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이 비춰내는 것 공모(감상)

대상작품: 고독의 거울상 (작가: 적사각, 작품정보)
리뷰어: 향초인형, 6월 16일, 조회 23

태어남으로써 이 세상에 내던져진 우리는 고독이라는 상황 조건에도 싫든 좋든 내던져지는 경험을 한다. 그런 고독에 특화되었다는 것은 함께 하는 사람이 당장 옆에 없다는 것에 익숙하게 견디고 혼자서 시간을 잘 보내고 알아서 문제들을 해결하는 것에 능숙하다는 뜻일 것이다.

그러나 실제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이런 것에 능통하지 못하다. 그리고 이별에도 예의를 차리지 못한다. 그래서 교제폭력과 살인이 급증하는 현실 상황에서 혼자 지내지도 그렇다고 둘이서 현명하게 보내지도 못해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하는 커플들이 부지기수다.

애착과 집착은 한끗 차이다. 그 아슬아슬한 선을 잘 타지 못하면 혼자 있느니못한 결과를 낳는다. 그럴 때 스스로의 마음을 수렴할 내성이 빛을 발한다. 그런 점을 따지고 보면 이 소설의 주인공은 남에게도 무해하고 스스로의 감정도 감당해낼 준비가 잘 되어 있어 이 시대에 본을 보여주는 하나의 실례가 되고 있다. 그래서 이 소설이 달달하게보다 흐뭇하게 읽히는 것이지 싶다.

물론 주인공이 꽁냥거리는 대목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나’가 ‘레이’와 처음 서로 마음을 터놓게 되고 서로의 벽을 허물고 곁을 내주는 계기가 되는 츄러스 사건은 소재인 츄러스만큼이나 달달하고 풋풋하다. 그러나 더 달달한 연애의 모습을 기대하는 독자에겐 실망스럽게도 작가는 주인공이 혼자서 고독을 이겨내는 과정과 그 마음상태를 보여주는 데에 더 진지하다.

그 점에서 결말에 나오는 반지는 떠남이 예정되어 있는 상태에서도 둘의 가능성을 암시하는 상징적 소재로서 기능해 열린 결말을 유도하고 있다. 그리고 ‘날씨정원’이라는 배경은 두 사람간의 약속을 상기시키면서도 예측불가능한 날씨처럼 불안정한 두 사람의 상황을 잘 반영하고 있다. 그래서 주인공이 혼자서 우주를 유영하는 직업에 특화된 자질을 갖추기 위해 혼자여도 괜찮음을 끊임없이 다짐하고 있음은 패기있게 보이면서도 한편으론 안타까운 감정을 자아낸다.

제목인 ‘고독의 거울상’은 고독할 때 자신을 더 잘 들여다볼 수 있게 된다는 점에서 주인공의 고독이 오히려 더욱 사랑의 감정을 절절하게 비춰내는 거울 역할을 함을 암시하고 있다.

작가가 고독을 감내함으로써 소중한 감정을 지켜내는 주인공의 모습을 잘 서사화해서 독자로 하여금 사랑의 본질적인 조건인 배려와 헌신을 되짚어보게 해주는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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