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사회의 축소판, 루나시티 – <레코드> 리뷰 감상

대상작품: 레코드 (작가: 적사각, 작품정보)
리뷰어: 라니얀, 4월 22일, 조회 23

소설의 첫 부분은 조금씩 뒤에 나올 이야기의 단서를 던져주는 장면이라 무슨 내용인지 이해하기 어려웠지만, 알렉스의 경비 이야기가 나오면서부터 푹 빠져 술술 읽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소설 뒷부분에 가서야 소설의 첫 부분이 이래서 나왔던 거구나 하며 흥미롭게 마무리까지 읽었습니다. 단순히 시간의 흐름에 따라 이야기를 풀어내시지 않고 전략적으로 이야기를 배치해두신 인상을 받았는데, 덕분에 이야기가 더 흥미롭게 느껴졌던 것 같습니다.

SF 장르를 잘 접해보지 않은 편이라 다른 세계관의 이야기가 나오면 조금 낯설게 느껴지곤 하는데, <레코드>에 나온 루나시티의 이야기는 지구 사회의 현재 모습과 굉장히 비슷한 결을 가지고 있어 전혀 이질감 없이 읽을 수 있었습니다. 이 소설은 알렉스 개인의 선택과 그로 인한 고민, 불안도 다루고 있지만, 동시에 루나시티와 지구연합이라는 거대한 사회적 갈등 문제 역시 다루고 있습니다. 루나시티와 지구연합의 대립은 우리가 작게는 한국 사회 내부에서, 또 크게는 어떤 나라와 어떤 나라 간의 이슈에서 똑같이 볼 수 있는 문제라 참 흥미롭게 보았습니다. ‘독립성 및 권리에 대한 문제’도 나왔고 ‘사건이 발생했을 때 이를 둘러싼 여러 이해관계의 흐름’도 이 작품에서 다루어졌는데, 이렇게 만만치 않은 이슈들을 어쩜 이렇게 적재적소에 자연스럽게 배치하셨을까 하고 감탄했습니다. 루나시티와 지구연합 간에 벌어지는 이야기를 보며 과연 지금 우리 사회는 이런 문제에 대해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 작품 속 지구연합처럼 (굳이 표현하자면) 지저분한 방법으로 문제들을 쳐내고 있진 않은지 생각해볼 수 있었습니다.

“알렉스는 문고리를 잡았다 놓고 아무도 보지 않는 CCTV를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가진 나름의 습관이었고 장난이었다. 이유는 없었다. 인간은 이유 모를 행동을 한다.”

인상적이었던 문장들 중 하나가 바로 위의 이 내용이었는데, 긴장되고 무게감 있는 이야기 전개 속에 조금 뜬금없으면서도 뭔지 알 것만 같은 이런 문장이 나오니까 괜히 공감의 웃음이 났습니다. 무거운 분위기를 조금 풀어줄 수 있게 재미있는 표현을 중간에 쓰신 거라는 정도로만 가볍게 생각하고 넘어갔는데, 이야기를 끝까지 읽다 보니 심지어 이 행동도 뒤에 벌어지는 사건에 ‘주요 단서’로 활용하시더라고요. 진짜 이런 것까지 치밀하게 계산해서 배치하셨구나 싶어 이 부분도 인상적이고 좋았습니다.

이런 거라면 생각보다 SF 소설이 꽤 읽을 만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작품이었습니다. SF가 과학을 바탕으로 한 상상 속의 세계를 그리긴 하지만, 결국엔 지구의 우리 인간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데 작가님이 워낙 그 포인트를 이 작품에서 잘 살려주셨고요. 한 편의 글 안에서 정돈된 형태로 여러 이슈도 생각해보게 하는 좋은 작품을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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