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접리뷰] 작가님, 동굴 입구에 이 주접리뷰를 그려 놓고 갑니다 공모(감상)

대상작품: 당신의 귓가에 음산히 속삭이듯. (작가: 유상, 작품정보)
리뷰어: 아침은삼겹살, 1시간 전, 조회 10

이  리뷰는  전체 작품 리뷰가 아니라

“부정은 물로 씻고,  업은 기도로 푼다” 편의 리뷰입니다..

 

 

 

작가님.

끝까지 다 봤고, 놀랐습니다.

먼저 고백하겠습니다.

저는 호러를 잘 모릅니다.
오컬트도 모릅니다.
무속은 더 모릅니다.

그러니까 저는 이 작품을 거의 아무 준비 없이 읽었습니다.

그리고 하나 더 고백하겠습니다.

세상 최고의 그래픽카드는 뭘까요.

오백만 원짜리 RTX 5090입니까.
리사 수 님의 라데온 뭐시기입니까.

하하.

제 아재력을 뭘로 보십니까.

세상 최고 사양의 그래픽카드는 사람 머릿속에 있다고 들었습니다.

물론 이 리뷰를 쓰는 제 컴퓨터의 GTX 1060은 지금도 말하고 있습니다.

“노인 학대 좀 그만해라.”

하지만 저는 청개구리처럼 잔머리를 굴려 보았습니다.

호러를 잘 모르는 독자라면,

오히려 낡은 머릿속 그래픽카드가 삐걱거리며 뽑아내는 화면이 더 무서울 수도 있지 않을까.

선명한 이미지보다 덜 보이는 이미지.
완성된 설명보다 중간에 깨진 장면.
무엇인지 몰라서 제 머릿속에서 대충 렌더링된 이상한 영상들.

저는 이 작품을 그렇게 봤습니다.

할애비의 목소리와 동굴과 댓글들이 제 머릿속 낡은 그래픽카드를 혹사시켰고, 화면은 자꾸 깨졌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그 깨진 화면이 더 무서웠습니다.

혹시 제 그래픽카드가 불쌍해서 측은지심이 드는 분은 골드를 보내주십시오.

막걸리 좀 마셔서 렌더링 성능을 보정하겠습니다.

농담입니다.

아마 막걸리를 마시면 성능은 올라가지 않고, 저만 더 이상한 장면을 보게 될 겁니다.

처음에는 할애비의 당부가 마음을 잡았습니다.

무섭고 간절했습니다.
살아남으라는 말 같기도 했고, 제발 길을 잃지 말라는 말 같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중간중간 달린 댓글은 진짜 게시판 댓글로 읽었습니다.

아, 사람들이 몰입해서 댓글을 달고 있구나.
조금씩 공개되는 게시글을 보며 커뮤원들이 같이 따라가고 있구나.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읽다 보니 이상했습니다.

말을 안 들은 사람은 죽었고,
말을 잘 들은 사람은 살아남은 것 같았습니다.

작가님.

댓글창을 왜 이렇게 쓰십니까.

저는 댓글인 줄 알고 읽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그게 댓글이 아니라 동굴을 지나간 사람들의 흔적으로 보였습니다.

누군가는 중간에 탈락하고,
누군가는 끝까지 간 기록.

댓글창인 줄 알았는데 저승길 방명록이었습니다.

이때부터 저는 이 아이가 살아 있는 아이가 아니라 혼백이라고 읽었습니다.

할애비가 죽은 아이의 혼백에게 길을 알려 주고, 어떻게든 건너가게 하려고 계속 당부하는 이야기로 읽었습니다.

네.

오독일 겁니다.

심한 오독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이 오독이 좋았습니다.

할애비의 말은 그냥 무섭지 않았습니다.
절절했습니다.

살아남으라는 말 같기도 했고, 이제는 제발 건너가라는 말 같기도 했습니다.

작가님, 이런 식으로 길 안내를 하시면 곤란합니다.

저는 독자인 줄 알았는데, 중간부터 상주가 된 기분이었습니다.

다만 중간의 알 수 없는 이미지와 불교 문구는 제 오독을 살짝 방해했습니다.

왜냐하면 제가 모르니까요.

모르면 무섭습니다.
그런데 너무 모르면 조금 멈춥니다.

저는 그 앞에서 잠깐 이런 상태가 됐습니다.

“아, 이거 뭔가 있는 것 같은데.”
“그런데 제가 이걸 알 리가 있습니까?”
“작가님, 저를 왜 무속 오픈북 시험장에 세우십니까?”

나중에 자게의 작가님 댓글을 다시 읽고, 조금 찾아보고 나니 굿판의 모습이 그려졌습니다.

그제야 작품이 더 입체적으로 보였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알고 나니까 약간 힘이 빠졌습니다.

모를 때는 동굴과 목소리와 당부만 남았습니다.
그래서 더 막막했고, 더 무서웠고, 더 애절했습니다.

알고 나니 그림은 더 선명해졌습니다.
하지만 모르고 헤매던 때의 어둠은 조금 사라졌습니다.

아, 호러는 이래서 다 보여주면 안 되는구나.

본의 아니게 그렇게 배웠습니다.

작가님.

저는 이 작품을 제대로 읽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아마 많이 틀렸을 겁니다.

하지만 저는 분명히 헤맸고, 무서웠고, 이상하게 애틋했습니다.

그리고 그 헤맴이 좋았습니다.

그러니까 이 리뷰는 정확한 해설이 아닙니다.

동굴에서 길을 잃은 독자가 벽에 긁어 놓은 생존 표시입니다.

제 머릿속 1060이 과열되며 남긴 저해상도 유서입니다.

혹시 다음 독자분들이 이 흔적을 보신다면 조심하십시오.

댓글창이라고 다 댓글창은 아닙니다.

어떤 댓글창은 저승길 방명록입니다.

그리고 작가님.

이 리뷰는 채택하지 마십시오.

저는 작품을 정확히 해설한 게 아닙니다.
동굴 앞에서 겁먹은 독자가 골드 한 줌 던지고 도망간 겁니다.

고시레 한 셈 쳐 주십시오.

고시레~~!!
고시레~~!!

이러면서 골드 뿌리는 거 맞죠?
아니면 고수레입니까?
아무튼 저는 이미 뿌렸습니다.

작품의 앞길에 액운 없으시라고, 제 골드는 동굴 입구에 뿌리고 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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