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그 사람 말고 나는요? 의뢰(비평) 브릿G추천

대상작품: 미신 (작가: 방구석 무법자, 작품정보)
리뷰어: 리체르카, 17년 7월, 조회 70

친절하지 않은 리뷰어를 찾아오셨으니 애도의 말씀 먼저 드립니다. 읽자마자 리뷰를 쓰고 싶다고 생각하게 되는 글이 있고, 읽은 뒤에 그냥 이런 이야기구나 하고 넘어가거나 혹은 이해가 안 가네 하고 슥 지나치게 되는 글이 있지요. 아쉽지만 이 글은 후자에 해당하는 글이었습니다. 고로 친절한 감상보다는 눈에 보였던 몇 가지를 이야기 드리는 것으로 리뷰를 적을까 합니다. 그간 적어온 리뷰와는 사뭇 다를 점을 양해 바랍니다. 이미 훌륭한 리뷰어 알렉산더님의 좋은 리뷰가 있으므로 아쉬운 점 몇 가지를 꼽겠습니다.

 

조금 혼란스러운 글이었습니다. 보여주고 싶은 것이 많으셨던 것은 알겠지만, 선택적 집중이 필요하지 않았나 생각을 해봅니다.

 

맨 처음 주인공인 것처럼 나오던 사람은 진짜 주인공이 아니라 그 사람에 관해 서술하는 화자입니다. 하지만 글의 스크롤바가 1/5까지 내려갈 동안 그 사람에 관한 이야기는 나오지 않아요. 화자가 어떻게 해서 그 사람과 일하게 되었는지가 구구절절하게 설명되어 있습니다. 저는 그의 헬기 조종술이 그를 어떤 식으로 위기에 몰아넣는지, 혹은 그가 어떤 운명적 사건을 만나게 되는 계기가 되는지, 어쩌면 그의 헬기 조종술이 가져오는 놀라운 사건이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했어요. 하지만 그 전까지 열심히 설명하던 화자에 관한 이야기와 그의 헬기 조종술이 뛰어나 풀톤회수를 할 수 있다는 모든 이야기들은 그냥 그 사람을 만난 뒤에 흐지부지 사라지고 맙니다.

한 번 정도는 언급이 되네요.

 

손금이 시계처럼 딱딱 맞아 들어가는 이야기를 그리고 싶다는 후기의 이야기를 읽은 뒤에야 이런 글을 쓰고 싶으셨구나. 그래서 그 사람에 관한 이야기를 하느라고 화자의 이야기는 슬쩍 젖혀질 수밖에 없었구나.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답니다. 어쩌면 화자의 신상에 관해서는 그다지 노출하지 않는 편이 그 사람에게 집중하기 좋았을지도 몰라요. 화자에게 집중하는 것 같다가 메인 카메라가 돌아가 버린 기분이었으니까요. 그리고 잊혀졌다가 나중에 그 사람이 사라지고 나서야 자기 생각을 늘어놓는 화자.. 균형이 맞지 않는 기분이라고 할까요. 혹은 주인공을 두 사람으로 봐야 하거나.

그 세계가 처한 이야기는 충분히 비극적이고 흥미로워요. 하지만 절대적이라고 할 만큼 비정상적인 운을 자랑하는 인물에 관해 이야기하고자 하셨다면 조망하는 방법을 달리 생각해보셔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야기의 전개에 관해서는 물 흐르듯 잘 넘어가고 술술 읽히므로 이 이상은 달리 드릴 말씀이 없네요. 보여주고자 하는 것 하나에 집중하는 것, 그리고 잔가지를 쳐내는 법을 좀 더 다듬으시면 훨씬 흡입력 있고 읽기 좋은 글이 될 것 같습니다.

 

리뷰 의뢰를 해주지 않으셨다면 발견하지 못할 글이었어요. 마지막까지 읽으면서 함께 그 사람이 어떻게 살아 돌아온 것인지 추측하는 즐거움도 있습니다. 흉폭하고 기괴스러워 그 형태가 도무지 본래 알고 있었던 것과 가까울 리 없는 나무와 원숭이나 개구리, 거미 같은 것들로 가득 찬 디스토피아. 저는 이런 세계도 싫어하지 않거든요. 결국 미국이 미생물을 컨트롤하는 것에 성공하면서 세계의 구원자가 될 것인지 아니면 모두 함께 방사능에 죽어가는 뒷맛 씁쓸한 미래가 있을지는 그 사람이 얼마나 활약할지에 달리지 않았을까요. 어쩌면 화자는 그 사람이 세계를 구원해내는 것까지 목격할 수 있을지도 몰라요. 혹시 그를 구해내는 멋진 조연 역할도 담당할 수 있겠죠. 작가님이 이야기를 좀 더 확장하신다면의 이야기지만요.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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