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용서받을 수 있는가 의뢰(비평)

대상작품: 뱀을 위한 변명 (작가: 해도연, 작품정보)
리뷰어: 유권조, 17년 7월, 조회 51

이어지는 리뷰는 달바라기 작가님의 「뱀을 위한 변명」을 대상으로 하였습니다. 읽지 않은 독자께서는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 표시가 된 부분을 제외하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가까운 미래를 상상케 하는 배경, 화자는 유전자편집과 단백질합성으로 새로운 동물을 만들어내는 업체에서 근무하고 있다. 여러 자산가의 입맛에 맞춘 동물을 만들어내며 화자는 꺼림칙한 기분을 느낀다. 뒤이어 그가 취하는 태도를 통해 달바라기 작가는 작은 암시를 남긴다.

 

이번 소설은 그 주제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이어지는 사건과 화자의 시선에만 집중하면 그렇다. 여기서 달바라기 작가의 재주를 찾을 수 있고, 이야기의 묘미를 느낄 수 있다. 영상 매체와 달리 글자로만 이루어진 소설에는 시점과 시간을 통해 관객을 속이는 일이 매우 어렵다. 이어지는 예를 통해 이번 소설에서 보이는 묘미에 대해 좀 더 얘기하고자 한다.

 

영화를 보는 관객은 자연스레 화면의 중앙에 시점을 집중하거나 크고 명확하게 보이는 것, 움직이는 것 등을 자세하게 보기 마련이다. 화면의 사각에서 놓인 그림자나 빠르게 지나가는 장면은 놓치기 쉽고 관객을 속이거나 놀래는 데에 유효하게 쓰일 수 있다.

 

글에서는 이런 장치를 쓰기가 쉽지 않다. 글이 어떤 시점으로 쓰였는지를 불문하고 독자는 제멋대로 상상을 펼치며 글을 읽는다. 작가에게는 곤혹일 수 있으나 읽는 입장에서는 그런 재미가 또 대단하다. 이런 점에서 달바라기 작가의 이번 소설을 읽는다면 자신만의 시점을 찾아내길 바란다.

 

이건 소설이 3인칭으로 쓰여야했다는 식의 비판과는 다른 이야기다. 나는 작가가 낸 수수께끼를 풀어내는 기분으로 리뷰를 작성했다. 그러면서 화자와 거리를 두게 되었고 그가 나를 속였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 모든 것은 작은 암시에서 비롯한다.

 

이어지는 문단에서 스포일러를 포함하여 암시에 대한 내용을 담았다.

 

화자는 한 자산가의 의뢰로 몸이 가늘고 긴 동물을 만들어낸다. 지금까지 없던 이 동물에 대한 시선이야말로 화자의 성격을 직접적으로 보여준다. 화자의 말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사랑에 가까운 감정이다. 또는 동정일 수도 있겠다. 그러나 앞서 그가 보였던 태도를 고려하면, 다른 면을 볼 수 있다.

 

이 역시 스포일러를 포함한 문단에서 이어 풀어보고자 한다.

 

 

새로운 상품이 출하된 뒤, 화자는 우연찮게 그 동물을 만나게 된다. 여기서부터 이야기는 좁은 회사를 벗어나 넓은 세상으로 향한다.

 

여기서부터 주제를 녹여내는 방식을 통해 달바라기 작가가 가진 또 하나의 재주를 볼 수 있다. 물론, 작가가 의도한 주제와 독자가 읽어내는 주제에는 언제나 차이가 있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앞서 말한 재주는 여전히 유효하다.

 

물음을 던지는 이야기는 울림이 깊기 마련이다. 그런 점에서 「뱀을 위한 변명」은 독자를 향해 몇 가지 질문을 남긴다. 겉으로 드러나는 이야기 흐름을 활용하지 않기에 더욱 흥미롭다.

 

곧 이야기만으로도 즐길 수 있으며, 그 안에 숨은 수수께끼를 탐구하기에도 즐거움이 숨은 이야기이다.

 

이야기는 화자가 자신이 만들어낸 동물을 만난 뒤로도 한차례 무대를 바꿔 이야기를 이어나간다. 전환은 어지럽지 않고, 이해를 방해하지도 않는다.

 

아쉽게도 이야기를 읽지 않은 독자들을 위한 분량은 여기까지다. 이어지는 내용은 감상을 방해할 수 있으니, 부디 작품을 살펴본 뒤에 찾아와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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