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딕체 공포증> : 안과 밖 비평

대상작품: 고딕체 공포증 (작가: soha, 작품정보)
리뷰어: 양모, 17년 7월, 조회 47

<고딕체 공포증> 리뷰

 

광기에 빠진 인물의 시점에서 써내려간 소설은 많습니다. 고골이나 루쉰의 ‘광인일기’가 가장 대표적일텐데요. 러시아에는 아예 정신분열 환자의 시점에서만 글을 쓰는 소설가도 있었다고 하니 그만큼 역사가 깊은 스타일인 셈입니다.

이런 방식의 소설에서는 주로 광기에 빠진 인물의 내면과 정상적인 외부 세상의 대조를 이용해 이야기를 풀어나갑니다. 예를 들어 고골의 광인일기에서, 주인공의 광기는 끝없이 악화되어가지만 그의 (완전히 돌아버린) 일기를 통해 독자는 그의 주변에서 실제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왜 그가 갈수록 미쳐가는 것인지 파악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안과 밖을 대조함으로써 작가는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성공적으로 전달합니다.

<고딕체 공포증>은 정신이 이상해진 화자의 시점을 매우 세밀하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산세리프와 세리프 서체를 비교하며 두려움에 빠지는 그의 독백은 지나치게 디테일해서 우스우면서도 소름끼치는 면이 있을 정도입니다. 광기의 진행 정도도 잘 표현하셨는데, 단순히 서체의 문제가 아니라 국수나 변색의 문제로 광기가 전이되는 묘사는 이 글에서 가장 뛰어난 부분이 아닌가 합니다.

그런데 아쉽게도 이 글에는 ‘밖’이 없습니다. 주인공의 내면에 가득찬 광기만이 묘사될 뿐입니다. 왜 주인공은 고딕체를 두려워하게 된 것일까요? 주인공의 광기에 세상은 어떻게 반응할까요? 미쳐버린 주인공과, 주인공을 미쳐버리게 한 세상은 어떤 면에서 대극을 이루고 있을까요? 알 수 없습니다. 주인공과 세상의 교류가 없기 때문입니다. 자연히, 이 이야기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도 독자에게 와닿지 않습니다.

광기에 빠진 주인공의 내면을 묘사하는 범상치 않은 솜씨로 보아, 더 좋은 글 쓰실 수 있으실 거라 믿습니다. 다음 작품도 기대하겠습니다.  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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