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몽고등학교로 전학을 가게된 서연, 그녀는 현실인지 꿈인지 분간할 수 없는 이상한 일을 반복적으로 겪게 된다. 이상한 존재가 그녀를 지속적으로 쫓아오고 학교는 친구들의 피로 물드는데… 꿈과 현실, 진실과 거짓을 구분하지 못하는 서연, 과연 진실을 찾고 이곳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요?
서연이 친구들을 만나고 사건을 겪는 고등학교에 대한 묘사와 참혹한 악몽과 흰얼굴의 악당에 대한 묘사는 굉장히 흡입력이 있고 다이내믹합니다. 마치 영화 각본이랄까요, 트리거가 되는 소리나 장면이 있고 이를 기점으로 점프스케어와 유사한 긴박한 씬이 펼쳐집니다. 서연을 찾아오는 존재와 피로 물든 교실 옥상에서 뛰어내리는 존재를 먼발치에서 쳐다보는 서연의 시점 등이 마치 눈앞에서 영상을 틀어주듯 앞에 선명하게 그려집니다. 거기에 더해 사운드에 대한 서술과 자세한 서연의 내면 묘사는 더욱 상황에 몰입하게 만듭니다. 스릴러나 호러 문학, 영화를 즐겨보는 입장에서 여러 작품들이 주마등처럼 머릿속을 지나갔고 이는 분명 이 작품의 큰 장점입니다.
다만, 꿈과 현실 미몽과 이몽을 넘나드는데 현재 어떠한 상황인지, 무슨일이 벌어지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서술해줘야하지 않을까 합니다. 글의 대부분을 할애하여 현실을 받아들이는 서연의 혼란스러움은 아주 자세하게 서술하지만 독자의 입장에서 현실을 정확하게 인지할 수 있는 정보는 좀 부족합니다. 여기에 더해 전체적인 플롯이 선형적인 구조가 아니고 게임이나 드라마 같이 A 장소 + A 사건 -> (이동) -> B 장소 + B 사건 ->(대화)-> C 장소 + C사건 처럼 사건과 대화가 사건과 내러티브를 파악하는데 큰 도움이 되지 않고 각 인물의 동기나 갈등도 크게 와닿지 않습니다. 플롯이 흩뿌려져 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고 이는 꿈과 현실을 넘나드는 소설 구조 상 지금 서연(독자)가 밟고 있는 곳이 어디인지,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정확하게 알아채기 어려운 부분이 있어 조금 아쉬웠습니다. 꿈과 현실, 현실과 꿈의 모호함을 더 드러내고 싶으셨던 것 같은데 조금 따라가기 어려운 부분이 있었습니다.
장르가 조금 섞인 느낌도 있습니다. 피로 물든 꿈의 세상은 이세계, 나폴리탄 괴담 같은 느낌이지만 그런 이야기는 단편이나 휘발성이 강한 글에는 적합하지만 중편 이상의 글로 끌고 가기에는 장치가 조금 더 필요하지 않을까합니다. 차라리 아주 무시무시한(+피할 수 없는) 그런 존재가 주인공을 계속 압박하고 지옥같은 상황에서 어떻게든 탈출하거나 갈등을 벗어나는 구조였다면 앞에서 말씀드렸던 생생한 묘사와 연출을 통해 강렬한 인상과 카타르시스를 받을 수 있지 않을까합니다.
몽환적이고 풍성한 이야기에 무척이나 즐거웠습니다. 호흡이 짧은 추격극 같은 느낌의 작품을 쓰시면 무척 흡입력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앞으로의 연재분도 잘 감상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