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술 읽히는 옛 이야기, 허나 술술 읽히기에 더 아쉬웠던 비평

대상작품: 호식총을 찾아 우니 (작가: 호인, 작품정보)
리뷰어: 이유이, 5월 29일, 조회 17

안예은의 <창귀>라는 노래를 들으며 이 리뷰를 쓴다. 창귀, 호랑이에 잡아먹힌 뒤 그에 속박되었던 혼이 다른 혼을 잡아다 바치고는 자유를 얻는다는, 아주 오래된 이야기를 소재로 하고 있다. 이 노래를 처음 듣고 충격 받아서 수백 번은 되풀이해서 들었다. 그러고는 잠시 잊었던 곡을 다시 듣게 된 건 바로 이 소설 <호식총을 찾아>가 창귀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해서다.

호식총이란 말은 익숙치 않았는데 ‘호랑이에게 먹힌 사람 무덤이 호식총’이라는 말에 옳다구나 했다. 그러고보니 상당히 직관적인 명칭이다. 호랑이를 의미하는 범 호(虎), 먹을 식(食), 마지막으로 무덤 총(塚)이니 말이다. 이 소설의 소개 첫 줄은 ‘옛날옛날 이야기’로 시작되는데 실로 옛 이야기를 들여다 보는 기분으로 술술 읽었다. 실제로 호식총에 관련한 구전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이기도 하다.

역관 집안 출신이고 한때는 꽤 잘나갔지만 이제는 그저 떠돌이에 불과한 홍수찬이 소설의 주인공이다. 산적과 늙은 호랑이, 창귀에 대한 주모의 경고를 무시하고 한 청년과 산길을 넘기로 한 데서부터 그의 운명은 ‘어쩌면’ 정해졌다. 어둑한 밤에 산을 넘는다는 건 ‘그 행위 자체’만으로 섬뜩한 일인데 위험이 도사리고 있으니 나는 소설의 도입에서부터 이미 알았다. 홍수찬은 어쩌면 죽겠구나, 하고. 문제는 ‘어떻게’, ‘누구’에 의해서, ‘왜’ 죽느냐에 달렸다.

이 소설 <호식총을 찾아>에는 그 죽음의 이유와 죽게 하는 대상, 방식에 창귀와 호식총 그리고 홍수찬이 과거에 저지른 ‘과오’의 이야기를 절묘하게 잘 버무려서 마지막까지 읽도록 힘이 있었다. 다만 아쉬웠던 건 현재가 진행되는 중간에 과거의 이야기가 함께 섞여드는데 과거를 보여주는 방식이 너무나 ‘설명적’이었다는 데 있다. 현재와 과거를 동시에 보여준다는 건 언제나 쉽지 않다. 허나 주인공에 입에 의해서 쭉- 설명될 때 독자의 입장에서는 몰입하기 보다 한 발, 두 발씩 떨어지게 된다. 즉, 주인공으로부터 멀어진다는 의미다.

주인공에게서 독자가 멀어지면 멀어질수록 이입하기 어렵게 되기 때문에, 종국에는 주인공이 죽든 말든 크게 개의치 않게 된다. 이 소설을 마지막까지 보고 난 뒤에 나의 감상 역시 그랬다. 불쌍해보이긴 했으나 ‘그냥 그렇구나…’했다. 주인공이 과거에 한 과오에 대한 감정선이나 ‘그 순간의 장면’이 잘 보이지 않아서 그럴 것이다.

이를 테면, 주인공과 불륜 사이였던 여인의 자식을 냅다 훔쳐 도망쳤던 시점에 대해 말해본다면, 도주하는 과정에 주인공과 아이 사이에 있었던 이야기는 거의 보여주지 않는다. [산에서는 난아가 기다린다. 순대와 만두를 사고, 솜을 두둑이 넣은 누비옷을 구했다. 당장 며칠이야 그렇게 버티지만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암담했다] 이러한 투로만 보여지는데, 무작정 아이를 데려다 산속에 숨었을 때 아이와 주인공 사이에 있었던 사건이나 에피소드, 이를 테면 난아가 식은 만두를 어떻게든 데우려고 하다가 아궁이를 잘못 지펴서 초가집 일부를 태우고 화상을 입을 뻔했다거나 두 사람 사이에 ‘무언가’ 있었다면, 난아가 주인공 앞에 모습을 드러냈을 때 그리고 어린 난아의 운명에 대한 이야기도 더 서글프게 다가왔을 지도.

허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아쉬운 점으로, 창귀들이 모여 있는 장소에 주인공이 당도 했을 때의 장면은 참 흥미로웠다. 산 속에서 벌어지는 기묘한 상황을 잘 잡아서 분위기도 꽤 잘 연출했기에, 더 아쉬운 부분이 느껴졌는지도 모르겠다. <호식총을 찾아 우니>라는 제목의 이유를 결말부에 알게끔 만들어준 것도 흥미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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