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제목은 종종 패러디로 본 만화의 대사인데, 이번 기회에 원본을 찾아보니 원본부터가 도박 중독이어서 이보다 더 적합할 순 없다 싶었습니다. 아래 대화는 원본 만화의 대사예요.
의사: …치료가 필요할 정도로 심각한 ‘도박 중독증’입니다.
환자: 흥, 웃기는 소리. 내기하겠소? 난 내가 도박 중독이 아니라는 데 1000만 원 걸겠소.
(출처: 진료실 엿보기 26화 (meditoon.net))
아마 주인공은 의사를 만나는 데에 돈을 허투루 쓰지 않을 것 같지만요. 여하튼 이 이야기, 읽으면서 내내 느낀 점은 해상도가 높다는 겁니다. 머리 터지도록 복잡한 우주선 조종도, 작가 코멘트에서 드러나는 오늘의 알짜 지식 같은 도박 정보도요. 혹시 작가님의 경험담은 아니시죠? 그렇다면 이제는 개구멍을 타는 것보다 덜 직접적으로 뇌를 지질 수 있는 방법을 찾으셨다는 뜻이니 오히려 나을지도 모르겠군요…
저는 단도박이라는 말을 이 작품의 제목으로 처음 봤습니다. 익숙한 도박 외에도 생소한 이름의 도박도 있는 작품이니 어림짐작으로 이것도 도박의 일종인 줄만 알았는데, 도박을 끊는 일이라고 하더라고요. 네…? 거참…. 이야기를 다 읽고 난 다음에도 이 단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아리송하기만 합니다.
시작하자마자 이 정도면 로또 1등 당첨도 될 것만 같은 0.0000003%에 당첨된 주인공은 아버지 대부터 이어져 온 짧디짧은 전통의 도박 중독자입니다. 그러면서 생존 지속 사유로 효도를 드는 효자고, 사람을 죽여도 데리고 도망쳐 주겠다는 어머니를 또 도박해서 울리면 개라고 해 놓고선 또다시 포커패를 쥐는 답이 없는 불효자기도 하죠. 그래도 아직 어머니는 모르시니까 사람 새끼는 아니어도 개도 아닌 걸까요?
배신과 속임수, 무법과 폭력이 판을 치는, 인정도 정신도 없는 듯한 세상에서 주인공은 나중에 또 도박에 꼬라박을 돈을 모으기 위해 어떻게 봐도 구린내가 풀풀 나고 까딱 잘못했다간 쥐도 새도 모르게 쓱싹 해치워질 특급 배송 일을 맡습니다. 정신이 좀 핑핑 돌려지고 어머니가 준 부적도 재수 없는 손님에게 도둑맞았지만, 어쨌든 꽤 큰 돈을 받았으니 한숨 돌렸나 싶었죠.
이런 운으로 도박에 뛰어든다는 것부터 이미 제정신이 아니라는 방증이 아닐까요? 뭘 해도 탈탈 털리니 이제 거꾸로 들어서 털어도 아무것도 안 나올 것 같은데, 이 와중에 하나뿐인 몸조차 털려서 차라리 이런 모습을 어머니가 못 보셔서 다행이란 생각만 들더라고요.
그리고 ‘부자는 망해도 삼 년 먹을 것은 있다’는 속담이 있는데요… 어머니가 부적 내용을 아시고 가져왔든 모르고 가져왔든 고대어를 몰라서 여태 도박으로 탕진 안 한 돈이 또 삼 년은커녕 3달, 어쩌면 3일 만에 사라질 걸 생각하니 아찔하기만 합니다. 이 뒤로도 이야기는 계속 이어질 것 같지만, 이번 일로 받은 돈은 다시 고스란히 나온 주머니로 들어간다는 암시밖에 없어서요.
그래도 어머니를 모신다고 했으니, 이제 어머님께서 정신줄 꽉 붙잡아 주시겠죠? 그 김에 중독 치료 프로그램이 카지노가 지배하고 정부는 보이질 않는 이 적대적 경제 지구에 있을지 모르겠지만, 있다면 꼭, 반드시 이 불효막심한 아들을 데려가시길 바랐습니다.
그래도 맞대기는 어마어마한 금액의 차용증이 생긴 판스워스가 이길 테니 투자가 맞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