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작품의 작가 배명은 님은 중/단편 공포소설을 연달아 발표하며 필력을 쌓고 계신 듯 하다. 뱀의 해를 맞아 진행 중인 큐레이션 이벤트로 만났다.<뱀장수는 오지 않는다>는 강점이 뚜렷하고 장르적 성취가 분명한 작품이다.
공포소설에서는 현장감이 무엇보다 중요하기에 인물의 행동 묘사나 장면 묘사에 많은 단어를 할애하고 또 공을 들인다. 하지만 그것 뿐이라면 이야기가 성립되기 어려울 것 같다. 마치 독자가 컴컴한 밤, 숲 속에서 눈앞에 바짝 다가오는 나무만 한 그루 한 그루 보고 숲의 전체 모습은 못 보는 꼴이 될 수 있으니까. 시간과 공간적 배경과, 인물들의 뒷이야기, 줄거리와 플롯을 이해하기 쉽게 하는 요약도 적절히 섞여 들어가야 좋겠다. 그런 점에서 이 작품이 난해하게 다가오기도 했다. 수많은 나무들이 시야를 처음부터 끝까지 계속 휙휙 현란하게 스치고 가서 숲의 모습을 알기가 어려운 느낌이었다.
우선 분량이 짧아서 (46매) 그렇게 된 것 같은데, 작가님이 자기 안에는 형성된 소설의 설정/배경 글자로는 많이 못 옮겨 아쉬울 수도 있겠다. 석이, 석이의 부모님, 주인아저씨, 뱀장수, 귀신 아가씨가 각각 누구이고 어떤 관계에 있는지 머릿속에 잘 그려지지 않았다. 특히 주인공 격인 석이의 사연이 파편적으로 나와서 인물에게 공감하기가 초반에 어려웠다. 분량을 조절하지 않더라도, 행동 묘사를 줄이고 서사를 보충해주면 오히려 뒷부분에 석이가 병을 깨고 나온 뱀과 벌이는 사투나 귀신 아가씨의 반전이 돋보일 듯 하다. 등장인물의 수를 줄여서 여백과 집중도를 확보할 수도 있고. 소설의 배경이 1970년대 새마을운동 시기라는 것도 전반부에 깔아주면서 당시의 파시즘적인 분위기, 근대와 토속 문화가 공존하는 분위기를 더 잘 살릴 수 있을 것 같다. 서까래가 나오고 농가가 묘사되는 초반부 때문에 조선시대 역사소설로 오해하면서 읽었다.
이번에는 위기를 모면했지만 결국 석이는 언젠가 뱀에게 살해당할까? 수호 뱀귀신과 오해를 풀고 삶이 달라질까? 이것이 독자에게 남는 호기심이니, 다음편을 언젠가 써주셔도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