랑종과 도당굿 사이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감상

대상작품: 도당굿 (작가: 유이립, 작품정보)
리뷰어: 태윤, 24년 12월, 조회 16

개인의 취향이라는 건 참 이상합니다. 어느 때는 바위에 박힌 쇠 말뚝처럼 단단하다가도, 갑자기 일관성을 잃기도 합니다. 저는 ‘추격자’와 ‘곡성’을 굉장히 재미있게 보았고 몇 번을 보아도 질리지 않았는데, 이상하게 ‘랑종’은 끝까지 보기가 힘들었어요. 물론 이것은 취향의 일관성에서만 답을 찾을 문제는 아닐 수 있습니다. 익숙하지 않은 문화권의 이야기, 낯선 배우들, 기본 정보가 없는 여러 의식들과 그로부터 파생되는 개연성을 찾아나가야 하는 피로감 같은 원인이 있었겠지요.

하지만 같은 감독이 자신의 스타일을 바꾸지 않은 상태에서 만든 후속 작품이 대체 어떤 면에서 전작들과 이리도 다르게 느껴질까 하는 의문은 가슴 속에 남아 있었습니다. 저는 아직 완벽하게 이해할 만한 답을 내리진 못했습니다.

이 작품 ‘도당굿’은 사실 먼저 말씀드린 ‘랑종’과는 그렇게 큰 유사점이 없습니다. 물론 이야기를 이루는 큰 줄기에서 비슷한 향기를 느끼시는 독자들은 여럿 계실 거라 생각합니다만, 그럼에도 다 읽고 나시면 두 작품의 분위기나 내용이 유사하다고 말씀하시는 분은 많지 않을 것 같습니다. 제 생각에는 비슷한 이야기를 내어 놓더라도 작품에 흐르는 정서가 다르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요즘 유행하는 영화나 소설 같은 콘텐츠라는 측면에서 보자면 고구마를 몇 개 먹이고선 들고 온 물은 주지 않는 주인공에 답답함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왠지 주인공의 마음이 뭔지는 알 것 같습니다. 누군가는 이해 못하겠지만 우리는 알고 있는 그것이죠. ‘한’은 이웃한 나라에서도 보기 힘든 한국만의 정서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한에는 원한만 있는 게 아니라 그리움이라는 것도 존재합니다. 뭐라 정의하기 힘든 ‘애닲음’이라는 감정도 있습니다. 사랑과는 다르지만 ‘정’이라는 감정도 있지요. 이 작품에서 주인공은 상대를 향한  원통함으로 시작한 감정이 그리움으로, 애닲음으로 변하다 마지막에는 정으로 상대를 품게 되는 감정의 변화가 너무나 절절하게 표현되어 있습니다. 가슴이 아리고 안타까운 모습이지만 이 감정은 결국 혼자만의 한으로 맺음되지 않고 서로 주고 받는 사랑이 됩니다.

뻔한 결말이라고 하실 분도 계실 겁니다. 하지만 재미있는 단편이었다는 사실에는 아마도 동감하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가독성이 좋고 도당굿이라는 익숙하지 않은 주제를 재미있고 아름답게 그려낸 작품입니다. 개인적으로는 끝까지 읽고 나서 알 수 없는 짜릿함을 느꼈습니다. 사람이 사람에 대한 희망을 놓지 않게 해 주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작가 님의 답을 본 것 같은 기분이었거든요. 완독의 시간은 짧지만 만족은 아주 길게 이어가실 수 있는 작품이라 감히 추천드립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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