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지하고 담담하게 진행되는 경찰/형사소설이자 본격 추리소설 비평 브릿G추천

대상작품: 바텐더는 술을 마시지 않는다 (작가: 예쁜꼬마선충, 작품정보)
리뷰어: 미스터마플, 2월 13일, 조회 65

ㅁ 작품소개

총 13회/547매 분량의 추리/형사물로 ‘예쁜꼬마선충'(뭔가 귀여우면서도 징그러운 이 오묘한 닉네임은 무엇인가…) 작가의 작품이다.

이 작품은 특이하게 2002년을 배경으로 하는데, 2002년 크리스마스를 앞 둔날 00유통의 전무이자 오너일가의 차남인 박용호가 형수인 안지은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모인 어떤 바의 술자리에서 돌연사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xx경찰서 형사과 강력3팀의 막내 박자영 경장은 수사를 진행하면서 이 사건이 00유통 설립 이전 모회사 격인 청주공장에서 발생한 의문의 사건(사장이 발효통에 빠져죽는 사건)과 연관성이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ㅁ 감상평

제목만 봤을때 왠지 아즈마 나오미 작가의 ‘탐정은 바에 있다’가 떠오르면서 하드보일드 장르인가하고 기대했다.

하지만 이 작품은 문체의 건조함만 봤을때는 어느정도 하드보일드 하지만 우리가 통상적으로 말하는 하드보일드 소설은 아니고 나름 진지한 형사/경찰 소설이자 본격 추리물이다.

 

이 작품의 장점이라면 한국 장르소설들이 의외로 자주 빠지는 함정인-쓸데없는 유머와 말장난으로 분위기를 망치는- 점이 없이 진지하고 진중하게 형사들의 수사과정을 담담히 추적해 나간다는 점이다. 박자영 경장이 여기저기 다니며 수사를 하긴 하는데 분량이 짧아서 더 그렇게 느껴지는지는 모르겠지만 제한된 공간, 제한된 인물, 제한된 정보를 통해 현재 사건에 드리운 과거 사건의 진실을 추리해 나가는 재미가 나름 쏠쏠하다.

 

특히 결말에 있어서 급발진 없이 그간 모아온 수사의 조각들을 찬찬히 끼워맞춰서 어느정도 납득가능한 결말을 이끌어 내었기에 보는데 무리가 없었고 보고나서도 찝찝하거나 찜찜한 점이 없어 좋았다.

 

다만, 이 작품의 안타까운 점은 앞서 언급한 제한된.. 이 주는 심심함이다. 거의 대화와 머리로만 추론을 하기때문에 우리가 형사물에서 기대하는 땀내나는 액션이나 서스펜스는 거의 없다시피 하며, 이야기에서 필수적인 기승전결의 구분이 다소 불명확하다. 기 이후 승승승승 결의 느낌..

 

나름 작가가 반전이라고 준비한 과거 사건들도 등장인물의 입을 빌어 말하듯이 ‘우스운 사건’이거나 ‘우연적인 사건’ 에 기대는 측면이 많아서 반전의 통쾌함이나 짜릿함도 부족하다. 더하여 작품의 분위기가 (개인적으로 느끼기엔) 회색일변도라 특정 포인트에선 총천연색의 컬러감이 더해져도 좋지 않았을까 싶다.

 

전체적으로 받은 느낌은 (작가님에 대해 잘 몰라 이렇게 말하기 죄송하지만..) 추리소설 작법에 대해 공부한 작가가 스릴러로 넘어가지 않고 진지한 추리소설의 기조를 유지하다 보니 다소 안전하고 보수적으로 글을 쓰지 않았나 싶다. 64, 범인에게 고한다 등 일본 명작 추리소설들 역시 스릴과 서스펜스가 더해졌기에 글이 더 빛이나듯이 예쁜 꼬마선충의 차기작은 보다 다양한 색조와 속도감이 더해진 도파민/아드레날린 넘치는 글이 됐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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