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서 그에게 남은 것 하나. 감상

대상작품: 사랑의 의미 (작가: 진정현, 작품정보)
리뷰어: 별해무, 17년 7월, 조회 31

한 남자가 있다. 분만실에서 난산을 겪고 있는 아내를 초조하게 기다리는…

고통을 겪고 있을 아내를 생각하면 그 자신도 함께 아파하고, 고통스러워해야 할 것 같은데, 어느 순간 다리가 아파

의자를 찾고, 뱃속 허기짐을 느끼는 자신에게 남자는 알 수 없는 경멸을 느낀다.

 

( 아… 인간은 타인의 고통 속에서도 그 자신의 욕구와 본능 속에 충실할 수밖에 없는 것인가…

하는 남자의 고뇌와 무기력함 그리고 자기혐오가 잘 드러난 부분이라 개인적으로 느낀 것들이 참 많았다. )

 

모든 것이 자신의 잘못인 것만 같다. 아내는 자궁경부암을 앓았었기에 임신을 하더라도,

어려울 수 있다는 의사의 얘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자기경멸과 죄책감 속에 시간은 초조하게 흘러가고,

희망 없는 기다림 속에 남자의 속은 까맣게 타들어간다.

그리고 그에게 들려온 소식.

아내의 죽음과 딸의 탄생. 하나의 죽음과 하나의 삶.

이 순간을 그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것인가, 아내를 죽음으로 내몬 아직, 얼굴도 모르는 딸이 원망스럽다.

아니 애초에 잘못은 자신에게 있다고 남자는 생각한다. 모든 감정이 뒤죽박죽 엉클어진 가운데 유독 그의

가슴에 남은 건, 분노와 슬픔 걷잡을 수 없는 아픔뿐인 것 같은데… 그의 발걸음은 아내의 장례식장이 아닌

딸의 신생아실로 먼저 향한다. 초점 없는 그의 눈동자 속에 들어온, 창문 너머 자신을 바라보는 딸의 얼굴.

순간 딸의 얼굴에서 아내의 얼굴, 아내의 미소를 본 것 같다. 이젠 아내의 장례식장으로 가자.

아내에게 가는 그의 발걸음, 일순 남자의 가슴속에 소용돌이치던 수많은 감정들 중

그에게 오롯이 남은 감정 하나는… 알 수 없는 따뜻함이다.

그건 어쩌면 사랑일지도 모르겠다.

그래, 사랑.

 

나는 장례식장으로 곧장 가지 않고 신생아실로 갔다. 창문 너머로 나를 보는 딸을 보았다.
아내를 그토록 닮은 모습에 가슴이 쓰라렸다. 더는 보지 못하고 돌아서서 장례식장으로 향했다.
아무도 없는 계단으로 내려가면서 딸의 이름은 아내의 이름으로 정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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