 쓰러뜨린다. 남은 밴드 멤버들은 황급히 도망친다. 하지만 그들 뒤에서 터진 수류탄이 밴드 보컬과 두 명의 총잡이를 터뜨려 피와 살점이 뒤섞인 소스로 만든다.
“오, 루시퍼님 덕분에 이제야 분위기가 좀 사네,” 아스포스가 비명 소리를 뚫고 말한다.
“슬슬 놀아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