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격 건장한 성인 남성으로 사는 건 편한가요? 일주일 동안 문이며 창문을 다 열어 두고 지내는 내기를 선뜻 받아들였는지 얘기를 보니 이런 생각부터 들더라고요. 물론 경비실 있는 계단식 아파트 11층에 살면서 내기한 친구가 집의 안에도 밖에도 CCTV도 설치했지만, 내가 모르는 사이에 누군가가 내 공간을 침범하는 행위는 보편적인 공포지 않습니까.
그렇지만 그놈의 자신감이 뭔지, 백만 원이 뭐 얼마나 큰 돈인지. 에이, 설마. 일주일 안에 일이 터져 봤자 얼마나 큰일이겠어? 그렇게 한 다리만 건너면 다 아는 사이라서 다른 사람 집의 숟가락 개수도 아는 시골 마을도 아닌 현대의 도시에서, 내기한 일주일이 시작됐습니다.
보통 장르 내에서 작품을 고르지만, 그렇기 때문에 짐작할 수 있는 이야기의 흐름이 있습니다. 로맨스라면 좋지 못한 첫인상의 상대와 사람이 빠지는 일이 잦고, 호러라면 문제 없으리라 생각한 선택이 가장 큰 문제가 됩니다. 그러니 이 글의 주인공도 분명 큰일을 당할 거란 건 예상했습니다. 배경만큼이나 현실적으로 닥쳐오는 위협이 씁쓸하면서도 한편으론 통쾌했죠. 거 봐, 맞잖아. 그렇게 얘기해도 안 듣더니, 결국 이렇게 되잖아.
그러다 그보다 더한, 난 아무 잘못 없다는 조교의 변명을 들으니 자연스럽게 주인공에게 이입하게 되더라고요. 뭐 이런 새끼가 다 있지?? 그러거나 말거나 상황은 점점 위험하게 변하고, 주인공은 울면서 오해를 정정했습니다. 그들이 물러나고 이제 삶은 전과 같지 않겠죠. 이 순간만큼 경찰이 간절했을 때가 없었습니다. 이 녀석들이 경찰서에서 잘못했다고 비는 모습을 상상하면 이 시간도 그럭저럭 견딜 만했어요.
검은 비닐봉지처럼 훅 다가온 고통의 묘사가 오기 전까지는요. 제정신이라는 건, 살아 있다는 건 정말 고통스럽고 무서운 일처럼 느껴졌습니다. 몸에 가해진 폭력, 다른 이들의 시선, 사는 게 두렵지 않은 가해자.
문을 닫아 주시겠어요? 말할 수 없는 사람이 누구에게 이 일을 말하고 있는지, 작가 코멘트에 적힌 원인에는 제가 포함되어 있지 않은지 생각하게 하는 작품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